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사회가 열린 후, 대체적인 평들은 '뛰어난 전투 씬의 규모와 스타일'을 칭찬하고, '고질적인 신파와 비장미', '주연 조인성의 연기력' 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상당한 액션씬과 연출미 등에 칭찬받고 있는 안시성이지만, 조인성과 설현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 박성웅의 중국어의 어색함, 여성 캐릭터, 특히 신녀의 아쉬운 활용고구마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 태종 역시 박성웅이라는 대배우를 썼지만 그에 걸맞는 캐릭터성이나 인물 묘사가 거의 없다.
기자 및 평론가들에게는 같은 날 개봉하여 경쟁할 한국영화 명당, 협상보다 좋은 점수를 받는 중. 추석 연휴 대목을 노린 한국 영화 4파전[1]에서는 흥행 면에서 승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시사회로 첫 공개된 이후 전쟁씬이 좋다는 평들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같이 개봉한 명당이나 협상은 정적인 영화이고 안시성은 스크린에서 눈의 즐거움이 충족되는 대규모의 씬들이 있기 때문에 비싼 돈 내고 영화관 가는데 이왕 가는거 큰 스크린에서 전쟁씬을 보자는 입소문이 작용한 듯보인다.
영화 평론가 및 전문가의 평
공들여 찍은 전투는 돋보인다만
- 박평식 (씨네21) (★★☆)
자세가 좋아서 타율도 좋은 타자[2]
- 이용철 (씨네21) (★★★☆)
호쾌하고 역동적인 화면으로 재구성한 승리의 역사
- 장영엽 (씨네21) (★★★☆)
액션 연출은 완승, 여성 캐릭터 활용은 완패
- 송형국 (씨네21) (★★★☆)
액션의 규모로 끝장을 보려는 야심(에 휩쓸려간 드라마…)
- 임수연 (씨네21) (★★★)
고구려부심이 쩐다
- 허남웅 (씨네21) (★★☆)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듯한 135분, 스케일과 액션과 비주얼로 승부건다
- 박은영 (무비스트) (★★★)
스펙터클한 전투의 재현과 그걸 놓치지 않는 카메라의 리듬
안시성의 흐름은 총 네 번의 큰 전투와 함께 간다. 전투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를 형성한 색다른 구성의 사극. 고구려와 당나라 간의 격돌, 그 리듬을 정확히 캐치한 촬영과,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하는 CG의 조화가, 전쟁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온다. 흡입력 있는 액션, 기존 사극의 톤과 차별화되는 모던한 연출이 단연 돋보인다. 여기 고대사의 히어로인 양만춘과 각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하지만 전투의 흐름에 비해 캐릭터 간을 오가는 드라마의 감정선은 다소 약한 편이다. 조선사를 넘어 민족의 영웅으로 이미 스토리가 구축된 명량의 이순신 서사와 달리, 고구려의 영웅 양만춘이 전개하는 승리의 서사가 관객에게 어떤 감정의 기폭제를 형성할지 관건이다. 그럼에도 135분의 러닝타임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는 잘 짜인,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즐긴 기록할만한 사극이다.
- 이화정 (씨네21) (★★★☆)
히어로영화의 스타일로 안시성 전투를 구현한 사극 전쟁 액션영화. 초당 1,000프레임의 고속촬영으로 완성한 캐릭터들의 개별 액션 신, 공성전과 토산 전투를 비롯한 군중 전투 시퀀스 등 액션의 스타일과 규모에서는 기존 한국 전쟁영화들을 압도한다. 기존 전쟁 영웅들의 관습을 비튼 양만춘의 캐릭터 설정도 고구려라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과 함께 안시성의 차별화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인성의 부족한 발성과 발음은 전투의 극적인 순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여기에 비극적 상황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비장함의 반복이 맞물려 영화의 톤과 템포가 급격히 무너진 점은 못내 아쉽다.
- 서정환 (무비스트) (★★★)
1, 2, 3차 공성전으로 구성한 안시성 전투는 규모와 볼거리 면에서 확실한 재미를 보증한다. 조인성은 자신만의 ‘양만춘’을 빚어내 안시성의 무게 중심을 제대로 잡는다. 다만 극의 긴장감을 쥐고 있어야 할 ‘양만춘’과 ‘사물’의 관계 무게추가 팽팽하지 못하며, 서사의 일부를 확실하게 책임져야 하는 몇몇 조연급 역할의 강렬함도 약한 편이다. 대역 없이 액션을 소화한 설현의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의 수확.
- 박꽃 (무비스트) (★★★☆)
공든 탑이 쌓아올린 절반의 성취
할리우드 영화와 비견할 만한 전투 신은 단연 볼거리다. 최첨단 촬영과 막대한 제작비와 물량을 투입해 장관을 연출한다. 한국 영화의 성취라 할 수도 있다. 아쉬운 부분은 역사에 단 세 줄로 기록된 안시성 전투와 양만춘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 점이다. 전형적인 캐릭터는 매력도가 높지 않고 이야기 전개와 구성도 기존 전쟁 사극을 뛰어넘지 못한다. 주어진 역할과 임무에 충실한 배우들과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전투가 시선을 잡아 끌지만 예상 가능한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피로도가 적지 않다.
