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한 황동혁 감독의 블록버스터 사극.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굴욕을 맞이하기까지 47일간 남한산성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치욕을 참고 항복해야 한다는 주화파 최명길과 치욕을 견디고 사느니 끝까지 항전하여 죽음을 택하자는 척화파인 김상헌의 대립, 그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조의 갈등을 다룬다. 원작처럼 허무주의적 색채가 깊으며, 높은 수준의 고증보다 흥행 공식을 따르는 사극과는 다르게 고증을 최대한 살리고 치욕의 역사를 담담하게 풀어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 시놉시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그 사이에서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데...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나라의 운명이 그곳에 갇혔다!
영화 등장인물
이병헌 : 최명길 역 - 이조판서
김윤석 : 김상헌 역 - 예조판서
박해일 : 인조 역
고수 : 서날쇠 역 - 대장장이
박희순 : 이시백 역 - 수어사
조우진 : 정명수 역 - 청의 역관
송영창 : 김류 역 - 영의정
이다윗 : 칠복 역 - 날쇠의 동생
허성태 : 용골대 역
조아인 : 나루 역
김법래 : 칸 역
진선규 : 초관 이두갑 역
유순웅 : 대제학 역
박지일 : 부제학 역
최종률 : 내관 역
문창길 : 늙은사공 역
김서현 : 병판 역
김중기 : 도승지 역
윤세웅 : 관량사 역
신기준 : 소현세자 역
영화 줄거리
1636년, 청나라가 쳐들어온다. 강화도로의 피난길이 막히자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는 글귀가 나오며 영화가 시작된다. 이어서 최명길이 얼어붙은 강 위에서 청의 선봉대 군사들과 마주 보는 장면이 나온다. 청군은 기선 제압을 위해 최명길의 바로 앞에 화살을 발사한다. 그리고 통역관의 신분을 밝히라는 말에 따라 최명길이 자신의 관직을 말하며 이것이 사신을 대하는 처사냐고 외친다.
장면이 바뀌고, 얼어붙은 강 위에서 한 노인[]과 김상헌이 건너가고 있다. 노인은 강 근처 나루터에서 부모를 잃은 손녀와 살고 있으며 얼음 지리에 밝아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손녀를 뒤로 한 채 노인과 함께 강을 건너는 김상헌은 노인에게 곧 청군이 들이닥칠 것이니 남한산성으로 가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그러나 노인은 청군이 자신 같은 나루터 늙은이를 죽이겠냐고 하면서, 어제 인조에게 얼음 길을 알려주었는데 좁쌀 한 되도 받지 못했다며, 청군이 지나가면 길을 알려주고 곡식이라도 받아볼 생각이라 말하며 거절한다. 이를 들은 김상헌은 자신이 돌보아줄 테니 손녀와 같이 남한산성으로 갈 것을 몇 번이나 더 권하지만, 끝내 노인이 거부하자 돌아가는 노인을 칼로 베어 죽인다.[해석] 죽은 노인의 모습에서 멀어지면서 남한산성 로고가 뜨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먼저 남한산성으로 인조를 비롯한 조선군이 들어오는 걸 보며 대장장이 날쇠에게 동생 칠복은 성내 사람들은 대부분 도망갔다는데 우리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날쇠는 지난 정묘년 때 이곳으로 온 뒤 이제는 살더라도 이곳에서 살고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는다며 도망칠 거면 칠복에게 혼자 가라 하자 칠복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면서 형님이랑 계속 함께 있을 거라고 한다. 한편, 최명길은 적진에 와 풍부한 식량과 군사를 가진 청군의 상황을 살핌과 동시에 용골대 장군에게 조선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하지만, 용골대는 쇠뇌로 최명길 옆에 있던 계속 짖는 검은 개를 저격해 죽여 위협하는 고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후 남한산성에서 인조와 신하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최명길이 화친을 주장한다. 이때 갑자기 문을 열어 젖히며 김상헌이 나타나서는 다 듣고 있었던 것인지 화친은 아니 된다며 최명길의 목을 베라 말한다.[3] 평상복을 입은 김상헌과 수어사 이시백이 성벽 위를 순찰하던 중 날쇠의 동생을 비롯한 병졸들이 추워서 불을 지핀 것을 보고 청나라 군대가 성벽의 병사배치와 이동을 알아챌까 봐 불을 끄라며 단속하는 군관을 발견한다. 이때 옆에 있던 대장장이 날쇠가 동생이 군역을 경험하지 못해 잘 몰라서 그랬다고 사죄하면서 김상헌에게 가마니라도 내어주면 눈비와 바람을 막고 바닥의 한기를 막을 수 있다며 나눠 달라 청하고, 좋은 생각이라 여긴 김상헌은 이를 인조에게 고하여 가마니를 나눠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청군의 강화 조건이 세자를 볼모로 잡는 것이라고 인조에게 보고하자, 소현세자는 스스로 볼모가 되겠다고 자처하나 조정 신료들은 세자의 행동을 칭찬하며 조선의 앞날이 밝다함과 동시에 볼모로 보내면 안 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인조 또한 아비가 어찌 아들을 사지로 보낼 수 있냐면서 반대한다.
