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소개

택시운전사 영화 소개

뤼케 2021. 9. 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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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의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의 《고지전》 이후 6년 만의 신작.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와 함께 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이다.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만섭으로 《의형제》에 이어 다시 장훈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며, 토마스 크레치만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로 출연한다.

2007년 《화려한 휴가》 이후 10년 만에 개봉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실화를 주제로 재구성한 상업영화이다.

 

영화 시놉시스

1980년 5월, 서울 택시운전사.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광주 그리고 사람들. “모르겄어라, 우덜도 우덜한테 와 그라는지…”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의 도움 속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점점 초조해지는데…

 

영화 줄거리

영화는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배경음악으로 흘러 나오며[] 시작되고, 금화터널에서 나와 독립문고가차도 경복궁 방향, 한남대교 강북 방향쪽[]을 달리고 있는 택시 기사 김만섭과 그의 기아 브리사 택시를 비춘다. 서울에 살며 택시 기사로 일하는 그는 여느 때처럼 택시를 몰다가, 시위하던 시민들과 학생들을 목격한다. 하지만 시위로 도로를 막은것도 모자라 최루탄을 터뜨려 정신없는 상황을 만들어 교통을 방해하는 행동 때문에 만섭은 상당히 불쾌하게 여기며 "학생이 시위하러 대학 갔나, 공부하러 갔지"라고 투덜거린다.

만섭은 차를 후진해서 복잡한 시위 현장을 피하여 골목길로 들어가던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시위자를 보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지만, 길 모퉁이에 쌓여 있던 폐가구 더미에 걸려 사이드미러가 망가지고 만다.[] 만섭은 차에서 내려 변상을 받기 위해 학생들에게 다가갔지만 그들은 전투경찰들을 피해 멀리 달아나 버리고, 그 와중에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와 그 남편을 만나 태우게 된다. 부부를 태우고 총알택시 기사로 변해 전경들을 헤쳐 지나간 뒤 병원에 도착했는데, 남편은 지갑을 두고 와 돈이 없으며 택시비는 내일 두배로 주겠다고 하며 명함을 내밀었지만 만섭은 그런 말 하루이틀 들어본줄 아느냐며 화를 낸다. 떼어먹은 돈을 합하면 집 한채를 사고도 남는다는 말로 미루어 볼때 기사일 하면서 이런일이 비일비재했던것 같다. 하지만 결국 둘을 보내주고 부부의 등 뒤에 대고 순산하라고 덕담을 한다.

저녁에 퇴근한 만섭은 차를 세워두고, 방수포로 덮어둔 다음 공놀이하던 아이들에게 다른 곳에서 놀라고 말한다. 집에 돌아오자, 11살짜리 딸 은정의 이마가 다친 것을 보게 된다. 딸은 "그냥 넘어진 거야"라고 말하지만, 집주인네 아들 상구가 그랬다는 확신이 든 만섭은 혼을 내주겠다며 집주인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상구 역시 다친 상황이었고, 되려 집주인의 아내가 "월세가 10만 원이나 밀렸다"[], "딸이 왜 그렇게 기가 세느냐" 등등 온갖 핀잔만 듣고 쫓겨난다. 만섭은 신발을 구겨신는 딸을 혼내지만 신발이 작아서 그렇다고 은정이 말한다. 저녁을 먹고난 후 만섭은 다친 딸의 머리를 빗겨 리본으로 묶어주고 약을 발라준 후, "이번 수요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니까 같이 소풍을 가자"고 딸을 달랜다. 하지만 딸은 "빨간 날엔 아빠 돈 벌어야 하잖아"라면서 아빠를 배려하는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딸을 재우고 하룻동안 벌어온 택시 요금을 계산하던 만섭은 라디오에서 전국 비상 계엄령이 발령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또 손님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불평을 한다.

한편 일본 도쿄 도심.[] 독일 제1공영방송 소속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이하 '피터')는 프레스 센터가 있는 호텔 식당에서 초밥과 맥주를 먹으며 동료 기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일본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평온하다. 기자가 너무 편한 데 있으면 안 된다."고 혼잣말한다. 그러다가 전에 남한에 있었다던 어느 젊은 BBC 소속의 영국 기자에게서 "한국에서 무슨 심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 무언가를 직감한 듯이 다음 날에 한국으로 향한다.

