원제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성스러운 사슴의 살해)
더 랍스터로 유명해진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2017년작.
2018 마리끌레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킬링 디어란 제목으로 국내 최초 상영되었다. 원래는 '성스러운 사슴 죽이기'라는 제목으로 개봉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이름이 난해하다는 이유로 고쳐진 모양.
제70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영화 시놉시스
“왜 내가 대가를 치러야 하지?”
성공한 외과 의사 스티븐과 그에게 다가온 소년 마틴
미스터리한 그와 친밀해질수록
스티븐과 그의 아내의 이상적인 삶은 완벽하게 무너지는데…
영화 등장인물
콜린 패럴 - 스티븐 머피 역
니콜 키드먼 - 안나 머피 역
배리 키오건 - 마틴 랭 역
래피 캐시디 - 킴 머피 역
서니 설직[] - 밥 머피 역
알리시아 실버스톤 - 마틴 어머니 역
빌 캠프 - 매튜 역
영화의 모티브
<킬링 디어>의 원제목인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 '성스러운 사슴 죽이기'에서 드러나듯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다. 영화의 폭넓은 이해를 위해 내용을 소개한다.
그리스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실수로 아르테미스의 신성한 수사슴을 죽이고, 아르테미스의 저주로 2년간 출정 못 하고 발이 묶인다. 아가멤논이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방법을 찾으니,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는 신탁을 받는다. 딸의 목숨과 전쟁으로 얻을 명성을 저울질하다 딸을 제물로 바치기로 한다. 아르테미스는 제물로 바쳐진 이피게네이아를 가엾이 여겨 암사슴과 바꿔치기하고, 빼돌린 그녀를 자신의 사제로 삼는다. 따라서 아가멤논이 딸을 죽이지 않게 되었지만, 자식을 제물로 바친 죄는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이 일로, 트로이 원정을 마치고 미케네로 돌아온 후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된다. 이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죽는 것으로 이어진다. 아버지가 딸을 죽이고, 복수로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아비의 복수로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는 잔혹한 비극사가 이 사슴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다.
영화 줄거리
영화의 주인공인 심장전문의 스티븐 머피는 안과전문의인 아내 안나, 킴과 밥 남매를 슬하에 둔 성공한 의사다. 영화의 시작은 슈베르트의 음악과 함께 수술 중인 심장으로 시작된다.[1] 수술의 실패를 암시하듯 스티븐은 힘없이 쓰레기통으로 수술용 장갑을 버리고 영화의 로고가 뜬다.
스티븐은 마취과 의사이자 친구인 매튜가 새로 산 시계의 성능을 묻고 자신이 산 시계가 9년이 지나 새것을 사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매튜는 자신의 환자 중에서 시계가게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자신의 친구라고 하면 할인해줄 것이라며 가게를 소개해준다. 잠시 후 스티븐은 새로 산 시계를 가지고 식당에서 마틴이란 소년을 만난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인사한 마틴은 가기 전에 배가 고프니까 뭘 먹어도 되냐고 묻고 스티븐은 그렇게 하라면서 돈이 없다면 주겠다고 하지만 마틴은 괜찮다면서 자신의 돈으로 식사를 사온다. 감자튀김을 제일 나중으로 남겨두는 마틴에게 스티븐이 감자튀김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마틴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나중에 먹는 버릇이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스티븐은 자신도 그런다고 동감을 표한다.
식사 후 강변으로 이동한 스티븐은 마틴에게 새로 산 시계를 선물로 주고 마틴은 고맙다면서 스티븐을 한번 껴안는다. 그리고 스티븐에게 자신은 가죽 시계줄이 더 좋은데 가죽 시계줄로 바꿔도 되냐고 묻고 스티븐은 금속 시계줄이 더 비싸긴 하지만 좋을 대로 하라고 한다.[2] 그날 밤, 스티븐은 식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병원 리모델링 중이라 집에서 쉬고 있는 안나는 스티븐에게 병원은 어땠냐고 묻고 스티븐은 괜찮았다고 대답한다. 이때 딸인 킴이 친구인 클레어의 생일파티에 가도 되냐고 묻고 안나는 클레어가 저번에 쇼핑몰에서 본 심장전문의가 되고 싶어하는 킴의 친구라고 귀뜸해준다. 스티븐이 허락하자 밥은 자신도 가게 해달라고 조른다. 스티븐이 안 나와 의논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하자 안나는 클레어는 괜찮은 친구라며 가게 해주라고 한다. 그때 밥이 허리를 숙이고 밥을 먹자 안나는 허리를 펴고 먹으라고 지적하는데 스티븐이 머리를 깎기로 해놓고 왜 깎지 않았냐면서 내일 바로 자르라고 한소리를 한다. 그러자 밥은 파티 다녀오고 자르겠다고 뻐팅긴다. 식사 후 스티븐은 안나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전신 마취' 방식으로 거사를 치른다
다음 날 아침, 스티븐이 병원에 출근하자 마틴이 연락도 없이 병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티븐은 수술 중이라 못 볼 수도 있었으니 전화하고 오라고 하지 않았냐고 가볍게 나무라고 마틴은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연락도 없이 찾아오게 되었다면서 사과한다. 그리고 시계줄을 갈색 가죽 시계줄로 바꿨다고 말하는데 스티븐은 잠시 보고는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때 매튜가 와서 스티븐에게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고 마틴이 갑자기 스티븐의 손목을 보면서 "우리 시계가 같네요."라고 말해 매튜의 주의를 끌고 만다. 그러자 스티븐은 마틴이 자신의 딸의 친구인데 쇼핑몰에서 우연히 봤더니[] 심장전문의가 되고 싶어하길래 견학을 시켜주는 것이라고 어제 저녁식사에서 들은 얘기를 조합하여 거짓말을 한다. 갑작스러운 스티븐의 거짓말에 마틴은 활짝 웃으면서 맞장구를 친다.
퇴근한 스티븐은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는 킴의 호흡을 봐주고 호흡이 아주 좋아졌다고 칭찬한다. 그때 밥이 킴의 빗을 빌리기 위해 들어오자 스티븐은 저번에 분담한 대로 화초에 물을 주었느냐고 묻지만 밥은 엄마가 주겠다고 했다면서 집안일을 회피한다. 스티븐이 엄마는 바쁘니까 물을 꼭 주라고 지시하자 밥은 토라진 표정으로 방을 나가고 안나가 방으로 들어와 자기가 이미 물을 줬다면서 스티븐을 달래며 같이 파티에 간다. 스티븐은 성공한 의사답게 파티에서 심장수술의 빠른 기술 발전에 대해 축하하는 연설을 맡는다. 연설 후 스티븐은 칵테일을 권유받지만 간수치가 높아서 주류를 3년 전에 끊었다면서 거절한다. 그리고 매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수술이 있다는 이유로 안나와 함께 일찍 집으로 간다.