-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
단점을 먼저 언급하자면, 긴 러닝타임의 대서사격 작품에서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안았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드라마의 분산은 자연히 발생하고, 시대적 상황이라는 제약 탓에 액션과 묘사에서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의 문제점이지, 기본적인 관람요소에는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능글맞으면서도 권위를 내려놓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인간적인 리더의 면모를 보인 조인성의 양만춘은 가벼움과 역사적 진지함 사이에 놓인 이 영화의 정서와 어울림을 보여준다. 그외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구성과 이를 신념과 성장물의 형태로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안시성의 메시지로 연결되어 인상적인 드라마로 완성된다. 압권은 네 번의 전투씬이다. 시각적인 완성도와 함께 한편의 교향곡 처럼 각 전투 마다 패배, 승리, 위기, 결말의 테마를 담아 기, 승, 전, 결의 형태로 완성한 방식은 극적인 재미를 불러오게 한다. 진일보된 CG 기술과 함께 스타일리시한 화면으로 독창적인 전투씬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긴 러닝타임의 서사시를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냉정히 말해 독창적인 전투씬과 볼거리라 할 수 없지만 제작, 출연진의 노력과 정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깊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건 바로 조인성의 양만춘이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보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명의 병사들과 주변 인물들이 영웅 양만춘을 만들어 냈듯이, 조인성의 돋보이는 활약도 그렇게 완성될 수 있었다.
- 최재필 (무비라이징) (★★★☆)
전략과 전술이 보인다
5천 명의 군사만으로 지혜를 발휘해 20만 대군을 물리친다. 흡사 ‘삼국지’의 클라이맥스 적벽대전을 연상시키는 서사다. 안시성은 여기에 주몽 이후 누구도 쏘지 못한 ‘전설의 활’까지 등장시켜 판타지적인 영웅 서사를 완성한다. 야사에만 등장해서 상상의 여지가 컸을 양만춘(조인성)은 안시성에서 제갈량이자 아서왕 혹은 레골라스 같다. 영화는 양만춘의 지략이 번뜩이는 전투 장면들을 통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안시성이 전쟁 오락영화로서 지닌 미덕은 전투의 전술과 전략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적을 막아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됨에도 볼거리로서의 재미가 줄어들지 않는 건, 구간마다 다르게 쓰인 전략과 전술 덕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전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이자 스토리다. 몇몇 캐릭터의 개연성이 무너질 때에도, 인물 간 갈등이 허술하게 그려지는 순간에도 전투 영화로서의 시각적 쾌락만은 움켜쥐고 달린다. 안시성은 단점이 없어서 매끈한 영화가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걸 두드러지게 잘해서 인상적인 영화다. 사실 그러기도 쉽지 않다.
단점이 없는 영화가 아니다. 양만춘(조인성)을 제외한 캐릭터 대부분이 철저한 계산에 맞춰 배치됐고, 인물 간 갈등은 편의적이며 설득력 없이 그려진 인물도 있다. 그럼에도 안시성은 단점보다 장점의 강도가 훨씬 강하다. 대중이 즐길 만한 스펙터클한 쾌락 제공에 집중하는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이를 성공해낸다. 무엇보다 이 영화엔 전투의 명확한 전술과 전략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전쟁 오락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췄다. 전투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됨에도 볼거리로서의 재미가 줄어들지 않는 건, 구간마다 다양하게 쓰인 전략과 전술 덕분이다. 220억 제작비의 쓰임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기술력은 할리우드 전쟁영화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양만춘을 너무 영웅적으로 그린 몇몇 설정이 낯간지럽기는 하나, 이 역시 흥행 면에서는 단점보다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양민춘 캐릭터의 긍정적 평가
조인성의 연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영화 속 조인성의 연기가 양만춘이라는 작중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살려내며, 이전까지의 장군이라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는 신선한 시도였다고 칭찬한다.[3] 예를 들면 전투가 코앞인데도 성 내의 백성들을 하나하나 보살피며 그들을 가족처럼 대하거나 자신의 부하들과 마치 형 동생처럼 지내는 모습은 이전의 다른 사극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부분으로, 감독 또한 전형적인 사극 연기가 무엇인지 몰라서 넘어간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한 명의 장군으로서의 양만춘이 아닌 '버림받은 자의 성'의 사람들을 보살피는 하나의 인격자, 지도자(성주)의 느낌을 만들어내도록 의도한 연출로 보고 있다.
