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연출, 설경구, 변요한 주연의 영화.
영화 시놉시스
“이 양반은 대역 죄인이니 너무 잘해줄 생각들 말어”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그 곳에서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이에 바다를 훤히 알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창대’가 혼자 글 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거래라는 말에 ‘창대’는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 간다.
"너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지?"
그러던 중 '창대'가 출세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약전'은 크게 실망한다.
‘창대’ 역시 '정약전'과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정약전'의 곁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결심하는데...
영화 명대사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않는 자산(玆山) 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설경구 배우가 뽑은 명대사. "정약전이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반영된 대사여서 선택."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응께요.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변요한 배우는 창대 캐릭터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대목으로 선정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정약전)
"배운대로 못살면 생긴대로 살아야지."(창대)
이준익 감독 선정. 정약전과 창대 캐릭터의 가치관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두 사람이 나이와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고 벗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표현하는 대사"
"씨만 중허고 밭 귀한 줄은 모르는 거 말이여라. 씨 뿌리는 애비만 중하고 배 아파가꼬 낳고 기른 애미는 뒷전인디. 인제 자식들도 애미 귀한 줄 알아야 써."(가거댁)
이정은 배우. 배운 것 없어도 사람된 도리를 본능으로 깨친 여인. 잘 먹이고, 편히 재우고, 아궁이 불처럼 은근히 타오르는 남도 사랑꾼의 돌직구.실제론 정약용이 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 속 강진 동문주막 일화를 가거댁의 입을 빌어 녹여낸 대사
영화 등장인물
설경구 - 정약전 역
변요한 - 장창대 역
이정은 - 가거댁 역
도희 - 복례 역
차순배 - 풍헌 역
강기영 - 이강회[] 역
류승룡 - 정약용 역 이하 우정출연
조우진 - 별장(別將) 역
방은진 - 창대 모 역
김의성 - 장 진사 역
동방우 - 나주 목사 역
최원영 - 정약종 역
윤경호 - 문순득 역
조승연 - 이벽 역
정진영[] - 정조 역
영화 줄거리
1801년(순조 1년),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가는 배에서 과거의 일들을 떠올린다.
정약전의 기억은 그가 선왕인 정조대왕을 알현하던 때에서 시작된다. 정조는 정약전에게 자기 밑에서 벼슬을 살고 있는 정약전과 정약용 두 형제가 서학을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이 다른 벼슬아치들에게 약점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과 벼슬을 사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온갖 음해에도 버티는 것이라는 조언을 해 준다.
정조 사후, 순조가 11세의 나이로 즉위를 하게 된다. 정조의 우려대로 정약용, 정약전을 제거할 기회를 노리던 신하들은 서학을 믿는 정약용과 정약전이 황사영 백서 사건에 연관되었다[]는 이유로 순조에게 이들을 벌할 것을 요구한다. 순조는 선왕이 아끼던 두 신하를 처벌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어린 나이의 순조 대신 수렴청정을 하던 정순왕후는 이들을 처벌하기로 한다.
결국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3형제는 의금부로 끌려가 심문을 받는다. 정약종은 서학을 버리지 않아 이후 잡혀온 황사영과 함께 처형[]당하지만, 정약전과 정약용은 정약전의 적극적인 변호 덕분에 자신들이 황사영과 뜻이 다르다는 점[이 참작되어 처형을 면하고 유배를 가게 된다. 본래 정약용이 흑산도, 정약전이 강진으로 유배를 갈 예정이었지만 정약전이 더 위험한 인물이라고 판단한 신하들은 둘의 유배지를 바꾼다. 이후 두 형제는 나주에서 헤어져 각자 유배길에 오른다.
흑산도에 도착한 정약전은 가거댁[]이라는 과부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러면서 정약전은 장창대라는 마을 청년을 알게 되는데, 창대는 과거 장 진사가 흑산도에 머물다 마을 여성과 정을 통해 얻은 서자로, 이후 장 진사는 창대가 어릴 때는 흑산도에 가끔 들르고는 하였으나 지금은 발길이 끊긴 지 오래라 섬에 그대로 버려진 상태였다. 그래서 창대는 어릴 때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이후에는 출세를 하고 싶어서 글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섬에 책이 얼마 없는데다[9] 글공부를 해도 출세를 할 수 없어서 섬의 다른 주민들처럼 고기잡이나 하고 있는 신세였다.
정약전은 강진에서 저서 활동과 제자 양성에 힘쓰는 정약용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저서에 대해 논하는 한편, 백성들을 위해 어류도감을 쓰기로 결심하고 창대에게 접근해 자신은 글을 가르칠 테니 창대에게 물고기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줄 것을 요구한다. 나름대로 성리학 공부를 한 창대는 처음에는 서학을 배운 대역죄인에게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정약전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 덕분에 정약전은 창대의 도움으로 어류도감을 쓰게 되고, 정약전의 어류도감은 주민들이 먹는 고기로 보지 않았던 아귀나 짱뚱어 등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 흑산도 주민들의 구휼에 도움을 주는 등 실제 백성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한편, 정약전에게 사사받은 창대 또한 마을 사람들을 가르칠 정도로 뛰어난 학식을 갖춘다. 이윽고 창대는 마을 처녀 복례와 혼인을 하고, 정약전도 동거하던 가거댁과 깊은 관계가 되어 둘 사이에 자식을[]보게 된다.