다음 날 스티븐은 강변에서 마틴과 만나 산책을 한다. 친구가 많냐는 스티븐의 물음에 마틴은 자신은 친구가 많진 않다면서 친구를 많이 두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친구를 많이 두는 것보다는 정말 친한 친구 몇명을 두는게 낫다고 했다고 하는데 스티븐은 아주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이어 마틴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를 친구처럼 생각하며 엄마랑 매우 친하게 지낸다는 말을 한다. 그때 스티븐은 마틴에게 자신의 집에 한번 놀러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마틴은 이를 받아들여 안나에게 주기 위한 장미꽃과 밥과 킴에게 주기 위한 선물을 사들고 스티븐의 집에 가 식사를 대접받는다. 식사 후 마틴은 킴의 방에서 밥과 킴과 대화를 나눈다. 몇 살이냐는 밥의 질문에 마틴은 16살이라고 대답하고 겨드랑이에 털이 났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후 밥의 요구에 따라 흔쾌히 겨드랑이털까지 보여준다. 그걸 본 킴이 "몸이 정말 좋네."라고 칭찬한다. 밥은 우리 아빠가 그것보다 3배는 더 났다고 하고 킴은 자신이 얼마 전에 초경을 했다는 말을 한다. 마틴은 잠시 침묵하다가 담배를 피워도 되겠냐고 해서 창문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 마틴은 킴에게 노래를 아무거나 하나 불러달라고 하지만 킴은 별로 부르고 싶지 않다고 거절한다. 잠시 후 마틴이 산책가지 않겠냐고 제의하자 밥은 싫다고 하지만 킴은 흔쾌히 따라 나선다. 마틴을 따라 산책을 간 킴은 마틴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마틴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집으로 돌아온 후 마틴은 집이 정말 좋다고 칭찬을 하고 스티븐은 원한다면 하룻밤 더 자고 내일 아침까지 애들이랑 놀지 그러냐고 제의하지만 스티븐은 어머니가 걱정돼서 안되겠다고 거절한다. 어디에 사냐는 안나의 질문에 도시 북쪽의 별로 좋지 않은 곳에 산다고 대답한다. 그날 밤, 안나는 마틴이 참 괜찮은 아이라고 칭찬하고 스티븐은 마틴이 자신의 죽은 전 환자의 아들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 환자가 교통사고로 즉사했었고 장례식도 다녀왔다고 한다.[] 그때 갑작스러운 전화가 와서 병원에서 찾는 전화인가 하고 받아보니 마틴의 전화였다. 마틴은 오늘 너무 잘 대접받았다면서 답례로 스티븐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겠다고 한다. 스티븐이 언제 한번 가겠다고 하자 무조건 내일 저녁에 오라고 못을 박고 전화를 끊는다.
다음 날, 병원에서 퇴근하기 위해 스티븐이 자동차로 향하는데 마틴으로 보이는 소년이 자신의 차를 미행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약속대로 마틴의 집을 방문한 스티븐은 식사를 끝낸 후 혹시 병원에 찾아온 적이 있었냐고 묻지만 마틴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마틴의 어머니와 마틴은 영화 한편 보고가지 않겠냐고 제의하지만 스티븐은 아내가 걱정할 것이라며 거절하려 한다. 하지만 두 식구가 집에 전화를 하면 되지 않느냐,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던 영화다, 보다가 피곤해지면 다음에 마저 보면 되지 않느냐 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여 마지못해 같이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함께 본다.
영화를 보던 중 마틴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스티븐을 한번 끌어안은 후 자러 간다. 마틴의 어머니하고만 남아 어색하게 영화를 보던 중 마틴의 어머니는 스티븐에게 예전에 남편을 면회하러 가면서 선생님을 뵜었다, 2년 전에는 지금보다 살도 찌고 머리도 갈색이었는데 금발로 염색한 지금이 더 낫지 않느냐? 선생님의 손이 참 깨끗하고 곱다 라는 둥 추근댄다. 스티븐은 마틴의 어머니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건성으로 맞장구치며 영화에 집중하려 하지만 마틴의 어머니는 카라멜 타르트를 먹지 않겠냐는 둥 선생님 손 좀 자세히 봐도 되겠냐는 둥 자꾸 다가오더니 스티븐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급기야 엄지손가락을 마구 빨기 시작한다. 스티븐은 그걸 뿌리치고 옷을 챙겨서 늦어서 가봐야겠다고 나간다. 마틴의 어머니는 스티븐 앞을 막고 마틴은 자고 있을 것이다, 마틴도 이걸 원한다면서 관계를 요구하지만 스티븐은 딱 잘라 거절하고 나가려 한다. 마틴의 어머니는 불편하셨다면 죄송하지만 타르트 하나 먹기 전에는 보내드릴 수 없다고 하지만 스티븐은 거절하고 나간다.
다음 날 병원에 출근하자 스티븐의 사무실에는 마틴이 앉아 있었다. 학교에 안가고 뭐하냐는 스티븐의 물음에 마틴은 다짜고짜 웃통을 드러내며 가슴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걱정해서 어젯밤에는 아예 엄마랑 같이 잤다고 하소연하는 마틴에게 스티븐은 너는 젊어서 심장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 아빠한테도 젊어서 걱정할 거 없다고 했지 않느냐고 마틴이 반박한다. 마틴은 아빠는 담배도 피지 않고 건강식만 먹었는데도 수술을 받고 죽었다면서 유전일까봐 걱정된다고 한다. 결국 스티븐은 마틴의 심장을 검사하는데 검사가 끝난 후 마틴이 밥에게 들었다면서 스티븐의 겨드랑이털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스티븐은 당황하면서도 겨드랑이털을 보여주는데 마틴은 많기는 한데 자기 3배 정도는 아니라면서 오늘 8시에 자기 집에 와서 영화를 마저 볼 것을 요구한다. 스티븐이 이를 거절하자 마틴은 비밀 하나를 가르쳐 주겠다면서 자신의 엄마가 스티븐을 좋아하는 모양인데 엄마가 살도 빠지고 염색도 해서 예쁘니까 둘이 사귀는 게 어떻냐고 제의한다. 하지만 스티븐은 자신은 유부남이고 가정에 매우 행복한 사람이니까 그런 부도덕한 일은 할 수 없다고 거절하며 마틴의 심장은 매우 건강하다고 얘기해준다
얼마 후 스티븐은 친구 매튜의 집에 찾아가 점심식사를 대접받게 되었다. 그때 스티븐은 마틴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마틴은 평소에 만나던 식당에서 스티븐이 좋아하는 사과파이를 이미 시켜놨다면서 잠깐이라도 좋으니 오라고 요구한다. 스티븐이 갈 수 없다고 거절하자 그럼 자신이 사과파이를 포장해서 찾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스티븐은 전화를 끊고 식사를 하러 간다. 그런데 고기와 생선을 굽던 매튜가 주차장에서 마틴을 보았다고 얘기를 꺼낸다. 스티븐은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하지만 매튜는 적어도 굉장히 닮은 애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그러자 스티븐은 자신의 고기는 그만 구워달라고 하면서 대화 주제를 돌려버린다.