압도적인 개마무사와 공성전 묘사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뚜렷하지만 평론가나 네티즌들도 전투 장면 하나만큼은 입을 모아 한국 사극계 베스트로 칭찬하고 있다. 전쟁 묘사는 한국 영화를 포함하여 외국 영화를 기준으로 봐도 수작에 속한다. 안시성을 비판하는 관객들도 "다른 건 모르겠고 전투 씬 하나만 믿고 본다면 그럭저럭 볼만하다."고 평가할 정도. 주인공들에게 정체불명 퓨전갑옷을 입히는 문제는 여전했으나 그 외 고구려 개마무사나 안시성 병사들의 갑옷 고증은 합격점이었으며, 이전의 염가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플라스틱 일본도스러운 칼싸움과 어지러울 정도의 화면 전환 기법에서 탈피해 묵직한 장창을 휘두르며 벌판을 뛰어다니는 개마무사와 도검, 도끼, 쇠뇌 등 다채로운 무기를 사용하는 액션을 보여주었다. 공성무기 역시 여러 종류가 등장해 다채로운 전투 장면을 연출한다. 공성탑과 충차, 투석기, 후반부의 토산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소재가 가득하다. 물론 명작 전쟁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전쟁의 흐름과 전투 과정에서의 전략 묘사는 상당히 세밀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첫 번째 전투 장면이었던 주필산 전투에서는 고구려 기병의 돌격을 당나라 보병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막아내고, 돌격력이 한계에 부딪혔을 즈음 후방에서 돌궐의 기병이 고구려 군의 후방을 기습한다는 전개는 실제 역사와 거의 흡사하게 진행되었다. 양군의 규모가 거의 동등했던 만큼 전쟁 시퀸스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흔했던 소수인 아군 vs 대군인 적군의 구도가 아니라 대군 vs 대군의 양상으로 흘러가서 꽤나 흥미로웠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공성전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한국 사극에서 공성전 하면 항상 등장했던 사다리를 오르는 적병과 성문을 뚫기 위해 육탄 돌격을 하는 적병들이 좀 더 세밀한 전술적 관점에서 다루어졌다는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요인이다. 사다리를 오르는 적병의 경우에는 궁병의 엄호 사격을 받으면서 사다리를 놓고 공성을 감행하고, 사다리가 실패한 뒤에는 운제를 투입하는 등 단조로운 전투 장면에서 벗어난 연출이 이루어졌으며 성문 돌파의 경우 성문이 돌파당한 이후에도 미리 준비해둔 나무 목책을 떨어뜨려 적군을 고립시킨 뒤 섬멸하는 과정을 개연성 있게 보여주었다.[5]
또한 안시성에서의 첫번째 전투에서 묵직한 전투 연출이 빛을 발하는데, 중간중간 등장하는 슬로우모션 연출로 어지럽지 않으면서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전투씬 연출에 성공했다. 돌아가면서 나오는 간부급 캐릭터의 무쌍 장면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투씬이다. 물론 300을 베껴왔다는 의견도 있긴 한데 이는 혹평 부분에서 후술한다.
2차 공성전에서 기름 주머니 작전이 양만춘 단독의 주도와 행동으로 연출되어 양만춘 무쌍처럼 보인 것이나[6], 야간 기습 작전이 뜬금없는 신녀의 밀고로 실패하는 등 맥 빠지는 전투 장면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야습 작전이 특히 고구려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마부대의 몫이었는데 이전까지 기마부대의 활약이 비교적 적었기 때문에 아쉽다는 평이 있다. 다만 야습 작전은 애초에 스토리상 성공할 수 없는 작전이었기에 감안할 필요는 있다.
후반부의 주요 장면인 토산 장면부터는 토산을 쌓는 과정을 빨리감기로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고구려 군과 당나라 군의 저격전을 묘사하는 등 토산을 쌓는 과정에 대한 묘사에도 공을 들였다. 심지어 당나라 군이 거대한 방벽을 세워 토산을 쌓는 병사들을 보호하는 것은 대륙의 기상까지 느끼게 해주는 장면.
안사성에 대한 묘사
안시성 문서의 고증 항목에도 적혀있듯이 이 영화 속 안시성의 모습이 실제 모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안시성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역사스페셜에서 나온 그래픽 복원과 흡사하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평지 부분에 성문과 성벽이 있어 고증을 날려버린 수준은 아니다.
또한 작중에서 안시성에 대한 투석기 공격이 퍼부어진 후 성이 큰 피해 없이 멀쩡하자, 당나라 신하가 당 태종에게 고구려의 성이 겉면은 석재이면서도 안쪽은 흙으로 다져져서 성벽을 지탱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며 고구려성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다가 성벽을 보면 고구려의 성이 ㄷ자 형식으로 치가 돌출되어 3방향에서 적을 공격하기 좋은 특징을 잘 살려낸 것을 볼 수 있다. 성 안의 민가들도 이전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민가가 초가집 일색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북한 같은 산악 지역의 특색에 맞게 나무지붕으로 된 너와집 형태로 나왔다.