최명길은 다시 한 번 청군과 회담을 하러 갔다가 조선으로 칸(청 태종)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4] 하지만 김류를 포함한 조정 신료들은 현재 명나라도 상대하고 있는 청군의 칸이 어찌 심양에서 이곳까지 올 수 있냐면서, 최명길이 청군과 내통을 하고 있으며 사기를 꺾는다는 모함을 하나, 이에 최명길은 자신의 생각이 아닌 용골대의 발언 그대로를 전한 것이라며 반박한다.
결국 항전을 결의한 인조는 팔도에 근왕병을 소집하여 남한산성을 구원하라는 격서를 보내기로 결정하고,김상헌에게 격서를 쓰게 한 후 성책 위의 병사들을 독려하며 격서를 보낼 결사대를 파견한다.
김상헌: 조정이 가난하여 너희들의 추위를 덮어주지 못하니, 임금인 나의 부덕이다. 너희들이 이 외로운 산중에서.. 얇은 옷에 떨고 거친 밥에 주리며, 살이 얼어 터지고 발가락이 빠지는 추위에 알몸을 드러낸 채 성을 지키고 있으니, 나는 온 몸이 바늘로 찔리는 듯 아프다. 이제 적들은, 차마 옮기지 못할 말로 야만의 무도한 속내를 드러내니. 금수(禽獸)만도 못한 것들을 어찌 사람의 말로 꾸짖을 수 있겠느냐? 저들 마음 어둡기가 짐승 같아, 말 길이 막히고 화친의 길이 끊어졌으니. 오직 싸움이 있을 뿐이다. 군신상하(君臣上下)가 한 몸으로 성을 지키고 창의(倡義)를 몰아오는 근왕병과 함께 떨쳐 일어서면, 대의(大義)가 이미 우리와 함께 했으니 깊이 들어와 의지할 곳 없는 오랑캐를 국경 밖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고립된 성은 위태하기가 머리칼과 같고 군부의 위급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삼남의 군사들은 밤을 새워 달려오라! 너희 의로운 신민들은 달려오고 달려오라!
그러나 결사대가 길을 간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청나라의 매복 부대의 맹렬한 기습 공격을 받고, 그 와중에 날쇠의 동생이 청 기병의 표적이 되자 날쇠는 옆에 있던 조총을 들어 한 번 사격 하지만 조총이 불량품에 가까워서 맞추지 못하고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가까스로 동생과 함께 살아 돌아온 날쇠는 자신의 청을 들어줬던 김상헌에게 조총의 가늠자가 비틀어지고 총신이 휘어져 구실을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면서 대장장이인 자신이 쇠를 다루는 재주가 있으므로 고치게 해달라 말한다.
이에 김상헌은 어찌 자신이라면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냐며 묻고, 날쇠는 부탁에 따라 가마니를 성벽 위에 올려준 일을 말한다. 김상헌은 가마니를 나눠준 건 자신이 아닌 주상전하가 군사를 아껴 내려주신 은덕이라 하지만 날쇠는 그럼 전하에게 이 안건을 건의해 달라 요청하였고, 김상헌이 인조에게 건의하자 인조는 병조에 명하여 날쇠로 하여금 병장기들을 수리하게 한다.[] 한편 최명길은 눈을 쓸다가 김상헌과 만나는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으면서도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그렇게 조정에서는 전투를 벌여서 화친할 뜻이 없음을 성 밖의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결정하고, 수리한 조총 등의 병장기들을 가지고 이시백을 지휘관으로 한 전투에서 청군 장수의 목을 베는 등 첫 승전을 올리며 사기를 끌어올린다.
승전하여 성으로 돌아오는 이시백의 눈에 나루터에서부터 포위된 남한산성까지 찾아온 나루가 숲 속에 웅크린 것이 보이고, 이 소식은 승전보와 함께 조정에까지 알려진다. 인조는 승리한 날에 적군이 가득하여 산성까지 오기가 불가능한 북문으로 어리고 여린 소녀가 단신으로 오자 상서로운 일이라 여기며 비천한 백성의 자식을 어찌 데려오겠냐는 영의정 김류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려오게 한다. 조정 중신들이 모두 모인 앞에서 인조는 나루가 자신들을 안내해준 노인의 손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도 인연이라면서 그 노인은 어딨냐고 묻는다.[] 인조는 신하들에게 나루의 할아버지를 찾으라고 하고 김상헌이 평소 아이들을 잘 아낀다고 소문났다면서 나루를 맡을 것을 명한다. 김상헌은 당황하지만 이내 받아들인다. 김상헌은 나루를 데리고 집에 와서 식솔에게 옷과 먹을 것을 주라고 부탁한다. 나루는 정말 할아버지를 찾아주냐고 묻고 김상헌은 허탈함과 동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한편 승전한 이시백의 거처를 찾은 최명길은 자신의 목을 베어야 한다는 척화파의 여론을 안주거리 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자신의 소신을 감당하는 최명길의 인간적인 고뇌를 털어놓는 부분. 최명길이 이시백에게 무슨 파냐고 묻자, 이시백은 자신이 척화파, 주화파 그 어느 편도 아니며 단지 명령에 따라 싸우는 무관일 뿐이라고 말하고, 최명길은 자신도 무과나 볼 걸 그랬다고 한숨을 쉰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성 안에 먹을 것이 없어 말들이 비실비실 쓰러지기 시작한다. 말들이 굶어 죽자 인조는 '말은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지만, 백성과 병사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병이 전쟁에서 중요하다는 도체찰사 김류의 말을 들어[] 초가집의 지붕 볏집과 바닥, 병사들에게 나눠준 가마니를 거두어 말먹이와 땔감으로 사용한다. 이때 추위에 떨며 애원하는 가족과 노인이 나오며 민초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칠복과 날쇠도 가마니를 실어 나르는 역을 하게 되고, 칠복은 말로 태어나지 못한 게 한이라고 냉소 하며 날쇠는 아래의 한마디를 남긴다.