그날 밤, 개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스티븐은 합창연습을 끝내고 돌아오던 킴과 마주치게 된다. 킴은 자신이 마틴을 봤다면서 마틴이 오토바이로 자신을 집까지 태워줬다고 얘기한다. 스티븐은 헬멧 없이는 오토바이를 타지 말라고 주의를 준 후 마틴을 집에 부르지 그랬냐고 하지만 마틴이 거절하고 그냥 집에 갔다고 한다. 킴이 자러 올라가자 스티븐은 마틴에게 전화를 건다. 스티븐의 집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채 스티븐의 집을 관찰하고 있던 마틴은 스티븐의 전화를 받지 않고 끈다. 스티븐은 마틴이 전화를 받지 않자 자러 올라간다.
다음 날 아침, 스티븐은 스쿨버스가 올 시간이 됐는데도 밥이 내려오지 않자 직접 깨우기 위해 방으로 올라간다. 밥은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스티븐은 오늘은 스쿨버스 놓쳐도 절대 태워주지 않을 테니 빨리 씻고 밥먹으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밥은 하반신에 아무런 느낌이 없으며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스티븐과 안나는 즉시 밥을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 척추전문의 래리에게 검사를 받게 한다. 병원에 간 밥은 마비증상이 없어져 멀쩡히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검사 결과도 정상으로 나왔다. 스티븐은 아무래도 준비하지 않은 시험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라고 밥을 집에 돌려보내지만 안나와 함께 집으로 가던 밥은 병원 입구의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시 하반신이 마비되어 쓰러지고 MRI를 비롯한 각종 정밀검사를 받게 되지만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으로 나올 뿐이었다. 스티븐은 내일이면 멀쩡하게 걸어다닐 것이라고 주장했고 래리도 지금 시점에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면서 하루 입원시키고 내일 경과를 지켜보자고 제의한다. 매튜는 내일 수술 정말 취소 안 해도 되겠냐고 묻지만 스티븐은 짜증을 내면서 괜찮다고 이미 말했는데 귀찮게 굴지 말라고 한다.
한편 킴은 마틴과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 한복판을 질주하고 있었다. 마틴에게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킴은 오토바이 위에서 눈물을 흘린다. 집에 도착한 킴은 화초에 물을 주고 있던 안나와 마주치는데 킴은 안나에게 몸은 어떻냐고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안나가 무슨 의미냐고 되묻자 킴은 혹시 피곤하지 않냐는 뜻이었다고 한다. 안나는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라고 대답하고 킴에게 밥이 병원에 있으니 앞으로 화초에 물 주는 건 킴이 맡으라고 말한다.
다음 날, 안나와 스티븐은 밥이 굉장히 좋아하는 도넛을 사서 병실을 찾는데 병실에는 이미 마틴이 와서 밥을 병문안하고 있었다. 선물이라면서 어머니가 만들어준 레모네이드를 가져다 준 마틴은 스티븐에게 10분이면 좋으니 카페테리아에서 잠시 보자고 한다. 시간이 없다면서 마틴을 피하려던 스티븐이 마지못해 카페테리아로 올라가자 마틴은 스티븐에게 선물로 스위스 군용칼을 준 다음에 밥의 일에 대해서는 정말로 안됐다고 한다. 스티븐이 별일 아니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하자 마틴은 이건 심각한 일이라면서 선생님이나 나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스티븐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하자 마틴은 다음과 같이 통고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설명하겠다면서 1단계 사지마비, 2단계 거식증, 3단계 눈에서 출혈, 4단계 사망으로 현상이 발전할 것이라면서 3단계까지 가면 몇시간 안에 죽으니까 가족 중 누굴 죽일지 빨리 선택해서 죽이라고 한다. 마틴은 질문이 있냐고 하지만 스티븐은 경비를 불러 마틴을 병원 밖으로 내쫓는다. 밥의 병실로 내려간 스티븐은 밥이 평소에 환장하던 도넛을 하나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지금 당장 먹지 않으면 다신 사주지 않을 테니 당장 먹으라고 한다. 밥이 배가 고프지 않다고 거부하자 스티븐은 밥의 입에 도넛을 마구 우겨넣어 억지로 먹이려 하고 안나가 말리자 아무것도 안 먹으니까 힘이 없어서 저렇게 누워있는 거라면서 5분 안에 도넛 한박스를 모두 먹이라고 소리치고 병실을 나가버린다.
한편 스티븐의 집에서는 마틴과 킴이 데이트를 즐기는 중이었다. 킴은 부모님이 오려면 한참 남았다고 말하더니 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눕는 것으로 성관계를 은유적으로 제안한다. 킴을 잠시 쳐다보던 마틴은 너처럼 예쁜 애는 처음 본다고 말한 후 늦어서 가봐야겠다면서 그냥 일어선다. 킴이 혹시 아빠 때문에 화나서 이러는 거냐고 묻자 마틴은 자신이 스티븐에게 전혀 화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불쌍하게 여길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자꾸 같은 말 하게 하지 말라고 한다. 킴은 사랑해서 그렇다고 말하며 사과하고 마틴은 킴의 방을 나간다.