무기의 활용
위에도 잠깐 언급됐듯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무기는 활과 환두대도를 비롯한 도검들, 노(쇠뇌), 도끼, 창 등인데 특히 환두대도와 쇠뇌가 맹활약하는 영화는 이 영화가 대표적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세밀하고 멋진 액션신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당나라군을 시원스레 베고 당 태종의 눈 밑에 상처를 내는 모습은 전율과 짜릿한 느낌을 준다. 극 중에 나온 고구려의 활은 조선시대에 정립된 국궁의 모습이지만 당나라군이 쓰는 활과 차별화 되어있다.
고구려 벽화의 모습을 보면 겉모습에서는 조선의 각궁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주몽의 활이 안시성에 있었는가 등 역사적 사실에 신경쓰지 않고 고구려가 주몽 이래 활로 유명하다는 것 정도만 생각한다면 양만춘이 주몽의 대궁으로 당 태종을 저격하는 장면도 통쾌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최종병기 활의 시원한 사격 장면과 명량에서 안위가 조총수 하루를 저격하여 떨어지게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7]
주인공들이 칼을 손에 들고 다니지 않고 제대로 허리에 차고 다니는 점이나, 활을 쏠 때 활시위를 엄지를 이용해 당기는 국궁 사법도 잘 고증된 편이다.
하지만, 중갑을 입은 여성부대장이 손목만을 사용 하여 중갑을입은 남자들을 넘긴다거나, 노(석궁)을 손가락으로 당겨 장전하는등 특정인과 관련한 액션신에서는 몰입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있다.
투석기나 충차[8], 운제[9], 공성탑과 같은 공성전 병기에 대한 묘사도 충실히 되어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전쟁에 대한 묘사
12세 이상 관람가지만 묘사 수준은 19세 관람가에 버금갈 정도로 자세하며 CG 처리한 피와 사람 머리가 여기저기 난자하다.[10]
다만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군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던가, 토산이 무너졌을 때의 개연성, 역사상에는 있지도 않은 여성특수부대(아예 여군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같은 흠이 있다.
부정적 평가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표절문제, 작중 캐릭터들의 연기, 묘사 등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 활용하거나 살려낸 것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만춘 캐릭터의 부정적 평가
영화 관계자 및 평론가, 관객들 가운데서도 양만춘의 캐릭터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영화 내 안시성주 양만춘 역을 맡은 배우 조인성의 연기는 이제까지의 사극에서 다루었던, 위엄 있는 장군이나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마치 친근한 마을 이장님처럼 휘하 부하나 백성들에게 해라체(~하냐?, ~하자)를 사용하며 개전 직전에 당나라의 대군에 압도당한 고구려군을 향해 연설하는 장면에서도 "어떡하냐? 내가 무릎꿇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걸." 정도의 가벼운 어투를 사용한다. 이 밖에도 전투 내내 지휘하는 장면이나 인물간의 크고 작은 갈등을 다룬 장면에서도, 배수진을 친 노련한 장수의 이미지보다는 전인간적이고 싹싹한 청년의 인상으로 다가온다. 영화 황산벌에서 계백을 맡아 비장한 모습을 보여준 박중훈이랑 김유신을 맡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장군을 보여준 정진영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난다.
이를 비판하는 평론에서는 조인성의 연기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인데다가 전혀 버림받은 성과 군사들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장군답지가 않아서 영화의 몰입감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 황산벌이나 평양성을 보면 백제군과, 신라군, 고구려군은 다소 고증에는 벗어났더라도 사투리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끼게 했으며, 드라마 연개소문이나 대조영에서도 진중하고 격식 있는 발음과 옛날 사람들이 썼을 법한 말투로 큰 어색함을 주지 않았다.[11][12] 일부에서는 오히려 극중 토굴꾼 역할을 맡은 성동일을 양만춘으로 세우는 게 어땠을까 하는 주장도 있었다.[13] 사실 본작에서 지나치게 양만춘의 이미지가 가벼워보이는 것은 조인성의 발성 문제가 매우 크다. 원래 조인성은 발성이 좋은 배우는 못 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후시녹음까지 했음에도 아슬하고 불안한 발성이 곳곳에서 노출되었다. 현대 표준어 억양으로 연기했더라도 만약 목소리와 발성이 한석규나 이병헌, 김명민 같은 울림통 좋고 안정적인 저음이었더라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을 것이다. 혹은 하이톤의 목소리라도 조승우 정도로만 안정되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현대극에서는 잘 노출되지 않는 사소한 발성 문제도 사극에서는 크게 두드러져보이는 만큼, 이 영화를 통해서 조인성이 이 발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강동원처럼 사극에서는 연기력 문제로 고전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화에서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지만, 화살이 쏟아지는 공성전에서 군사들은 중무장에 방패까지 갖추었음에도 정작 양만춘 자신은 투구를 쓰지 않고 백병전에 나서는 부분도 지적되고 있다. 주인공 보정 이와 반대되는 사례로 주필산 전투 부분의 개마무사들은 당군이 쏘는 화살을 투구와 갑주로 튕겨내는 연출을 한다. 단, 주인공(사물)만 빼고. 더 큰 문제는 주위 병사들이 저런 씬 펼치며 돌격 가는데 주인공이랑 그 친구 놈은 전선 지휘관이면서 무슨 깡인지 투구 벗고 돌격했다.[14]
할리우드 영화를 따라하고 싶었는지 파소와 백하가 양만춘에게 들키자 양만춘이 파소에게 화살을 쏘는 장면은 아마겟돈의 한 부분과 매우 유사하다. 그럼 아마겟돈에 대한 오마주라고 감안하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어줍잖게 오마주해서 양만춘의 행동이 설득력이 없어진다. 이전까지만 해도 온화한 모습을 보였던 양만춘이 파소와 백하의 연애를 반대하는 이유가 전쟁이 코앞이고 둘 중에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양만춘의 우려대로 파소가 죽자 백하는 큰 분노가 생겨 당나라 황제에게 혼자서 닥돌, 결국 둘 다 죽게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그런데 문제는 양만춘이 말로는 '둘 중에 하나가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냐'면서 정작 자기가 파소에게 화살을 쏜다는 모순이다. 만약 파소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면 본인의 말대로 백하는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되고 안그래도 안시성 부대는 당나라 군대에 비해 너무 적은 수인데 전쟁 일어나기 전에 벌써 안시성 병력이 2명을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파소는 그저 평범한 병사가 아닌 기마 부대의 수장이고 백하는 여군 부대의 수장이다. 그리고 양만춘은 백하와 파소가 연인 사이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다. 차라리 전쟁이 시작되면 다 죽을 지도 모르는데 결혼을 시키는 게 낫다.