한편 성으로 회군 하는 병사들 사이로 한 병사가 오랑캐의 머리를 잘라왔으니 상을 받을 수 있겠다며 좋아한다. 그런데 머리를 본 이시백과 김상헌은 이 머리가 격서를 쥐어서 보낸 전령의 머리임을 알아채고 김상헌은 칼을 뽑고 달려나가 머리를 가져온 병사에게 이 머리를 어디서 잘랐느냐 추궁한다. 그 병사는 당황한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결국 병사가 전령의 머리를 잘라다가 오랑캐의 머리라 속여 가져온 것이 밝혀지고, 인조와 대신들은 이를 두고 격서를 다시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조의 말에 적의 군세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포위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어 격서를 보낼 길이 없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최명길의 대답 등 이런저런 대화가 오간다. 모든 길이 막힌 것은 아닐 거라는 김상헌의 말에 인조는 몸이 날랜 정예 무관도 해내지 못한 일을 누가 하겠느냐며 묻고, 김류가 끼어들어 성 안의 병사와 백성의 숫자가 몇인데 설마 격서를 전달할 사람이 없겠느냐며 답한다. 이에 인조는 그럼 영상이 하겠는가? 라며 묻지만 김류는 헛기침만 하며 대답을 피한다. 그리고 최명길은 천만다행으로 이번엔 격서를 빼앗기지 않았지만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적이 이를 역으로 이용할 것이라 진언한다.
논의를 마친 후 거처로 돌아온 김상헌은 자신을 기다리던 나루를 보고 할아버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하며 추우니 안으로 들어가라 한 뒤 나루를 피하듯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후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 김상헌 얼굴을 비추는데 점점 마음의 부담이 커져 가고 있는 듯 하다. 날이 밝자 전령의 목을 잘라온 병사도 참수 되어 거리에 효수되고, 남아있던 말들마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린다. 말들은 이후 전부 도축 되어 [] 병사들에게 고깃국으로 배급된다. 간만에 고기를 먹으며 웃음 꽃이 피어오른 이때, 영의정 김류를 필두로 한 고관들이 순시를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한 병졸이 우리 볏짚을 뺏어 기른 말고기 한 점 드셔 보시라며, 기왕 말고기를 줄 거면 살이 좀 쪄 있을 때 잡았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말로 조롱[]섞인 말을 꺼낸다. 이에 군관이 정녕 죽고 싶은 거냐고 호통치지만 병졸은 아랑곳 않고 어차피 칸이 오면 우리는 다 죽을 텐 데 며칠 먼저 죽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친다. 난데없는 조롱에 격분한 김류는 옆의 군관에게 그의 입을 찢으라고 명령한다. 칼을 빼든 군관을 이시백이 제지하지만, 체찰사를 겸하고 있던 김류는 군율의 지엄함을 내세워 벌을 주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상헌과 최명길은 병졸을 당장 벌하여 일시적으로 복종 시킬 수는 있지만, 영원히 그럴 순 없다며 만류한다. 그러자 김류는 뒤늦게 주변의 병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명령을 거두어 들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이시백의 목을 치겠다고 호통을 치고는 가버린다. 날이 다시 저물자 이시백과 최명길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성벽 위에 올라가 적의 진을 살핀다. 빼곡하게 쳐진 횃불들과 청군의 진을 보며 이시백은 어제부터 더 많은 청군들이 삼전도로 모여들고 있다고 말하고, 이에 최명길은 분명 칸이 오고 있는 것이라 답한다.