다음 날 밥의 상태는 더욱 나빠져서 밥은 아예 식음을 전폐하게 된다. 모든 검사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자 안나를 비롯한 의사들은 정신의학적인 문제가 원인이 아닌지 추론하지만 스티븐은 안경 맞출 일이라면 안과의인 안나 당신부터 찾아가겠지만 지금 상황은 하반신 마비에 거식증 문제이므로 당신의 의학적 소견에 대해서는 관심없다고 일축한다. 스티븐은 밥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더 행하고 척추에 주사를 놓은 후 밥을 병실로 데려간다. 병실로 가던 중 스티븐은 잠시 휠체어를 멈추고 밥을 복도에서 질질 끌고다니면서 어떻게든 걷게 하려 하지만 밥은 힘없이 복도 위에 늘어질 뿐이었다. 그러자 스티븐은 복도에 앉아 밥에게 진실게임을 하나 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이 밥의 나이 때 자위를 시작했는데 사정을 해도 정액이 한 방울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자던 날, 형들이 모두 외출한 틈을 타서 아버지의 고추를 잡고 사정할 때까지 흔든 적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제 밥에게 비밀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지만 밥은 자신에게 비밀이 없다고 한다. 그러자 스티븐은 만약 이게 연기라면 절대 엄마에게 이르지 않을 테니 그만두라고 한다. 밥이 연기가 아니라고 하자 스티븐은 만약 이게 연기인데도 안 멈추면 텔레비전 2달 시청 금지 정도론 안 끝내고 머리를 죄다 면도기로 밀어서 먹여버리겠다고 위협하지만 밥은 꿋꿋하게 연기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날 밤 스티븐은 집으로 가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잠들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안나가 찾아와 스티븐이 갈아입을 새 셔츠를 갔다주면서 뭐라도 먹고 밥을 보러 가자고 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힘을 합쳐나가면 분명 상황이 나아질 거라 낙관한다. 하지만 그 낙관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날 킴이 합창단에서 연습을 하던 중 하반신이 마비되어 병원에 실려오고 안나는 매튜를 끌어안고 오열한다. 스티븐은 병원에 실려온 킴에게 사과를 건네면서 아빠 얼굴을 봐서라도 제발 한 조각만 먹으라고 부탁하고 킴은 마지못해 사과를 먹지만 먹다가 모두 토하고 만다. 그 모습을 본 스티븐은 차를 타고 마틴의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흥분한 스티븐은 "소원대로 네놈과 네놈 엄마를 모두 따먹어주마!"[]라고 마구 소리를 지르더니 창문에 대고 만약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놈은 감옥에서 죽을 줄 알라고 악을 쓰고 돌아간다.
병원으로 돌아간 스티븐은 안나에게 사실 마틴의 아버지인 조나단 랭이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수술 중에 죽었음을 밝힌다. 안나는 대체 그 애를 언제 어디서 봤냐고 묻자 스티븐은 몇 달 전부터 보이길래 딱해서 돈도 좀 줬다고 하면서 정기적으로 보게 된 건 최근의 일이라고 덧붙이며 조만간 밝힐 생각이었다고 한다. 안나는 스티븐이 조나단 랭을 수술할 때 취한 상태였냐고 물었고 스티븐은 조나단은 부정맥과 뇌졸중으로 죽은 것이라고 대답하지만 안나는 다시 한번 취했었냐고 묻는다. 스티븐은 술을 한잔 걸치고 간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며 수술 중 환자가 죽어도 절대로 외과의는 잘못이 없고 실수를 한다면 마취과 의사가 한다면서 예를 들어 매튜는 실수로 누굴 죽였어도 자신은 죽인 적 없다고 못을 박는다. 그날 집으로 돌아간 스티븐은 샤워 후 벌거벗은 채 소파에 앉아서 잠을 지새우고 다시 병원으로 출근한다.
한편 킴과 밥이 입원한 병실에서는 안나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킴은 안나에게 마틴이 온 적이 없었냐고 물은 후 안나에게 부탁하여 창가로 몸을 돌린다. 그때 누군가의 전화를 받은 킴이 몹시 반가워하더니[] 전화 상대가 시키는대로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간다. 안나와 밥은 충격으로 굳어져 그 모습을 바라보고 킴은 창밖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든 다음에 침대로 돌아간다.
침대로 돌아간 순간 킴의 하반신이 다시 마비되었고 안나가 킴을 부축하는 사이 밥이 누나는 걸을 수 있는데 왜 자신은 못 걷냐, 나도 창 밖을 보고 싶다고 억지로 걸으려다가 침대 밖으로 굴러 떨어진다. 킴을 다시 침대 위로 올려준 안나는 허겁지겁 밥을 침대 위에 올려준 후 누구 전화를 받았냐고 묻는데 킴이 마틴의 전화였다고 하자 다신 그 애랑 얘기하지 말라고 한다. 킴이 반항기 어린 표정으로 왜?라고 되묻자 하지 말라면 그냥 하지 말라고 한다. 킴이 입을 꾹 다물자 안나가 알아들었냐고 채근하는데 킴은 "Fuck you"[]라고 중얼거린다. 안나가 뭐라고? 라고 되묻자 킴은 아무 말 한 적 없다고 잡아뗀다. 안나는 킴의 팔을 낚아채 아프게 틀어쥐면서 "난 네 아빠랑 달라"라면서 버릇없이 말한 벌로 핸드폰을 빼앗아 버린다. 핸드폰을 돌려달라는 킴에게 안나는 가차없이 꿈 깨라고 하지만 킴은 안나에게 "무서워할 것 없어. 불안해 할 것도 없고. 그리 끔찍하지 않아. 필요한 게 있으면 근처에 두면 돼. 엄마도 곧 알게 될 거야. 엄마도 마비될 거니까."라고 말한다.
안나는 그날 있었던 일을 스티븐에게 말하지만 스티븐은 그저 우연의 일치거나 킴이 낫고 있는 증거일 뿐이라면서 납득하려 하지 않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마비 관련 전문가 2명이 오기로 되어 있으니 오후에 과장 긴급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스티븐의 완고한 태도에 안나는 혼자서 마틴의 집을 찾아간다. 식사를 하던 마틴은 안나를 반갑게 맞아준 후 이것 때문에 오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댁의 남편은 제 아버지를 죽인 후 우리 엄마에게 집적댔는데 우리 엄마도 마음이 있는 모양이다 라고 말한다. 안나는 만약 스티븐이 실수나 과실로 사람을 죽인 거라고 치고 그렇다면 그 벌을 스티븐이 아니라 왜 자기 자신과 아이들이 치러야 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마틴은 사람들이 자신이 스파게티를 먹는 방법을 보고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랑 똑같이 먹는다는 얘기를 하길래 자신이 스파게티 먹는 방법이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 여겼는데 알고보니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 사실을 알았을 때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슬펐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는 불공평할지는 몰라도 이게 그나마 정의에 가까운 일이라고 하며 학교에 가버린다.