피터는 한국에 도착해[] 아는 신문 기자인 이 기자를 국도극장 근처의 다방에서 만나고, 이 기자는 보도지침이 작성된 수첩과 검열 때문에 한 면이 통으로 날아가 버린 광주 신문을 건네주며 "광주시로 향하는 모든 길이 막혔고, 연락도 두절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그 말을 들은 피터는 마침내 광주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다음날, 만섭은 정비소에서 대학생 때문에 망가진 택시를 고친다. 이때 사이드미러 수리비 5천 원을 깎기 위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나름대로 협상이 이루어진 이후 수리기사는 "나중에 한번 택시 점검 받으러 와라. 60만 km를 달렸고, 들어올 때 엔진소리도 골골해서 길에서 퍼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런데 분명 5천 원에서 4천 원으로 합의 봤는데도, 나중에 3천 원만 얼렁뚱땅 내고 간다... 친분이 있는 수리기사가 "나중에 차 퍼지면 고생하니, 점검 좀 받아라"라고 걱정스럽게 말한 걸, 역정 내는 척하면서 "무슨 재수 없게! 3천 원만 받아!"하고 잽싸게 가 버렸다. 4천 원으로 깎은 것도 부품 값도 얘기하며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걸 무시하고 억지로 깎은 걸 생각하면, 수리기사가 대인배. 결국 이때의 조언을 무시한 결과 광주에서 한바탕 곤욕을 치른다.

수리비를 치른 뒤 정비소 뒷편으로 들어가서 돈봉투를 세며 흰쌀밥만 있는 도시락과 배추김치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만섭. 이 때 동료 기사 겸 친구인 집주인 동수(상구 아빠)가 뭐하냐면서 등장한다. 점심을 너무 부실하게 먹는 만섭이 딱해보였는지 동수는 만섭을 기사식당으로 데려가고 거기서 돼지불백을 사준다. 같이 밥을 먹으며 아이들 싸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만섭이 대신 사주는 대신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마누라 몰래 돈 갖다줘서 개털됐다는 등, 집주인에게 돈 빌려서 사글세 내는 놈은 처음 본다는 등의 이런저런 말을 나누던 중, 식당으로 들어온 다른 택시 기사가 "10만 원을 택시비로 내고 광주에 가겠다는 외국인 호구를 태운다"고 다른 기사들과 말하는것을 우연히 듣는다.

동수가 너도 외국물 먹었으니까 저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말하려는데, 만섭이 자리에 없었다. 만섭은 그 손님을 가로채기 위해, 먹던 밥도 내버려두고 재빨리 기사식당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때 신이 나서 발을 놀리는 만섭의 춤사위가 걸작.

 

국도극장 앞에서 피터와 이 기자를 만나게 된 만섭은, 역시 특유의 자본주의 미소(?)로 그들을 맞이한다.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개인 택시가 왔단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지만, 만섭은 회사차가 전부 돌아다녀 개인 택시를 차출했다는 변명을 한다. 어찌 되었든 택시가 도착했으니, 이 기자는 만섭에게 "얘기를 듣고 왔냐"며 묻고, 만섭은 식당에서 엿들었던 "광주 갔다가 통금 전에 서울로 다시 오면 10만 원을 준다"는 내용 그대로 답하고[] 영어를 할줄 아냐는 이 기자의 말에 사우디에서 5년간 근로자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잘한다고 했다.

피터와 이 기자는 작별 인사를 하고, 만섭은 피터를 택시에 태우고 광주로 출발한다. 이후 이 기자는 마침 다가오는 다른 택시를 잡아 타려 하는데, 해당 택시 기사는 "예약 된 차에요"라며 다른 택시를 타라고 한다. 이 기자가 행선지를 물어보자 그 기사는 광주로 간다는 말을 한다. 즉, 이 택시가 바로 원래 피터가 예약한 바로 그 택시였다. 이 기자는 피터를 태운 만섭의 택시가 멀어지는 걸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로 바라본다.

광주로 내려가는 길. 만섭은 피터에게 짧은 영어[]로 한국에 몇 번째 방문이냐,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등의 말을 붙인다. 피터가 독일인이라는 것을 안 만섭이 자신의 친구가 석탄 캐러 독일에 갔으며, 피터도 서독에 파견된 한국 광부와 간호사가 많다고 말을 한다. 만섭은 곧이어 자신은 사우디에서 화물차를 몰았다는 말을 덧붙히지만, 피터는 "빨리 가자"며 재촉을 한다. 만섭은 "빠르게 말하면 못 알아들으니까 천천히 말하라"고 구박한다. 피터는 만섭의 요구대로 "광주, 유 고 패스트, 패스트 (Fast, fast)"라고 말해준다. 만섭은 "광주까지 가기엔 아직 많이 남았다"며 "잠시 눈이나 붙이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여지껏 광주로 향하는 도로 위에 차량이라곤 만섭의 택시밖에 없었다.[]