당 태종의 캐릭터 묘사
영화 전반적으로 '정관의 치'라 불리는 노련하고 영민한 명군인 당 태종 본인의 역량은[15] 잘 묘사되지 않고, 영화 초반부에 '남북으로 1만 1천리의 땅을 빼앗았다'는 대사로만 언급되는 정도이다. 오히려 영화 내내 묘사되는 태종의 캐릭터는 고구려-수 전쟁 당시 수양제의 모습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는데[16] 그 바람에 영화 내 캐릭터가 1차원적으로 보이게 됐다. 그야말로 박성웅이란 연기파 배우 캐스팅이 아깝다는 평.
가장 지적받는 점은 당 태종으로 분한 박성웅의 중국어가 실제 중국어 대화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다. 특히 장군들과 막사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중국인 화자 입장에서 듣는다면 게으르게 보일 정도로 천천히 말한다. 또 대사 하나하나는 간결하지만 대화 자체는 자막 등의 이유로 길게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길게 늘여서 발음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 관객에게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부분이지만 중국인과 중국어 화자가 해당 영화를 감상한다면 꽤 어색함을 느낄 여지가 있다. 특히 영화가 벌써 대만 개봉이 예정되어 있어서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인이 봐도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긴 한다. 조금만 들어도 우리가 매체에서 접하던 중국어하고는 느낌이 아예 딴 판이란 걸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대만에서 엄청난 혹평을 받고 있다. 특히 박성웅의 중국어 발음은 가히 듣기 힘들정도… 중국어가 나오는 장면에서 영화관 내에선 관객들의 웃음이 터진다. 일부 관객들의 평 중에는 박성웅의 중국어 연기에 대해 연기력 좋은 배우가 이게 무슨 봉변이냐며 차라리 중국어 더빙을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영화와는 상관없지만 영화 아가씨의 배우 대부분이 연기의 대부분을 일본어로 했을 때 일본 관계자가 감탄할 정도로 일본어 연기를 배우들이 잘한 바가 있다. 특히 김태리와 조진웅이 극찬을 받았다. 그에 비해 대사량이 훨씬 적은 당나라측 배우의 중국어 연기가 이렇게 어색하다는 건 분명 아쉽다.
게다가 감독이 억지 감동을 넣고 싶어했는지 백하의 황당하고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무쌍씬을 억지로 끼워 맞춘 나머지 초반에 어마어마한 군사력을 관객들에게 압도시켰던 당 태종과 당나라 20만명 대군이 고작 여성 한 명에게 쩔쩔매서 총사령관인 황제가 화살에 맞아 죽을 뻔한 호구스러운 군대로 전락해버리고 말아서 관객들의 긴장감은 하늘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져서 흥미를 잃게 되어 버렸다.[17]차라리 즐기시게 놔둬 식으로 일부러 통과시키고 직접 죽이는 전개가 나았을지도 어쩐지 당나라 황제가 중국어를 못하더라니 최후반에 양만춘의 활에 직격을 맞는 장면이 또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의 당태종 뺨에 화살 스치는 씬은 그저 300 흉내에 지나지 않는 스토리적으로도 무의미한 씬이다.
억지 춘향여성캐릭터
전쟁 사극에 흥행목적으로 여성캐릭터를 억지로 집어넣었고, 역시나 평가는 좋지 못하다. 특히 고구려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여군[18]과, 불교가 주류였던 고구려 말기에 억지로 집어넣은 신녀라는 설정부터가 문제가 많은데 이들이 전반적으로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설득력 없는 행동을 하면서 보는 사람의 혀를 차게 만든다. 여성캐릭터를 넣은 것 자체를 문제가 아니만, 비중있는 여성을 등장시키고자 했다면 애초부터 캐릭터라도 잘 만들어서 넣었어야 한다.