그날 오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온 전문가들까지 동원된 브리핑이 있었지만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하고 종결되었고 전문가들은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된다. 병원장은 스티븐에게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고 말하고 분노한 스티븐은 만약 제가 이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이었으면 패배감과 분노로 날뛰었을 거라고 쏘아붙힌다. 병원장이 힘없이 돌아서자 안나는 이제 할 것도 없으니 애들을 집으로 데려가자고 말한다.
다음 날, 안나는 매튜를 시내의 식당으로 불러내어 조나단 랭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묻는다. 매튜가 워낙 수술이 많아서 그게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자 안나는 병원 기록 파일을 빼내서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매튜가 병원 파일을 외부에 유출할 수는 없다고 거절하자 안나는 꼭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부탁한다. 안나의 부탁이 매우 심각한 것임을 눈치챈 매튜는 병원 파일을 내줄 수는 없지만 무슨 수술인지는 기억이 났다면서 정보를 줄 수는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가로 자신이 뭘 받을 수 있냐고 묻는데 안나는 점심 먹으러 당신 집에 갔던 날에 당신이 원했던 걸 해주겠다고 한다. 매튜가 언제 해주겠냐고 묻자 안나는 지금이라고 대답한다. 매튜는 거래에 승낙하여 조나단 랭의 수술 때 스티븐이 술을 두잔이나 마셔 상당히 취한 상태로 수술에 들어갔으며 자신만이 봤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당시엔 그게 흔한 관행이었다고 덧붙이는데, 재밌게도 수술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절대로 마취과가 아니라 전부 외과의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정보를 준 후 매튜는 안나의 차로 가서 대가로 대딸을(...) 받는다.
이후 안나와 스티븐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날 밤 스티븐은 저녁 식사로 고기 요리를 먹으면서 당신 말대로 애들을 집에 데려오니 애들에게 그나마 생기가 돌아왔다면서 안나의 판단이 맞았다고 칭찬하더니 애들을 데리고 해변 별장이라도 잠시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지만 안나는 대답하지 않고 듣기만 한다. 그런데 스티븐이 내일 혹시 매쉬드 포테이토를 좀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하자 안나는 당신이 손이 참 예쁜데 최근에서야 주변에서 하는 말을 듣고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티븐이 안나를 바라보자 안나는 "하지만 손이 예쁘면 뭐해? 아무런 쓸모도 없는데."라고 하고 당황한 스티븐이 뭐라고?라고 되묻자 안나는 독설을 퍼붓는다.
스티븐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자 안나는 "그럼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마틴네 엄마랑 가서 살아. 분명 당신 원하는 식으로 말해줄걸?"이라고 한다. 스티븐은 당신 하자는 대로 애들을 집에 데려왔는데 더이상 어떻게 하길 원하냐고 항변하고 안나는 "이 악몽을 끝내는 거. 이 모든 게 당신 때문이라는 거 알아?"라고 말한다. 그러자 스티븐은 어떻게 끝내는지 알겠다면서 새끼 악어의 이빨과 비둘기의 피와 처녀의 음모를 구해 일몰 전에 태우면 해결될 것이라는 주술을 얘기하면서 안나가 이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미신적인 행태라고 돌려서 깐 후 자신이 주술 재료를 주방 어딘가에 분명히 두었다면서 집기를 마구 꺼내 바닥에 팽개치면서 난장판을 벌인 후 안나에게 "혹시 당신 음모 좀 없어? 아! 까먹었군. 하나도 안 남았었지!"라고 쏘아붙힌다. 그날 밤 침대에서 스티븐은 이미 상황이 개판인데 자기들끼리 싸워서 더 악화시키지 말자고 화해를 요청하지만 안나는 "그래, 온 식구가 다 죽어 자빠진 후에 해결책을 찾아보면 되겠군. 얼마나 쉬워?"라고 빈정댄 후 애들 먹일 영양식이나 더 가져오라고 한다.
그날 밤 스티븐은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모종의 결심을 하고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서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스티븐은 안나를 다정하게 깨우고 시간을 묻는 안나에게 8시 10분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안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안나를 데리고 지하실의 당구장으로 데려가는데 그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마틴이 의자에 묶여 있었다. 굳어진 안나에게 스티븐은 "마틴이 애들이 보고 싶다고 찾아왔는데 애들이 아파서 내가 애들이 나아질 때까지 있다 가라고 했어. 안나, 마틴이 좋아하는 레모네이드 좀 만들어주겠어?"라고 말한다. 스티븐을 쳐다보던 안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다. 마틴은 스티븐에게 엄마가 걱정할 테니 내보내달라고 하지만 스티븐은 "네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이 살인자라면 좋아할까?"라고 한다. 그러자 마틴은 굳이 그런 용어를 고집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살인자는 자신이 아니라 스티븐이라고 하면서 당신이 이 사단을 불러일으킨 걸 정말 모르겠냐고 묻는다. 스티븐은 입 다물라고 하지만 마틴은 계속 떠들며 "이따금 보면 순진한 건지... 과학을 하는 사람이면 순진할 수가 없는데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세요? 오늘 처음 본 사이였으면 오해할 뻔 했어요."라고 떠들고 스티븐은 마틴의 입을 주먹으로 후려갈긴다. 그러자 마틴은 피를 뚝뚝 흘리며 예시를 하나 보여주겠다고 하더니 스티븐의 팔을 물어뜯어 찢어놓는다. 그리고 "제가 사과를 할까요? 아님 그 상처를 어루만져 줄까요? 그랬다간 더 아프기나 하겠죠. 당신과 내가 모두 괜찮아지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요."라고 자신의 팔을 물어뜯어 똑같이 찢어놓는다. 그리고 "이제 알아들으시겠어요? 이건 비유에요. 상징이고요."라고 한다.
한편 스티븐의 자동차 트렁크에서 마틴의 피를 닦아내며 스티븐이 마틴을 납치한 증거를 인멸하고 있던 안나는 난데없는 총소리를 듣고 지하실로 달려간다. 지하실로 달려가보니 스티븐이 이미 마틴의 허벅지를 총으로 쏜 상태였다. 스티븐은 마틴에게 "죽음이 뭔지 가르쳐 주마! 네 두개골이 박살나서 사방에 흩어질 거야!"라고 소리를 치고 마틴은 "날 쏘고 나면 어쩔건데요?"라고 맞받아친다. 스티븐은 네놈 시체가 썩게 마당에 정원에 파서 묻어버리겠다고 하고 마틴은 그럼 큰 구멍을 파라고 한다. 그리고 총알을 한 방만 쐈는데 왜 네 사람이 죽었을지 평생 알아내지 못한 채 궁금해 하라고 소리치고, 흥분한 스티븐은 마틴의 머리에 총을 겨누지만 안나가 그를 진정시키자 총구를 내린다.