죽 가던 도중 만섭은 광주 표지판을 발견하고 화색이 되고, 피터에게 표지판을 가리키며 좋아하지만, 광주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만섭은 바리케이트에 쓰여진 출입금지라는 글을 읽고 갸우뚱하지만, 바리케이드가 도로 전체를 막고 있지는 않았고, 피터가 가자고 하였기에 바리케이드를 무시하고 들어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군인들이 전차와 트럭들로 길을 통제하고 있었고, 만섭과 피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피터는 만섭에게 "내가 기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불안해한다. 하지만 영어가 짧은 만섭이 이를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 이 와중에 만섭의 택시로 병장 계급을 군인 한명이 다가왔고 만섭은 훈련중이라고 생각해 자신은 7사단 출신인데 몇 사단에서 나왔냐며 넉살좋게 인사를 건네지만 병장은 정중하게 실제작전 상황이니 돌아가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뒤이어 다가온 중사 계급을 단 군인이 삼촌뻘인 만섭에게 "이 새끼가 지금 죽고 싶나"며 반말은 기본이고 비속어를 쓰며 윽박지르기까지 하자 만섭은 이에 잔뜩 쫄아버려 한마디도 대꾸를 못했다.[]

이후 무언가 심상찮음을 직감한 만섭은 곧바로 차를 돌렸고 피터는 "어디 가는 거냐"고 묻지만 만섭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광주에 들어갈 수 없다, 서울로 가자, 솔저 세이 광주 노(Soldier say Gwangju no)."고 설명한다. 피터는 당황하지만 이내 "노 광주, 노 머니(No Gwangju, no money)!"로 대응한다. 광주에 갈 수 없으면 택시비도 못 준다는 뜻. 이때 돈 못 받는다는 소리에 경악한 만섭의 표정이 가관이다.

짧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만섭이 "왜 사진을 찍냐"고 묻자, 피터가 "내가 뭘 하는지는 당신이 알 바 아니다(none of your business)"라고 대꾸하는데, 만섭이 '비즈니스(business)'만 알아들으면서 피터가 사업가인 것으로 오해하여, 광주로 갈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

만섭은 다른 길에서 도로 근처 밭을 갈고 있던 어느 노인에게 "광주로 가는 샛길이 없습니까?"라고 물어본다. 노인은 처음에는 "마을 이장이 '당분간 광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라"면서 만섭의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지만, 차마 못 본 체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언덕을 가로지르는 샛길에 대해 알려준다.

곧이어 샛길로 들어가긴 하지만, 이곳 또한 군인들이 길을 막고 통제하는 상황. 피터를 사업가로 오해한 만섭은 "중요한 서류를 광주에 두고 왔는데 그 서류가 없으면 우리나라 물건을 수출할 수 없다고 하니 서류만 가지고 나오겠다"라는 즉흥적인 거짓말을 지어냈고 차 안에서 대략적인 직감으로 상황을 감지한 피터 또한 여기에 합세해 함께 말을 맞춘다.[] 이런 두 사람을 미심쩍게 바라보던 군인은 결국 "광주는 폭도들이 점거해서 위험하니 서류를 챙기는대로 곧바로 빠져나와야 한다"라며 신신당부를 한 뒤 통과시켜준다.[]

진입하는데 성공한 만섭은 "광주는 위험하니까 선불을 안 주면 도로 서울로 가버리겠다"고 요구한다. 피터는 할 수 없이 선금 5만 원을 주고, "나중에 서울로 데려가 주면 나머지를 주겠다"고 응수한다. 만섭은 "일단 5만 원이라도 챙긴 게 어디냐"며 돈을 챙기고, 피터의 행동에 투덜대면서도 광주 시내를 향해 차를 몰아 들어간다.

 

드디어 광주 시내에 도착하긴 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불길하기 짝이 없다. 거리에는 인적이 끊겼고, 백주 대낮임에도 가게들이 죄다 셔터를 닫고 철시했으며, 각종 플래카드, 셔터에 붉은색 페인트로 갈겨쓴 문구들에, 곳곳에 여기저기 부서진 물건들이 보이고, 시내 바닥에 무수한 전단들과 돌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등등. 황량한 풍경을 뒤로 하며, 택시는 내달린다. 그러다가 뒤에서 대학생들을 태운 낡은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만섭의 택시를 가로막고 멈춰선다. 피터도 만섭에게 "택시를 세우라"고 하고는, 카메라를 챙겨 택시에서 내린다.