새해를 맞은 조정. 최명길은 칸이 정말로 도착했는지 염탐할 겸, 용골대에게 세찬을 주러 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이때 김류가 또 나서서 적과 내통한 최명길은 믿을 수가 없다며 공격하고, 인조가 그럼 김류도 같이 가서 청군 진영을 살펴보고 오라고 명하고, 그의 충심에 큰 보답을 내리겠다고 한다. 마치 김류의 공격적인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한 인조의 발언이 사이다. 반대로 김류의 표정은 썩어 들어간다.[] 그렇게 김류와 최명길은 청의 앞잡이 역관 정명수와 함께 청 진영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면서 사다리를 만드는 것과 명에서 획득한 홍이포를 보게 된다. 정명수는 명군에게서 빼앗은 서양의 대포라 소개하며 이 대포로 댁들 임금이 숨어있는 성의 벽도 속절없이 무너뜨릴 수 있다며 넌지시 협박한다. 김류는 정명수를 보며 당신도 조선 사람 아니었느냐 하며 어찌 청군 편을 드냐며 묻지만, 정명수는 자신은 노비로 태어났고 조선의 노비는 사람이 아니라며 다시는 자신을 조선 사람이라고 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이윽고 사신단은 용골대를 만나 소와 세찬을 바치지만, 용골대는 이미 술, 고기, 과자들이 풍성하게 차려진 상에서 보란 듯이 식사를 하던 중이었고, 이어 세찬을 거절하며 도로 가져가라 말한다. 김류는 이유를 물으며 가져온 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냐고 질문하지만 용골대는 가져가서 너희 임금의 봉양을 위해 먹이라며 우리는 먹을 것이 넉넉하기에 여유롭다는 대답을 한다. 최명길은 도성을 나와 고루 갖추지는 못했지만 조선의 임금이 보낸 세찬과 소라며 받아주기를 바라지만 용골대는 이어 조선의 8도가 이미 우리의 것이니 8도의 술과 고기도 우리의 것이라며 너희들이 그 성에 숨어 먹을 것이 없음을 내가 이미 아니 굶주린 너희 왕과 신하들이나 먹이라며 끝내 거절한다. 그럼 이렇게 온 이상 칸을 뵙고 가고 싶다고 하지만 용골대는 단칼에 거절한다. 칸은 어디에 있느냐는 최명길의 물음에도, 곧 소식이 갈 것이라는 말만 전해 듣는다.
김류와 최명길이 돌아온 후, 세찬을 거부 당해 당연히 화가 난 조정에서는 최명길은 물론이고 김류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김류와 최명길은 인조에게 청군의 군사 상황을 알리고, 김류는 갑자기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북문 쪽 청군 진영이 허술해 보인다며 선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리하여 김류를 총 사령관으로 하여 군사 300여 명이 성 밖을 나간다. 김류는 바람이 심하고 때가 좋지 않다며 만류하는 이시백을 물리치고[] 성루에 서서 총공격 신호를 내리며 북을 치지만, 초관을 비롯한 병사들은 살기가 섬뜩한 산성 주변 숲을 보며 두려움에 움직이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김류는 부관에게 자신의 칼을 내려주며 '체찰사의 칼이다, 움직이지 않는 병사들을 베라'고 하고, 부관이 김류의 칼로 병졸을 죽이자 그제서야 부대가 전진한다. 긴장감 넘치는 숲 속. 무언가 부스럭거리자 부대 전체가 얼어버리고 초관이 그 지점을 활로 쏘는데, 확인하러 간 병졸이 사슴이라면서 고기를 얻었다고 좋아한다. 초관은 그 자리에 표시를 해서 돌아올 때 사슴을 갖고 가자고 한다.
공격 부대는 내려가서 청군의 목책에 불을 지르고 넓은 들로 전진해서 부대 재배치 및 정찰을 하려 하지만 목책 주변이 비어 있던 것은 청군의 함정이었다. 병사들은 얼마 전진하지도 못하고 개활지에서 적 포병 화력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청군 홍이포의 포격이 작렬하는 가운데 초관은 청군의 목책 뒤로 성공적으로 후퇴해서 전열을 가다듬는다. 초관은 다가오는 청의 기병들이 유효 사거리 안에 들어올 때까지 사격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지만, 지나치게 긴장한 병졸이 실수로 사격을 해버리자, 이를 시작으로 모든 조총병들이 따라 사격을 해, 탄을 전부 허공에 날려버리고 만다. 다급해진 조총병들은 얼른 재장전을 하려 하지만 전투 직전 이시백의 강풍에 대한 염려가 현실이 되어 총구 안으로 화약이 잘 들어가지 않았고, 그 사이에 청 기병들이 조선군을 박살 내버린다. 전령이 성문으로 뛰어 오는 것을 보자, 패배를 직감한 이시백이 퇴각을 주장하지만 반대로 김류는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라며 지원군을 내려보낼 것을 강요한다. 이시백은 지원군도 다 죽는다며 항명하고, 곧 북을 울려 퇴각 신호를 보낸다.[] 후퇴 북 소리를 들은 초관과 잔여병들이 산으로 후퇴하지만 용골대는 이조차 봐주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잔여병들을 향해 홍이포로 포격하고 보병을 보내 추격하도록 해 대다수가 전사하고, 숨이 아직까지 붙어있는 활을 맞은 사슴의 곁은 수많은 조선군의 시신으로 뒤덮인다.
패전 후 조정에서 책임론이 일자, 김류는 자신도 죽을 죄를 지었지만 지원군을 보내지 않고 항명한 이시백과 휘하 병사들을 모두 잃은 초관의 책임이 더 크다면서 물귀신 작전을 펼친다.[] 최명길은 자신이 아는 수어사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며 이시백을 변호하지만, 김류가 최명길은 이시백과 동문이었다고 들었다며 이시백과의 사사로운 정으로 대사를 그르친다며 공격하면서 변호가 무산되었고, 이시백은 상관인 자신을 참하고 부하는 살려줄 것을 청하지만 결국 이시백은 곤장 30대를 맞게 되고 부하를 모두 잃은 초관이 참수 당하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김류는 체찰사직을 삭탈당하고 김상헌이 체찰사가 된다.