그 시각, 킴은 휠체어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킴은 총소리에 아빠가 마틴을 죽이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만약 그랬다면 총알 한 방으로 네 사람을 죽이는 셈이 되니 비극적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킴은 자신은 병이 나으면 마틴과 살 것이라면서 스티븐이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밥을 죽일 것이 틀림없다는 투로 우리 모두가 너를 사랑하고 너에 대해 참 안타깝게 여기지만 아빠도 나머지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선 선택권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밥은 엄마아빠가 자신을 위해 피아노를 사 줬는데 아마 누나가 겁 먹을까봐 안 말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불안하게 담배를 빨던 킴은 마틴이 선물한 MP3를 잃어버렸다면서 열흘 새 MP3를 두 개나 잃어버렸는데 만약 밥이 죽으면 밥의 MP3를 자신이 가져도 되냐고 물으면서 "제발, 제발, 제발"이라고 덧붙힌다.
그러자 밥은 거실로 기어가 가위를 찾은 후 자신이 아끼던 곱슬곱슬한 장발을 잘라서 머리를 짧게 만든다. 그리고 손을 씻고 있던 스티븐을 찾아가서 아빠가 시키는 대로 머리를 잘랐다고 자랑하면서 왜 진작 말 안듣고 그 불편한 머리를 유지했는지 모르겠다고 한 후 화초에 물을 주겠다고 정원으로 기어나가려 한다. 스티븐이 아빠가 이미 줬으니 내일 주라고 하자 밥은 안과의가 되고 싶어했던 말은 사실 엄마 기분이 좋으라고 한 말이었고 사실은 더 중요한 심장전문의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스티븐에게 자신을 죽이지 말 것을 간접적으로 호소한다.
그날 밤 스티븐은 정원에서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한동안 오열한다
다음 날 스티븐은 밥과 킴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교장인 말콤 머독[16]에게 자신의 자식들에 대해 묻는다. 머독 교장은 밥은 수학과 물리학에 재능을 보이며 킴은 음악, 역사,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각자 서로가 못하는 분야를 잘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킴은 아가멤논과 이피게네이아 비극[]에 관련된 에세이를 발표하여 A+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자 스티븐은 애들의 행실은 어떻냐고 묻는데, 교장은 둘 다 점잖은 편은 아니지만 교사들에게 무례하게 군다든가 하는 심각하게 나쁜 비행을 저지른 적은 없다고 하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즉각 알려드렸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스티븐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누굴 고르겠냐고 교장에게 묻는다. 교장은 어려운 질문이라고 고민하더니 고르지 못하겠다고 대답한다.
한편 안나는 킴과 밥을 데리고 지하의 당구장으로 내려가 마틴과 만나게 한다. 마틴은 애들이 정말 보고 싶었는데 데려와 줘서 고맙다고 하고 밥에게 한번 안아 달라고 하지만 밥은 의자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마틴은 "이해해. 넌 남자잖아. 아버지가 지금 집에 없으니 네가 가장이지."라고 한다.[18] 안나는 총상을 입은 마틴의 허벅지를 치료해 준 다음 마틴의 양 발에 입을 맞춘다. 하지만 밥을 안아서 데리고 나가던 안나에게 마틴은 밥은 이제 곧 죽으니까 뭐라도 하고 싶으면 서두르라고 할 뿐이었다.
그날 밤 안나는 먼저 잠자리에 든 스티븐의 손을 잡고 마틴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애무한다. 하지만 스티븐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옷을 벗고 나체의 상태에서 침대 위에 누워 스티븐이 좋아하는 전신마취 자세를 취하지만 스티븐은 상대하지 않고 불을 꺼서 자신이 관계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다. 그러자 안나는 스티븐을 끌어안으면서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가장 논리적인 선택은 아이 중 한 명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킴은 마틴이 갇혀 있는 지하실까지 기어 내려가 마틴에게 담배를 준다. 그리고 다들 자고 있으니까 지금 달아나면 된다면서 자신을 낫게만 해준다면 마틴을 데리고 멀리 달아나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기다려도 자신의 하반신이 여전히 마비된 상태이자 킴은 점점 더 격앙되어 마틴에게 "안 되잖아. 더 노력하란 말이야."라고 다그치기 시작하고 급기야 찬장의 공을 잡아 마틴에게 마구 던지면서 "더 노력하라고!"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마틴이 끝내 킴을 낫게 해주지 않자 기어서 달아나게 된다. 얼마 후 잠을 자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아이들의 방을 둘러본 스티븐은 킴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온 집안을 뒤져보다가 지하실까지 내려가서 마틴에게 킴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소리친다. 마틴이 킴은 떠나버렸다고 하자 스티븐은 마틴을 후려갈긴 다음에 안나와 함께 킴을 찾으러 간다. 한동안의 야밤 수색 끝에 스티븐은 무릎이 피투성이가 되어 인도 위를 기어다니던 킴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치료한다. 킴은 치료를 받으면서 스티븐에게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었다면서 자신을 죽여 안나와 밥을 살리라고 한다.
스티븐은 말없이 그 말을 듣고 있다가 킴의 뺨에 입을 맞춰준다
다음 날 킴과 밥에게 먹이기 위한 영양식을 가져 온 스티븐은 안나에게 마틴에게 진정제를 놔주었냐고 묻지만 안나는 마틴을 풀어줬다고 대답한다. 스티븐은 흥분해서 무슨 생각으로 그랬냐고 안나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지만 안나는 스티븐을 뿌리친 후에 그 애를 잡아둔다고 변하는 게 없다는 것은 나나 당신이나 모두 알지 않냐고 말하고 가버린다. 그날 저녁 안나는 움직일 수 없는 밥을 물수건으로 닦아 씻겨주고 있었다. 그때 킴이 안나에게 혹시 병원에서 안나에게 욕을 했던 것을 스티븐에게 일렀냐고 물어보고 안나는 당연히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킴은 그때 약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면서 사과하지만 안나는 입 다물라고 한다. 킴은 안나에게 계속 "허리가 아프지 않아? 몸이 이상하지 않아?" 라면서 마비 증상이 나타나지 않냐고 묻다가 안나에게 뺨을 맞는다.[] 다음 날 아침, 스티븐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안나를 한동안 매섭게 노려보면서 그가 아내를 제물로 바치는 것을 고려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날, 방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밥이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눈에서 뭔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닦아낸 밥은 그것이 피라는 사실에 굳어지고 킴은 그걸 확인하자마자 "아빠! 밥이 죽어가!"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스티븐은 밥을 침대 위에 앉혀 피눈물을 닦아내 주고 밥은 스티븐에게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묻는다. 스티븐이 모르겠다고 하자 밥은 자신은 반에 남자애 둘 여자애 하나가 있다고 말한다. 그날 오후, 스티븐은 침대보를 정리하고 있던 안나에게 밥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거실로 내려오라고 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도래했다는 것을 직감한 안나는 애들은 어디 있냐고 묻고 스티븐은 이미 거실에 모여있다고 대답한다. 안나는 침대보를 마저 정리한 후에 당신이 좋아하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내려가겠다고 대답하고 스티븐은 좋을대로 입고 서둘러만 달라고 한다.