짐칸에 타고 있던 대학생들은 피터의 영어를 못 알아들어 쩔쩔맸고 만섭은 "대학생이나 되가지고 어떻게 나보다 영어가 더 짧아?"라며 혀를 끌끌찬다. 그때 나름 영어 좀 한다는 구재식에게 통역을 부탁했고 재식은 그냥 팝송이나 부르는 정도라고 말려보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통역관 역할을 자처한다.[]

피터는 재식의 질문에 "독일에서 온 기자"라고 말하자 대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만섭은 그제서야 피터가 기자임을 깨닫는다. 일행의 행선지를 물은 피터는 부상자가 있어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답변을 듣고 "저기 있는 덩치 큰 사람과 인터뷰하고 싶다"며 트럭 짐칸에 탑승한다.

훌라송을 부르며 앞서가던 피터와 대학생들은 만섭에게 "뒤따라오라"고 하지만, 만섭은 하루에 10만 원이나 준다고 한 게 광주의 위험한 상황[] 때문이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좌회전하라는 수신호를 무시한 채 유턴을 해서 서울로 가버리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어떤 아주머니가 택시를 잡는다. 만섭은 "이 차는 서울 택시이니, 광주 택시를 타시라"며 지나치지만, 이윽고 룸미러로 그 아주머니가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아주머니를 태워준다. 아주머니는 막내아들이 군인들에게 폭행당해 머리가 깨졌다는 말을 듣고 혼비백산한 상태였다. 만섭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며 아주머니를 안심시키고 곧장 광주적십자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 가 보니 입구에는 택시들이 서 있고, 택시 기사들이 "바쁘긴 뭐가 바쁘냐, 신문에 기사 한 줄도 안 쓰니 제일 한가한 사람이 기자 아니냐. 기자가 기사를 안 쓰니, 기사도 운전을 안 하겠다 이거요!"라며 카메라와 취재 장비를 든 바쁘다고 말하던 기자의 승차를 거부하고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만섭은 "광주 택시 기사들 배가 불렀다"고 혀를 찬다. 물론, 그 기자가 만섭의 차를 타려고 하자 만섭도 서울 택시라며 본의아니게 승차거부를 하지만.

그 순간 반파된 택시 1대가 병원으로 급히 들어와 부상자들을 내려준다. 택시 기사들은 다같이 부상자들을 부축하여 병원으로 들어간다. 이때 부상자 중에는 심지어 교복을 입은 앳된 고등학생도 있었다.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챈 만섭의 표정도 심각해지고, 병원에 뛰어들어가 아주머니와 함께 아들을 같이 찾아준다.

그런데 그 아들(홍용표)은, 아까 트럭 시위대에 있던 피터가 인터뷰를 한다고 했던 덩치 큰 청년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재식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본 만섭은 화들짝 놀랐다. 피터와 재식이 당장이라도 만섭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쫓아왔기 때문이다. 피터는 필름가방 어딨느냐고 캐물으며 만섭을 도둑으로 몰아갔고 만섭은 자신은 안 훔쳤다고 주장하며 당당히 택시 뒷문을 열었는데 거기엔 피터의 필름가방이 떡하니 있었다.[] 이에 단단히 빈정이 상한 피터는 남은 5만 원을 건네며 그만 돌아가라고 한다.

이 상황을 본 광주 택시 기사들까지 만섭을 윽박지르고 돈을 낚아채거나 몸싸움까지 벌이자[], 만섭도 욱해서 피터에게 먼저 받은 5만 원을 돌려주고, "돈 안 받았으니 얘기 끝난 것"이라며 혼자 돌아가려고 한다. 시동을 걸지만, 차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이전에 정비소에서 "60만 km를 넘게 달린 차라, 곧 퍼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정비사가 한 말이 복선이었던 셈.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가까스로 시동이 걸리고, 돈이 필요한 만섭은 하는 수 없이 피터를 다시 태운다.[]