이후 날이 밝자 김상헌은 새로 쓴 격서[18]를 인조에게 올리며, 인조는 내용인 즉 성문을 열고 나가 근왕병들과 합세에 야습을 하여 청군을 몰아내자는 격서를 읽으며 이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묻는다. 김상헌은 어젯밤 한 승려가 성으로 들어왔는데 근처에 도원수가 이끄는 어림잡아도 수만은 되는 근왕병들의 진지를 봤다는 증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조는 필시 근왕군이 와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는 김상헌의 말을 듣고 정월 대보름에 검단산에 오르는 봉화를 신호로 안과 밖에서 동시에 공격하기로 하지만,[] 포위된 성 밖으로 격서를 전달할 방법이 없어 그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김상헌은 날쇠에게 격서를 근왕병을 이끄는 도원수의 진영까지 전달할 것을 부탁한다. 날쇠는 군관도 아닌 천한 대장장이에게 이러한 국가의 막중대사를 맡기냐며 질문하고, 김상헌은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운데 충절의 귀천이 있겠느냐며 날쇠를 설득하지만 오히려 날쇠는 먹고 살며 때리고 가두는 일에는 귀천이 있었다며 반문하고 자신보다 나은 이가 있을 거라며 거절한다. 하지만 김상헌은 등을 돌린 날쇠에게 무관들은 성 밖의 지리를 알지 못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날쇠 밖에 없다며 계속 부탁하고, 날쇠가 망설이던 찰나 나무를 해오고 돌아오던 동생 칠복이 이야기를 듣고 뛰어 들어와 왜 자꾸 우리 형님에게만 목숨을 걸라 하냐며 완강히 거부하지만 날쇠는 마음을 굳힌 듯 격서만 전달된다면 전쟁이 끝나냐고 김상헌에게 묻는다.
김상헌은 그렇다고 하며 조정이 나서야 성 밖의 백성들도 살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칠복은 그 말을 듣고 기가 찬 듯 이미 다 뒤져버렸는데 누굴 살리느냐며 김상헌에게 대들고 날쇠는 그런 칠복을 말려보지만 칠복은 계속해서 김상헌에게 정묘년의 난리 때 마을에 오랑캐가 쳐들어와 마을 사람 중 남자는 싸그리 참살 당하고 여자는 겁탈 당했다고, 형님의 색시와 자식들도 모조리 오랑캐에게 죽어나가는 와중 지체 높으신 분들은 전부 강화도로 도망가버렸는데 김상헌 대감은 어디 있었느냐고 언성을 높인다. 계속해서 날쇠가 그만 하라며 타이르지만 칠복은 부모님 시체도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하며 울분을 터뜨린다.
김상헌은 이런 칠복에게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결국 거처로 돌아간 김상헌은 새해를 맞이해 나루에게 떡국이 놓인 상을 받지만 나루에게 상을 물리며 니가 먹으라며 나루에게 내준다. 나루는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며 수저를 들기를 권하지만 김상헌은 나는 이미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 그만 먹으면 안되겠냐고 하지만 결국 권유에 못 이겨 한 숟가락을 뜬 뒤 임금님이 내리신 음식을 버릴 수도 없으니 니가 먹으라고 하며 나루에게 떡국을 물려주고 나루가 떡국을 먹는 모습만 바라본다.
그 후 새해를 맞아 남한산성 안에서는 명나라 황제를 위한 망궐례가 행해지는데, 산 위의 청군 진영에서는 이 모습을 바라보는 청 태종이 등장한다. 용골대가 자신의 무능으로 이를 막지 못했다며 홍이포로 망궐례를 중단 시키겠다고 하지만 칸은 정초에 화약 냄새는 상서롭지 못하다고 하며 이를 중지 시킨다. 망궐례를 치르던 대신들과 인조는 산맥을 넘어 포대가 설치된 청의 진영을 보고 후에 논의를 시작한다. 최명길은 인조에게 칸이 여기에 온 이유는 성벽을 밖에서 부터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성문을 안에서 부터 열기 위함이라며 먼저 서신을 보내 청 황제에게 예를 갖출 것을 권한다. 김상헌은 그것은 용골대에게 세찬을 보내는 것과는 다른 일이라며 이에 반발하며 이미 어떠한 서신도 없이 국경을 넘어 온 자들에게 예를 논할 수는 없는 것이라 반문한다. 김상헌은 결사항전을 주장하지만 최명길은 체념한 듯 살 길을 찾기 위해서 항복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올리고 논쟁이 격해지자 인조는 그만둘 것을 명한다. 하지만 인조의 명에도 아랑곳 않고 임진년의 왜란에 명의 황제가 도와주신 덕에 정사를 보존한 것이라거나 오랑캐에게 고개를 조아릴 수는 없는 것이라는 지극히 친명배금적인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인조는 끝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너희들이 그만하지 않으니 내가 그만해야 할 노릇이라 말하고 자리를 나선다. 최명길은 엎드려서 걸어나가는 인조를 마지막으로 부르고 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대체 무엇을 위함인가, 삶이 있은 후에야 대의와 명분 또한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울먹이고, 김상헌도 그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푹 숙인다.