설현이 분한 백하라는 캐릭터는 개봉 전부터 설현의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낳았고, 개봉 후에는 설현의 연기도 어색하지만 연기만이 문제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아예 배역 자체를 통편집해서 잘라내도 스토리 진행에 문제가 전혀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설현을 출연시키기 위해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어 시나리오 상에 비집어 넣은 뒤 로맨스와 신파의 장치로 사용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관창마냥 적진에 홀로 뛰어든 것은 덤… 이것까지는 흔한 신파극이라고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나,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그대로 당나라 군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서 당 태종 앞에까지 섰다는 게 문제. 대낮에, 20만 대군을 뚫고, 전날 기마대장이던 자기 애인이 야습을 하고도 죽이려다 실패했던 황제의 앞까지 가서 면상에다 화살자국을 내줬다(…) 뭔 조자룡이여 이를 가만히 지켜만보던 친위대라는 것들은 그제서야 우왕좌왕 황제를 둘러싸 호위한다. 그러는 와중에 당군은 잘만 써오던 활은 쓰지도 않고 백병전으로만 나가며, 아무리 아군보정을 받았다지만 사극에서 여인이 단신으로 장정들을 상대로 무쌍 난무 펼친다. 이는 강군으로 묘사되던 당나라 군을 순식간에 오합지졸로 만들고 지금까지 열세였던 고구려 군의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뜬금포 전개다. 억지 로맨스와 신파의 장치로 사용할 거라면 이렇게 현실성, 개연성 모두 날려버린 전개를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앞의 두 번의 전투에서 사망한 걸로 처리해도 문제없고 하더라도 단독으로 총사령관 근처까지 돌파한다는 어이없는 전개일 필요가 없다. 후술할 신녀의 죽음은 그나마 당시의 모랄빵 위험성을 보여준다는 캐릭터의 의미라도 있었지만 이 백하라는 캐릭터의 죽음에는 존재 의미 자체가 없다. 차라리 닥돌을 하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처리했으면(반지의 제왕에서 파라미르의 부대가 가능성 없는 공격을 하다가 거의 전멸되듯.) 비장함과 비극을 살리는 등 문제가 없었다. 특히 이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위의 긍정 평가 항목에서 보듯이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액션에서 에러가 난 부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장면은 300의 창이 빗맞는 장면을 베껴서 연출할만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쑤셔넣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최후반에 양만춘이 안시성 앞에서 활로 본진에 있는 당태종의 눈을 맞춰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캐릭터는 훨씬 가까이 접근해서 조준하기 더 쉬운 쇠뇌로 삑사리를 낸 셈이라 이 장면은 더더욱 비장미도 뭣도 없어진다.
더욱이 불교가 주류에 영류왕시기 국가시책으로 들여온 도교가 대립중이던 고구려에 무리하게 끼워넣은 사이비신녀는 예고편과 극 초반부에서부터 등장하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한 암시를 주었으나, 이를 스토리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19] 여기에 작중 안시성의 야습 계획을 당에게 알리며 배신하는데 문제는 배신의 이유가 고구려는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야습이 성공한다면 당에게 항복할 기회조차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신녀는 작품 초반 주필산 전투부터 고구려가 패배한다는 모습을 계속해서 본다는데 문제는 그런 장면을 전혀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아 관객들은 신녀가 무엇을 봤는지도 모르고 마지막엔 토산이 무너지고 해가 뜰 때 당나라 군대가 토산을 넘어온다고 예언하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이뤄져서 도대체 예지력이 있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 양만춘과 안시성 사람들이 운명(신녀가 봤다는 안시성의 몰락)을 이겨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면 예지몽이나 환영을 직접적으로 삽입해 정당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백하와 마찬가지로 스토리 흐름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캐릭터라 왜 등장했는지도 모르겠다는 평. 하다못해 한국 사극이 그렇게 좋아하는 로맨스적인 서사도 아예 전무하다. 작품 초반에 양만춘과 사랑을 나눈 사이라고 나오지만 이후 이 설정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이럴 거면 대체 뭐하러 이런 설정을 넣은 건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양만춘의 회상에서 일꾼인 우대도 나왔는데 신녀는 나오지도 못했다.근데 회상에서 배신자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기는 하다.