정약전이 섬에 온 지 14년 후, 정약용의 유배가 풀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정약전의 유배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결국 정약전은 유배가 풀리기 전에 흑산도보다 육지에서 더 가까운 우이도로 거처를 옮기기로 하고, 창대에게 같이 따라갈 것을 권한다. 한편, 창대의 학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안 창대의 아버지 장 진사는 창대에게 과거를 보게 할 기회를 줄 테니 따라갈 것을 요구한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대로 세상을 바꾸길 원했고 부양할 처자식이 생긴 창대는 결국 장 진사를 따라가기로 하고 정약전에게 작별 인사를 올리지만, 정약전은 창대의 뜻이 세상에 출세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한다. 결국 창대는 가족과 육지로 가고, 정약전은 가거댁과 자식들을 이끌고 우이도로 가서 어류도감을 마저 집필한다. 하지만 오랜 유배 생활 탓인지 정약전의 건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과거에 합격한 창대는 장 진사의 추천으로[] 나주 목사 밑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창대가 겪은 현실은 매우 가혹했다. 벼슬아치들은 아전들과 백성들의 비참한 삶에는 관심도 없이 세금만 걷어갔고, 아전들은 벼슬아치들에게 녹봉 하나 받지 못해 자기들 몫까지 뜯어가려고 백성들을 더 가혹하게 수탈했고, 이로 인해 백성들은 군포와 같은 경우 갓난아기나(황구첨정), 죽은 사람들에게까지(백골징포) 매겨지고, 먹고 살기 위해 나라에서 빌리는 곡식(환곡)에 모래가 잔뜩 섞이는 등(분석) 가혹한 징세에 고통받고 있었다. 창대는 이에 분노하지만 나주 목사와 장 진사는 이를 알면서도 외면했고, 벼슬아치들과 아전들은 기생집에서 창대가 너무 착해서 그렇다, 앞으로 이런 일도 익숙해질 거라는 말을 하며 백성들을 아무렇지 않게 수탈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뜯길 것이 없어서 마지막 남은 재산인 소까지 뜯기게 된 가족 중 남편이 관아 앞에서 자기는 군포를 내느니 차라리 남자 구실을 포기하겠다며 낫으로 성기를 자르고, 아내는 잘린 성기를 들고 아전들 앞에서 통곡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창대는 아내를 끌어내려는 아전의 행동에 분노해 결국 그의 목을 졸라 죽일뻔 했으나 다행히 죽지는 않아 참수형은 면한다. 이 때 정약전이 작성하는 갑오징어 관련 내용과 창대가 성게의 입 속에서 파랑새가 나왔다고 하는 설명이 겹쳐 나오는데, 성게 입에서 파랑새가 나올 때에는 시종일관 흑백이던 화면 속에서 파랑새만이 파란 색을 유지하고 있다.
정약전은 갈수록 나빠지는 몸을 겨우 추스리며 어류도감을 작성하던 도중 소라 껍데기를 보고 창대가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기면 소라 껍데기가 스스로 소리를 낸다고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후 백성들의 원성을 상징하듯 창대가 수많은 소라껍데기 위에 누워 있고 소라 껍데기들이 소리를 내는 장면이 지나간다. 이후 정약전은 어류도감을 집필하다 앉은 채로 세상을 떠난다.
결국 창대는 아전을 죽일 뻔한 일로 인해 옥에 갇힌다. 장 진사는 이 일로 자기도 손해를 많이 봤다며 왜 그랬냐고 따지고, 창대는 이에 '배운 대로 못 살면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고 답하고 흑산도로 돌아간다.
가족과 함께 흑산도로 가던 도중 스승이 있는 우이도에 들른 창대는 정약전의 장례식에 참석해 조문을 하게 된다. 창대는 그가 남긴 어류도감, 자산어보와 그가 남긴 편지를 가지고 돌아간다.
다시 흑산도로 가는 배에서 복례는 '역시 나는 흑산도가 가장 살기 좋더라' 라는 말을 하고, 창대는 이에 '흑산도가 아니라 자산도' 라는 말을 한다. 이후 흑백으로 보이는 흑산도 전경이 컬러 화면으로 바뀌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평가
기존의 대부분의 다른 사극 영화, 드라마 등 매체에서는 '귀족이나 양반은 이상이나 명분 탁상공론 허례허식', '하층민이나 서민 등은 실용이나 현실'과 같은 이분법적인 묘사가 많았다. 반면 이 영화의 특징은 상류층이지만 현실적인 정약전, 하층민이지만 이상적인 창대의 대비를 통해 그런 뻔한 구도를 깨버린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기존 사극의 역할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개혁적이고 탈보수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정약전조차 창대한테 "상놈 상놈"거리는 '전근대적 신분의식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눈여겨볼 특이점이다.
물론 극중에서는 상놈이 창대를 인격적으로 비하하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결국에는 아무리 당대 기준에서 깨어있다는 지식인이라도(더군다나 천주교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태생적 이데올로기(성리학적 신분관념)'마저 극복하는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치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리학적 사회 안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두 인물을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재조명하고 있다. 이 점에서 또다른 이준익표 명작 사극 영화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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