한편 서날쇠는 임무를 수행하기로 마음먹고 낫을 챙겨 들고 대장간을 나서던 중 같이 가겠다는 고집을 부리는 칠복에게 같이 있으면 더 눈에 잘 띌 것이며 여기에 남아 대장간을 지켜 달라 부탁한다. 칠복은 형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염려하지만 날쇠는 니가 장가 가는 모습은 보고 죽을 것이라며 타이르고, 끝내 칠복은 체념하며 형을 보낸다. 암문에 도착한 날쇠는 김상헌으로부터 격서를 받고 이 일을 성공하고 돌아온다면 주상전하께서 큰 상을 내리실 것이라 격려 받지만..
서날쇠: 제가 이 일을 하는 건, 주상전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전하와 사대부들이 청을 섬기든 명을 섬기든,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저 같은 놈들이야 그저..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두어 겨울에 배를 곯지 않는 세상을 꿈꿀 뿐입니다.
날쇠는 이렇게 자신과 같은 소시민들이 정확히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신들이 꿈꾸고 있는 세계는 얼마나 소박한지, 또한 간절한 것인지 정곡을 찌르는 명대사를 남기며, 이후 김상헌에게 절을 올리고 문을 나선다. 김상헌은 후에 최명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겨울이 참으로 모질고 깊다는 김상헌의 한탄에 최명길은 겨울이 깊었으니 봄이 멀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진 겨울을 견뎌낸 것들이 곧 봄을 맞을 것이라 답한다.[] 자리를 나서는 최명길을 불러 세운 김상헌은 격서가 성 밖으로 나갔다는 말을 해주고 최명길은 그에 대답 없이 김상헌을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 최명길이 쓴 항서가 올라오자 조정에서는 답서를 불태우고 역적 최명길의 목을 베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최명길과 김상헌은 사는 길을 주제로 논쟁을 벌인다
최명길: ..신의 학식과 경륜이 짧아, 전하의 성심을 온전히 글로 옮기지 못했사옵니다. 고쳐야 할 곳이 있으면 하명해 주시옵소서.
김상헌: 이 문서가 정녕 살자는 문서이옵니까? 전하, 명길의 문서는 살자는 글이 아니라..
최명길: (김상헌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러하옵니다.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야 할 길이옵니다.
김상헌: 지금 전하의 군사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죽기로 성첩을 지키고 있사옵니다!
최명길: 성첩 위 군사들은 이미 추위와 굶주림에 기력을 잃어가고 있사옵니다..
김상헌: 내일이 보름이옵니다. 오늘밤 반드시 검단산에 봉화가 오르고 근왕병들이 성을 향해 달려올 것이옵니다!
최명길: 오늘 답서를 보내지 않으면.. 칸의 대군이 성벽을 넘어 들어와 세상은 모두 불타고 무너져버릴 것이옵니다.
김상헌: 하룻밤이옵니다! 하룻밤을 버티지 못하고 어찌 먼저 무릎을 꿇으려 하시옵니까!
최명길: 그 하룻밤에 온 세상이 무너질 수 있사옵니다. 상헌은 우뚝하고, 신은 비루하며 상헌은 충직하고, 신은 불민
한 줄 아오나! ..내일 신을 죽이시더라도.. 오늘 신의 문서를 칸에게 보내주소서.
김상헌: 명길이 칸을 황제로 칭하고 전하를 칸의 신하로 칭했으니, 전하께서는 명길의 문서를 두 손에 받쳐들고 칸 앞에 엎드리시겠사옵니까?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라 명한다면 칸에게 술을 따라 올리시겠사옵니까?!
최명길: 전하..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는 것과 같이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는것이옵니다!
김상헌: 정녕 명길이 말하는 것이 전하가 살아서 걸어가시고자 하는 길이옵니까?
최명길: 상헌의 말은 지극히 의로우나 그것은 그저 말에 지나지 않사옵니다! 상헌은 말을 중히 여기고, 삶을 가벼이 여기는 자이옵니다.
김상헌: 명길이 말하는 삶은 곧 죽음이 옵니다. 신은 차라리 가벼운 죽음으로 죽음보다 더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전하! 상헌이 말하는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김상헌: 명길은 삶을 죽음과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전하, 만 백성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김상헌: (울먹이며) 한 나라의 군왕이 오랑캐에 맞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지언정 어찌 만 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 신은 그런 임금은 차마 받들 수도, 지켜볼 수도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신의 목을 베소서...
최명길: 무엇이 임금이옵니까?! 오랑캐에 발 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서 걸어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 지금 신의 목을 먼저 베시고, 부디 전하께서 이 치욕을! ..견뎌주소서...
인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다.