전쟁 영화, 사극이라도 잘 녹아든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주 불가능하진 않다. 영화는 아니지만 추노의 초복이 또는 이미테이션 게임의 조안 클라크와 같은 캐릭터를 보면 사극이나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의 잘 만든 여자 캐릭터의 힘을 알 수 있다. 백성들의 역할이 비중있게 다루어진 영화인 만큼, 직접 전장에 투입하지 않아도 여성 캐릭터를 충분히 잘 녹여낼 수 있었을텐데 제작진은 이 특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어거지로 여성 캐릭터를 넣었으면서도 밑도끝도없이 '우리는 이길 수 없다'며 혼자서 모랄빵 터져서 팀킬을 하거나, 애인이 전사했다는 이유로 앞뒤 안가리고 의미없는 자살공격을 하는 등 차라리 등장을 안시키는 게 나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서사의 미숙함
스토리라인 역시 아쉽다는 평이 많으며, 이는 전개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영화의 전개는 당 태종이 공격함-양만춘이 막아냄의 구조가 반복되고 중간중간 서사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들-연개소문의 첩자, 야습 실패, 신녀가 삽입된 구조인데,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면서도 중간에 변화를 주려던 세 사건이 모두 수박 겉핥기 식으로 묘사되어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성 하나를 배경으로 하는 전투라 어쩔 수 없는 것은 감안해야겠지만, 서사에 변화를 주려던 위 시도들을 더 흥미롭게 풀어 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평. 또한 인물들의 감정변화에 대한 당위성 역시 설명이 부족하며, 땅굴꾼과 백하 등 캐릭터들의 죽음이 작위적이다.
그리고 스토리 상 고구려군 5000대[20] 당군 20만으로 실제 안시성 전투보다 고구려군을 매우 불리하게 설정했음에도 성 안의 병력이 부족해 문제가 되는 묘사가 그닥 없다. 무너진 토산을 점령하고 수비를 할 때쯤 화살과 수레바퀴가 부족하다는 장면은 등장한다.
그 외에도 묘사되는 군대의 수가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것보다 한참 적어보인다는 문제점도 있다. 고구려군 숫자가 5000이라고 하는데, 정작 작중 보여주는 모습은 아무리 많아도 500이 될까 말까 해보인다. 당나라군 역시 마찬가지로 20만이라는 숫자의 위엄이 드러나는 모습은 사열을 하고 있을 때 뿐이고, 전투 장면이나 중요 인물들이 화면에 잡힐 때의 모습에서는 화면에서 잘린 것을 고려해도, 그보다 한참 적은 숫자 밖에 안 보이기에 전혀 물량 공세 같이 보이지가 않는다.[21]
사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어느정도 아는 이야기이다보니, 드라마를 재밌게 만드는 것은 무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액션에 몰빵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서사에 신경을 못쓰도록 강렬한 볼거리를 영화에서 제공했어야 한다. 마이클 베이의 아마겟돈과 유사한 장면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비슷한 시도를 해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개그와 러브라인, 쓸모없는 전투씬으로 연막을 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장면들은 의미가 없거나 형편없는 장면을 만드는데 일조한지라 서사의 문제점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고증의 오류
일단 상위 문서에서도 나와 있듯 연개소문과 안시성의 대립은 근거가 낮으며, 특히 영화에서 연개소문 세력이 안시성의 패배를 바라는데, 국가의 존립이 걸린 상황에서 성을 함부로 버리는 이러한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고 개연성 역시 떨어진다. 당시 고구려가 그렇게 막장도 아니고…
또한 안시성 전투를 다루는 매체들의 대표적인 클리셰로 이세민이 반드시 한쪽 눈을 잃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정사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고 야사에나 나온 내용인데, "오만한 당나라 황제가 안시성을 공격했다가 대패하고 애꾸눈까지 되었다"는 내용 자체가 한국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에 사극에 꾸준히 나왔다. 단, 그렇게 격렬한 전투에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던 황제가 부상을 당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기 때문에 이 내용을 추가했다고 영화의 결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여려 영화 짜집기
사실상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한국영화의 표절에 대한 둔감성을 보여주는 문제점이다.
액션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그 액션마저도 고대 ~ 중세를 다룬 여러 영화의 요소들을 짜깁기한 것이 상당수이다. 성벽에서 싸우는 장면은 300의 슬로우 모션을 그대로 따라했다. 절벽에서 페르시아군을 밀어 떨어뜨리는 스파르타군의 모습을 뜬금없이 고구려군이 당나라군을 성벽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모습으로 가져다 쓴 장면도 있다. 이세민의 친위대가 착용한 가면은 300의 이모탈 부대와 흡사하다. 300에서 이모탈은 모두가 같은 가면을 씀으로써 해치워도 같은 가면을 쓰고 덤벼들어 죽지 않는다는 인식을 퍼트린다는 이유를 드러내는데, 작중에서 이세민의 친위대가 가면을 쓰는 이유도 나오지 않는데다 이들이 대낮에 굳이 가면을 쓰고 싸울 이유도 없다. 또, 백하가 당태종에게 활을 쏘고 얼굴에 상처가 나는 장면은 레오니다스 왕이 그세르크세스에게 창을 던지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리고 밧줄을 이용해 공성탑을 넘어뜨리고 불지르는 연출은 킹덤 오브 헤븐과 흡사... 정도가 아니라 그냥 똑같다. 풀리는 밧줄을 클로즈업하는 것까지 똑같고, 카메라 워크마저도 똑같이 가져다 썼다[22]. 심지어 아마겟돈에서 자기 딸을 건드린 남자에게 샷건을 쏘는 브루스 윌리스의 장면을 양만춘이 갑자기 활을 쏘는 것으로 그대로 가져다 쓴 부분도 있다. 총이 활로, 딸이 여동생으로 바뀐 것 말고는 연출까지 빼다 박았다.