완전히 어둑어둑해질 무렵, 머피 일가는 거실에 모이게 된다. 밥, 킴, 안나는 모두 테이프로 완전히 결박되어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입까지 테이프로 봉해진 상태였다.[] 잠시 후 스티븐이 나타나 준비해둔 베게피 세 개를 차례로 식구들에게 씌운다. 안나와 킴은 배개피를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밥은 몸부림치며 저항한다. 하지만 몸이 묶인 상태에서 별 소용이 없어서 곧 얼굴이 가려진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스티븐은 거실 한 켠에 세워둔 총을 집어들고 장전한다. 그리고 검은색 비니로 얼굴을 턱끝까지 완전히 가리고 제자리에 서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묶여 있는 세 식구를 한번씩 조명하고 스티븐이 마침내 첫발을 발사하여 킴 옆에 있던 전등을 박살낸다. 비니를 벗고 전등만 맞춘 것을 확인한 스티븐은 다시 한발을 장전한 다음에 빙글빙글 돌다가 안나 옆의 찬장을 쏴서 맞춘다. 스티븐은 다시 얼굴을 가리고 빙글빙글 돌다가 다시 한발을 쏘는데 비니를 벗고 확인하니 밥이 가슴에 총을 맞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스티븐은 형용할 수 없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보고 잠시 부르르 떨던 밥은 피로 물들며 축 늘어진다.
얼마 후 모두 정상이 된 머피 일가는 스티븐과 마틴이 만나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 식구는 모두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 순간 마틴이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스티븐은 마틴을 흘긋 쳐다보고는 무시하고 안나도 잠시 참담한 표정으로 마틴을 노려보는데 킴도 마틴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주문한 감자튀김 위에 케찹을 잔뜩 뿌리고 하나씩 집어먹으면서 마틴과 시선을 교차한다. 마틴 역시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며 머피 일가를 흥미롭게 구경한다. 안나가 스티븐에게 식당에서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자 스티븐은 자리에서 일어서고 머피 일가는 모두 그의 뒤를 따른다. 스티븐은 끝내 마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지만 안나는 증오스러운 눈길로 마틴을 한번 노려보고, 킴도 오묘한 시선으로 마틴을 쳐다보다가 식당을 나간다. 마틴은 이 모든 모습을 눈 한 번 떼지 않고 쳐다보며 이들을 바라보는 마틴의 얼굴을 비춘 다음 영화는 끝난다.
영화 평가
마더!처럼 신화적인[] 상징과 주제를 차갑고 냉정한 톤으로 그려낸 충격적이고 끔찍한 그로테스크 호러 영화라는 평이 많다
독특한 촬영구도, 그리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음향효과와 무미건조한 배우들의 대사, 그리고 배리 키오건의 연기가 인상깊다는 평. 다만 불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의 설정과 마틴의 능력에 대한 설명은 없고 헤어나올 수 없고 저항할 수 없는 비극을 맞닥뜨리게 된 인간군상을 아주 건조하게 포착한다. 카메라는 높은 곳에서 인물들을 빈번히 내려다보며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 내던져진 구경거리처럼 보이게 하고,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느낌의 대사톤과 적은 모션의 연기는 마네킹을 세워두고 대사를 씌운 듯한 느낌마저 준다. 마치 희극이 아닌 비극의 무대에 올려진 푸콘 가족 같다. 때문에 관객이 극중 인물들에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고 일정 거리 이상 밀려나 영화를 바라보게 한다. 게다가 이런 비극에 빠진 이야기에 흔히 존재하는 고결한 자기희생이나 참회는 없고,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듯한 인물들의 언행은 관객을 매우 심란하게 만든다.
영화에 강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분모적인 감상은 일단 영화의 불합리한 설정에 순응해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느닷없는 형벌의 시작과 그 형벌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고뇌 없는 무감정 반응에 불편해한다. 의료 검사를 통해 어떻게든 원인을 밝혀보려는 시도는 있지만 그외에 경찰과 같은 공권력이나 가능한 수단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없어 답답해 하는 관객도 있다. 초현실적인 재난에 처해진 인간이 보여줄 듯한 혼란이나 분노, 공포와 같은 감정 표출이 없고 일반 상식과 윤리, 도덕적인 관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언행을 계속 보여주기에 관객들이 공감하기 힘들다. 일반적인 영화 문법에서 보이는 비극에 대항해 싸우다 갈등하기도 하지만 관계와 과거를 성찰하고 결국엔 극복해내는 전개는 없다. 그런 기대를 무참히 부수는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은 관객을 무력감에 빠뜨린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이야기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인 후 영화를 바라보면 인물들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게 되고 이후 전개에 희망고문을 당하지 않는다. 그저 높은 전망대에서 무대 위에 던져진 부조리한 인간군상을 관망한다. 그러면 인물들의 언행들이 우습고 처연해 보이는 블랙 코미디로 보인다.
부조리극의 무기력, 블랙 코미디의 냉소를 넘어 신화와 종교, 신과 인간, 권력과 복종, 인간심리의 원초적 본능과 이기심, 복수의 원형을 탐구한 작품으로 바라보면 많은 얘깃거리와 생각거리를 준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고 그 신화의 등장인물들과 상징들을 현대 가족극으로 담아낸 데다 인물들의 개연성 없고 의미없어 보이는 부조리극의 말과 행동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같은 주제에서도 전혀 다른 감상을 내놓을 정도로 해석의 다양성이 크다.