한편 인근 근왕병의 주둔지에서는 격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리 전시라지만 천한 대장장이에게 국서를 맡겼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무관들은 진언하지만 도원수는 날인된 국새를 보고 인조의 격서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무관들은 남한산성은 견고한 성이니 홀로 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청나라의 군대를 두려워 해 진을 뒤로 물리는 것을 권한다. 설령 봉화를 올리더라도 청군에게 노출되어 집중 공격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워하여 공격을 망설이며 왕명을 거역하여 전쟁 이후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을 고민한다. 도원수와 장수들의 결론은 격서를 받은 적이 없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무관이 몰래 침소에 들어와 단도로 날쇠를 죽이려고 이불에 단도를 찔러 넣었으나 이불 안에 있었던 것은 짚더미였고, 뒤에 숨어 있던 날쇠는 "나는 벼슬아치들을 믿지 않소."라고 말하며성을 떠날 때부터 챙겼던 낫으로 군관을 제압하고 달아난다.[] 같은 시간, 김상헌은 어두운 검단산의 봉화대를 바라보며 봉화를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오히려 근왕병들은 청군과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포위를 뚫고 격서를 전달한 구국의 영웅인 날쇠를 첩자로 몰아 엄하게 죽이려 들고 있었다. 추적 도중 앞뒤로 포위당한 날쇠가 얼어붙은 폭포를 조선 낫을 피켈처럼 찍어 올라 도망가는 걸 알아차리지만, 군관이 활로 날쇠를 겨냥하는 순간 폭포 위의 청군의 공격을 받고,[] 쏟아지는 화살에 추격하던 근왕병은 날쇠를 포기하고 도망치고 청군 장수는 부하 장수에게 "분명 조선군의 본영이 있을 것이니 우린 위치를 알아내고 한꺼번에 기습 공격할 것이다"라며 부하 장수에게 척후대를 딸려 조선군을 추격하게 한다.
한편 인조는 최명길과 독대하여 후대에 역적으로 남아도 괜찮겠냐고 묻고, 최명길은 자신이 감당할 일이라고 말하며 김상헌만한 충신이 없으니 후일 궁으로 돌아가더라도 내치지 말아 달라고 한다. 이에 인조 역시 경도 나의 충신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김상헌과 최명길 모두 우국충정의 길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도망치는 근왕병들을 청군이 추격하면서 근왕군의 본진은 완전히 초토화된다. 남한산성 성벽에서 김상헌은 봉화대를 하염없이 바라 보는데 어두웠던 먼 산에 횃불이 하나 둘 씩 켜지며 함성이 울려퍼지는 듯 하지만 김상헌의 멍한 표정을 잠깐 비춰준 뒤 아무일도 없이 잠잠한 산을 다시 비춰준다. 김상헌은 아침까지도 엄청난 수의 근왕병들이 횃불을 들고 봉화를 피우는 상상을 하며 기다렸지만 결국 근왕병은 오지 않았다는 묘사이다.[] 저항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바로 다음 장면에 초토화된 조선군 진영을 걷는 날쇠의 모습 뒤로 까마귀가 시체의 눈을 파먹는다.
모든 방해를 무릅쓰고 마침내 최명길이 청군 진영으로 출발한다. 그 시각 성벽 위의 칠복은 김상헌에게 받은 돼지기름을 동상 부위에 바르며 형이 근왕병들을 이끌고 와서 난국을 돌파할 것이라며 주변 병졸들과 잡담을 한다. 나이 먹은 병졸이 정말 그렇게 되면 자신의 딸을 날쇠 동생과 혼인시켜 주겠다고 하자, 칠복은 딸이 이쁘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말하려는 순간, 병졸이 기대어 있던 성벽이 청군의 포격으로 순식간에 무너지며 즉사하고 계속되는 포격과 함께 정월 대보름으로 예고한 청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김상헌은 집안으로 들어가 겁에 질린 나루를 안아 보호한다.[] 무너진 성벽 사이로 청군이 쳐들어오고, 이시백을 필두로 한 조선군과 청군의 백병전이 벌어진다. 조선군은 조총을 쏘며 응전하지만 청군의 계속되는 포격과 압도적인 군사 수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포격으로 인조가 있는 행궁을 비롯해 성 안이 파괴되고 대포 소리에 다급하게 말을 달려 겨우 청의 본진에 도착한 최명길은 항서를 칸에게 바치며 항복을 청한다.[] 이 전투에서 군역 경험이 없었던 칠복은 겁에 질린 채 벌벌 떨다가 동료를 죽이려는 청군 한 명을 죽여버리지만 곧바로 뒤에 있는 청군의 창을 맞고 전사하고[] 그 시각 칸은 이제야 조선이 자신의 의사를 파악했다며 용골대와 장수들에게 공격을 멈추게 한다. 때 맞춰 남한산성으로 돌아온 날쇠는 동생의 시신을 보며 오열한다
청에 항복하기로 최종 결정이 나자 조정에서는 성내 청을 오랑캐로 취급하는 문서와 서적을 모두 불태워버린다. 이후 성으로 돌아온 최명길은 김상헌을 찾아온다. 김상헌은 최명길이 사직의 안위와 무고한 백성들을 구했다고 말한다. 이에 최명길은 같이 조선을 다시 일으키자고 설득하지만 김상헌은 그것이 임금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백성을 위한 것인지 반문한다. 최명길이 둘 다를 위한다고 답하자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도 나도 그리고 우리가 세운 임금까지도 말이오. 이와 같이 말하며 거절한다.
김상헌은 나루를 날쇠에게 맡기고 어려운 일을 해주었으며 마지막 염치없는 부탁을 들어준 날쇠에게 큰 절을 올리자 날쇠 또한 절을 하며 작별한다. 최명길은 임금의 곤룡포가 아닌 신하의 남색옷을 입고 항복의 예를 하러 가는[] 인조의 말 고삐를 잡고 성문 앞까지 향한다. 항복하러 가는 인조 행렬을 보며 나루가 날쇠에게 왜 사람들이 우냐고 묻고, 날쇠는 임금이 궁궐로 돌아가는 게 좋아서 우는 거라고 답해준다. 청나라의 요구로 남문이 아닌 서문으로 나가려는 인조에게 최명길은 성문 밖에서부터는 말을 탈 수가 없다 간언하였고 이에 인조는 하마하여 문 밖으로 나가는 그 뒤를 신하들이 따르고 한쪽 팔을 다친 이시백을 비롯한 병졸들과 장수들은 모두 절을 한다.