물론, 이것을 두고 유명 영화들의 요소요소에서 영향을 받은 장면이라거나 오마주라는 해명도 있겠지만 이것도 이미 사실 꽤나 궁색한 해명이다. 백번 양보해서 300 스타일의 슬로우모션은 300 이후 많은 영화에서 따라가는 트렌드가 됐으니 어찌 넘어간다고 해도 단순히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넘어가기에는 소품의 디자인이나, 각 장면의 연출 카메라 구도까지 모두 갖다 썼다는 것은 표절 소리를 안 듣기가 더 힘들다.[23] 또한, 이런 짜깁기가 극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거나 캐릭터의 특색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져다 쓰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 장면장면은 원본 영화에서는 전부 일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안시성에서 쓰이는 장면은 별 의미 없거나 거꾸로 캐릭터나 개연성 면에서 설정 충돌인 경우도 부지기수. 전형적인 표절 영화의 문제다.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 않은 것이 용한 지경이다. 참조 영상.
하다못해 흥행은 대박을 쳤지만 평가는 높지 않았던 명량에서도 전투씬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평은 안나왔었으니 한국 영화계가 독창적인 전투씬을 못만들 정도로 실력이 일천한 것도 아닐 것이고 순전히 감독 개인의 역량 부족이라 볼 수 있다.
종합
지금까지 나온 사극 영화들에 비해 다소 이색적인 구조인데, 서사나 연기, 복잡한 인간관계, 고증같은 것은 대충 넘어가고 오직 전투씬 하나에만 올인한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 캐릭터 둘은 어색하기 짝이 없이 그냥 면피용으로 넣은 수준의 러닝타임과 캐릭터 묘사만 있으며, 당 태종 역시 악역이라는 묘사, 심지어 선역들 역시 양만춘과 사물을 제외하면 "선역이다" 수준의 묘사만 하고 넘어간다. 고증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으며, 안시성의 구조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애초에 리얼하게 고증할 의도조차 없었다. 즉, 영화의 "드라마 파트"는 빈약한데, 사실 전부 합치면 적지 않은 러닝타임을 할애한 파트가 이렇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이긴 하다.
대신 대부분의 러닝타임과 예산, 노력을 헐리우드 유명 영화를 그대로 베껴 전투씬에 갈아넣었다. 물론 위에 언급한대로 큰 틀만 따오고 (공성전, 토산, 성 밖으로의 야습 등) 고증은 거의 포기했기에[24] 정통사극보다는 판타지 영화나 히어로 물에 가까운 액션으로 전투를 이어간다. 이 역시 300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상의 스파르타 병사들이 팬티만(…) 입고 무쌍을 펼쳤을 리가 없듯이,[25] 역사상의 안시성 병사들도 저런 식으로 전투를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화려한 액션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 그 대가로 전투씬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한국영화로서 대작수준인 200억 이상을 투입했는데, 배우들 중 조인성, 박성웅 정도를 제외하면 톱스타가 없는 만큼 개런티나 다른 쪽에서 아낀 예산을 남김없이 전투에 쏟아부은 것이 보인다.
사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연기나 캐릭터 묘사가 부족하다는 것, 스토리가 평면적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으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전투씬이 압도적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물론 그 아낌없이 쏟아부은 전투가 대부분 표절이라 문제지만 스토리고 연기고 뭐고 화끈한 전투씬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대만족할 수 있는 영화고, 아무리 전투씬이 화려해도 서사나 연기가 빈약한 걸 납득할 수 없다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영화. 단 이렇게 양분된 평가 속에서 그 압도적이라는 전투씬이 대부분 표절+짜깁기로 점철되어있다는 점은 별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잘 봐줘야 짜깁기 모음집에 불과한 전투씬이 '반박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이고 끝내주는 전투씬'이라는 평을 광범위하게 받고 있다는것 자체가 지금 한국 사회가 얼마나 표절문제에 둔감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즉, 안시성은 기본적으로 안시성 전투 하나 보러 가는 영화다. 이 때문에 감독도 스토리나, 연기, 캐릭터 묘사에 큰 공과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이 점에서 장단점이 극명한 영화다. 또한 장점의 경우 반박의 여지가 거의 없고(단 장점의 전부라는전투씬의 표절 문제 빼고), 단점의 경우도 쉴드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26] 매우 극단적인 영화이며, 자연스럽게 호불호가 갈릴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과 비슷한 특징들이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액션씬 하나만 호평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액션씬은 별로 없는데 히어로 무비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로 손 꼽히는 다크나이트와 액션씬은 좋은데 기대이하의 혹평을 받았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비교한다면 액션 장면과는 별개로 평가는 반비례된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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