다양한 해석 중 한 갈래를 소개하자면 권력의 유지와 완성을 위한 소름끼치는 지배자의 위선을 살필 수 있다. 영화에서 모든 것 위에 올라선 인물은 설명 없는 권능을 휘두르는 마틴으로 보인다. 하지만 잘 되새겨보면 영화에서 가장 권위를 갖고있는 인물은 스티븐이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의사로서 타인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수술 장면을 보여주고, 가정내에서도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르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의 힘을 휘두르며 복수하는 마틴은 스티븐에게 관심과 애정을 갈구한다. 마틴이 형벌을 내릴 때도 스티븐은 죽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못 박는다. 죽음의 초조함이 지배하는 영화에서 가장 죽음으로부터 빗겨난 인물이 스티븐이다. 그의 영화내 위치를 완전히 확립하는 장면은 마틴을 납치, 감금하는 장면이다. 초월의 힘을 보여준 마틴도 스티븐에게 뭉개진다. 그리고 총알 한 발로 4명을 죽일 수 있다는 대사를 통해 스티븐은 영화 내에서 죽음에 관한 가장 큰 힘을 휘두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티븐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다. 그의 과실은 의사라는 지위를 통해 살인으로 처벌 받지 않는다[6]. 그렇기에 마틴이 초현실적인 처벌을 내렸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처벌로 인해 오히려 그의 권위는 막강해지고 완성된다. 마틴은 '이 일만 끝나면 모든 게 다 잘 풀릴거예요.'라며 스티븐을 채근했는데 빈말이 아닌 진심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그의 가족들은 스티븐에게 순종을 맹세하며 처절하게 경쟁하고 오직 그의 마음에 들려고 열중한다. 형벌의 기간 동안 스티븐의 가부장 권위는 점점 올라가고 스티븐 개인의 갱생은 희미해져 간다. 희생자를 골라야 하는 순간조차 스티븐은 자신의 의지로 고른 후 그 선택에 대한 죄책감을 감당하려고도 않는다. 눈 가리고 러시안 룰렛을 함으로써 최대한 회피한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스티븐 가족은 조용하고 단란한 모습을 보인다. 한 명의 가족을 희생하는 시련 속에서 스티븐은 죄책감도 회피하고 권력을 강화한 후 자신의 완성된 권좌에 올라선다.
스티븐의 권력과 그에게 복종하는 가족들을 통해 가부장의 권위, 기득권의 권위, 지배층의 권위에 올라선 자와 그에 복종하는 자들의 세태를 기괴하게 냉소한다. 신의 권능 마저 자신의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써 버리고 책임을 회피하고 감담할 의무마저 던져버리고 불합리한 복종, 순종을 강요하는 그들을 영화에 전시한다.
스티븐의 권위에 관해선 그의 권위가 산산히 부숴진다는 해석도 있다. 과학과 논리의 합리성으로 지어진 권위의 성채가 마틴의 비합리적인 권능에 의해 무너져 내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들에게 집안일을 분담시킬 때도 강압적인 명령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분담하는 일에 대해 논리적인 근거를 열거하며 합리적인 방안임을 납득시킨다. 가장의 위치에서 강압의 권력을 휘두를지언정 그 외피에는 합리성이라는 명분과 작동 원리가 있었다. 그런 합리성이 마틴의 설명될 수 없는 권능에 깨지자 스티븐은 아들을 차가운 병원 바닥에 내던지며 시험하고, 부엌을 뒤집어 엎고, 끔찍한 욕설을 내뱉고, 총을 들고 폭력을 휘두른다. 합리성의 외피가 벗겨지자 본연의 날것을 드러내며 등장인물들 중 가장 추한 사람이 된다. 마틴의 심판을 받아들이며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다른 가족들과는 다르다.
이 작품이 탐구한 복수의 원형과 본질은 등가교환이다. 복수의 집행자인 마틴은 가히 등가교환의 화신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공평하게 교환하려 한다. 선물을 받으면 주고, 자신의 겨드랑이 털을 보여주고 스티븐의 겨드랑이 털을 보았고, 초대를 받으면 자신도 초대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그 원인제공자인 스티븐으로 채우려 하고, 가족의 목숨은 가족의 목숨으로 받으려 한다. 다만 그런 교환의 주체에서 특성을 제거해 최소단위로 계량화한다. 비싼 고급 시계를 받았다고 그와 비슷한 비싼 물건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받았으니 물건을 준다. 아버지를 잃게 했다고 아버지와 관련된 추억, 감정까지 가져와 요구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자리 혹은 가족의 목숨으로 공평한 교환이다. 누가 더 아끼고 사랑했기에 이득이고 손해다 하는 개념은 없다. 물건이든 행위이든 목숨이든 그에 담긴 가치, 개성, 특성, 소중함은 지워지고 원형의 본질만 남는다. 그리고 그 본질을 등가교환한다. 마틴이 신의 위치에서 인간과 세상을 내다보는 관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영화에서 마틴이 안나를 앞에 두고 스파게티를 먹으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말하는 장면에서 아버지와 자신이 스파게티를 먹는 방식이 똑같다는 주변의 말이 있어서 기뻐했지만 알고보니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스파게티를 먹는 것을 알고 아버지의 죽음 때보다 더 슬퍼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특별한 유대감을 갖게 해주는 먹는 방식에 애착이 있었는데 그 방식이 둘만의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누구나 먹는 방식이었다는 걸 알면서 실망한 것이다. 스파게티를 먹는 것은 먹는 것이고 거기에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사라졌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개성과 그로 말미암은 동질감이 의미없다는 자신의 의중을 드러낸다. 스티븐이 찔리는 마음에 마틴에게 선물을 주며 호의를 베풀어도 그것이 보상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스티븐이 마틴에게 준 모든 것은 바로 다시 마틴이 스티븐에게 돌려준다. 아버지의 자리, 목숨을 대신할 수 없다. 스티븐이 보여준 논리와 합리의 사고방식을 본다면 스티븐 본인도 언젠가 마틴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이 찾아오리란 것도 예감하고 있었다. 스티븐도 등가교환의 논리에 매여 있다. 다만 스티븐이 예상 못한 것은 마틴이 신의 권능으로 스티븐의 세상을 내외적으로 부숴버린 것이다.
마틴이 이 등가교환에 대한 의견을 두 개의 지점에서 밝히는데 그때마다 묘하게 의미가 바뀐다. 처음은 스티븐과 병원 휴게실에서 이 등가교환에 대해 설명하며 '균형(balance)'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리고 집에서 안나를 맞아 넌지시 말할 때 '공평(fair)한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정의(Justice)에 가깝다'고 했다. 등가교환이 자아내는 의미가 '균형'에서 '정의'로 옮겨간다. 이에 대해서도 많은 해석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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