인조는 청 태종에게 삼궤구고두례를 바치고 그런 인조를 보는 최명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 시각 김상헌은 인조가 있는 삼전도를 향해 절을 올린 뒤 나루의 할아버지를 죽였던 바로 그 칼로 자결한다
굴욕의 항복식이 끝나고 그 때의 복장 그대로인 인조와 신하들이 한양 궁궐로 돌아온다. 폐허가 된 궁은 어지러웠다. 인조와 신하 행렬이 창덕궁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최명길이 뒤돌아 관객들을 응시하다가 궁궐 문이 닫힌다. 이 다음으로 병자호란이 개전 47일 만에 끝났으며 50만 명의 조선인이 청에 끌려갔다는 글귀가 나온다.
다음해 봄이 되어 민들레꽃이 핀 마을. 언제 전쟁이 났냐는 듯 평화롭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나루가 날쇠가 대장간 일하는 걸 쪼그려 앉아 구경하다가 친구와 연을 날리러 뛰어가고 이에 날쇠가 "너무 멀리 가지는 말거라"라고 말하고 다시 대장간 작업에 몰두하는 장면을 비추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 평가
원작자인 김훈은 시사회에서 “내가 소설로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를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작가인 내가 작품 뒤에 감추어 둔 메시지를 감독이 끄집어 내 언어화하는 것을 보고 ‘들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마냥 립서비스로 던진 말은 아닌 듯하다. 이후 특별출연했던 썰전 242회차에서도 영화의 화면 연출을 칭찬했다.
대화만 해서 지루하다는 평도 일부 있다. 전투신이나 포격신 와중에도 졸았다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 영화가 주로 성 안에 갇혀 굴욕적인 화친이지만 삶의 길을 가느냐, 굴욕적인 삶을 살 바에는 죽는 것이 낫느냐는 2가지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려내는데, 2시간 20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흘러가고 원작의 건조한 상황 묘사가 오히려 상황의 비극성을 묵직하게 전달하는 것에 비해 영화 상에서는 효율적으로 묘사하지 못해 밋밋하다는 의견이다. 전쟁신이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 밑에도 나와있지만 원작 소설 자체가 남한산성을 소재로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내는 편이고 영화 역시 반전이나 자극적인 이야기, 액션신 등이 거의 없는 편이고, 당시 조정의 갈등과 최명길과 김상헌의 언쟁 위주이기에 오락 요소가 없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음악과 연기, 연출 등에 있어서 평이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무기력함과 동시에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민중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조정의 모습을 그려내어, 그간 대규모 예산의, 전쟁 또는 역사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에서 필수품 같았던 국뽕을 배제한 것은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소설 원작에서 드러나는 조선의 암울한 상황을 계절이나 색감과 더불어 상당히 잘 표현해냈다.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성에 갇힌 채 죽어가는 조선군의 모습들, 그리고 가끔 희망이 보이다가도 금방 여지없이 짓밟히는 장면들이 더해지면서 어둡고 추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침내 청군이 대포를 쏘기 시작할 때는 작중 최명길이 경고한 "세상이 무너질 것입니다." 가 그대로 실현된다. 적병이라곤 성벽 쪽 빼면 하나 보이지 않는데 성내의 민가는 물론이고 임금 계시는 지엄하신 행궁까지 무너지면서 박살이 나버리는 장면을 보면 세상이 무너지는게 무엇인지 관객 입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전투가 종료된 후의 장면들도 의도적으로 인물의 모습과 무너진 건물들을 같은 화면 안에 잡는 연출로 처절함과 암울함을 묘사하였다. 당시의 처절함과 암울함을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감독이 디졸브, 플래시 백 같은 영화 전환 효과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의 시점 역시도 조선측과 청측을 모두 비추기보다는, 철저하게 남한산성에 갇혀있는 조선인들 위주로 극을 진행하여, 마치 관객들 역시도 함께 남한산성에 갇혀서 압박 받고 고민하도록 만드는 솜씨가 일품이다.
국내 평론가들의 평은 좋은 편이다. 네이버 평론가 평점은 6점을 준 박평식을 빼면 모두 7점을 넘고, 8점을 준 평론가들이 많아서 7.5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동진도 별 3개 반을 주면서 좋은 평가를 하였다. 해외 평가에서는 대체로 영화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다. 다만 이는 외국인들은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 더 나아가 조선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유독 밀덕, 역덕들의 반응이 좋다. 돌아다니는 평을 보면 'CJ가 역덕, 밀덕에게 통크게 기부해줬다'는 말이 나올 정도. 사학 교수, 저술가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많다. 기존의 사극 영화들에 비교해서 남한산성에 나오는 무기와 군제 등 세부적인 고증 수준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밀덕들은 남한산성의 조선군 조총병 묘사에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 사극 영화에서 조총병을 수준 높게 묘사한 작품은 2020년 기준으로 이 영화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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