택시에는 만섭과 피터와 함께 재식이 얼떨결에 통역 담당으로 합승한다. 피터의 목적지인 전남도청으로 향하던 도중에도, 광주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만섭은 서울에서 그랬던 것 처럼 데모하려고 왜 대학에 갔느냐, 대학은 공부하려고 가는 것 아니냐라고 재식에게 말하지만, 재식은 공부하러 대학 간 것이 아니고,[] 그저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어서 대학을 갔다는 대답을 듣는다. 하지만 만섭은 자신이 일했던 사우디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인데, 왜 데모를 하고, 그 시간에 노래 연습을 더 하지 않느냐는 말을 더 하지만 이 때문에 피터와 재식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계속해서 택시를 몰던 만섭이 우회전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 그냥 직진을 하자, 또 다른 데로 내빼서 서울 가려는 줄 안 피터가 화를 내고 재식도 '저기인데 어디로 가느냐'고 말한다. 만섭은 "오일! 오일!"이라며 기름이 바닥나 간다고 말하며, 기름 좀 넣으려고 주유소에 간다고 짜증을 낸다. 주유소에 차를 세운 만섭은 주유원에게 "만땅 같은 3천 원을 넣어달라"고 주문하는데, '내가 그런 사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고 투덜거리는 사이 이미 3천 원어치를 넘어가고 있었다. 만섭은 바가지 씌우려는 줄 알고 주유원과 실랑이를 벌이는데, 알고 보니 단순 서비스로 더 채워준 것.

공짜라는 말에 아쉬워하며 '미리 말했으면 만땅 넣었을 텐데, 그나저나 왜 공짜냐'고 묻는 만섭에게 재식은 "택시 기사님들이 부상자들을 나르며 고생하셔서 그렇다"고 설명해준다. 곧이어 재식이 부상자를 호송하던 택시기사들까지 군인들이 죽이려 든다고 말하니까 만섭이 "죄 없는 사람들한테 군인들이 왜 그런 짓을 하겠냐"며 의아해하자, 재식 역시 "우리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대꾸한다.

만섭은 피터와 통금 전에 돌아가기로 약속했던지라[], "오후 7시에 서울로 출발한다"고 피터에게 약속을 재확인하며 시민들이 모여있는 광주역 앞에 도착한다. 만섭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에[] 만섭은 놀라고, 광주시민들은 외신기자인 피터를 열렬히 환영하고,[] 젊은 여성 한 분과 노인 한 분은 피터 일행에게 주먹밥까지 쥐어준다.

 

이내 행렬이 금남로로 이동하고, 피터 일행은 민주화 운동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근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이 와중에도 만섭은 차가 망가질 것을 염려해 자기 택시를 방수포로 덮어둔다. 옥상으로 올라온 피터, 만섭, 재식은 조금 전 광주 택시기사들에게 면박을 들었던 그 기자를 만나게 된다. 사진을 촬영중이던 그는 자신을 현지 신문사의 기자 최 씨라고 소개하며 피터에게 어떻게 왔는지 묻는다. 이후 그가 택시를 타고왔다는 걸 알고는 국내 언론사도 통제하는 마당에 외국인 기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을 도와준 사람까지도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피터와 재식은 좀전까지만 해도 필름가방 소동으로 못마땅해하던 만섭을 바라봤다. 그저 택시기사로서 손님을 태웠을 뿐 시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만섭이 위험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를 모르는 만섭은 음식은 역시 전라도가 맛있다며 식사중이었고, 좀 전에 받은 주먹밥을 더 먹고 싶다는 걸로 알아들으며 주먹밥을 권하기만 한다. 피터와 최 기자는 본격적으로 훌라송을 부르며 행진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뿌연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공수부대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살포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진압봉을 휘두르며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먹밥을 먹으며 밑을 내려다 보던 만섭은 생각치도 못한 참혹한 광경에 그만 얼어붙었고 재식은 내려가서 도우려 들었지만 만섭은 "학생이 내려간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며 험한꼴 당하기 싫으면 여기 있으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피터와 최 기자마저도 현장을 자세히 찍기 위해 밑으로 내려가버리자 만섭은 할 수 없이 따라나선다.[]

최루탄 가스, 도망가는 군중들, 습격하는 공수부대원들. 만섭은 시위대의 비명, 최루탄 터지는 소리, 공수부대원들의 노성, 사람들이 얻어맞는 소리 등 어마어마한 소음과 가스로 희미해진 시야, 엄청난 가스냄새, 여기저기 내달리는 인파들 등 모든 감각이 엄청난 자극을 받은 끝에 오감마저 희미해지는 대혼란의 현장 속에 휘말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피터의 어깨를 잡아세우고 찍더라도 조금 피해서 찍자고 하지만 피터는 당연히 요지부동이다. 군중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도망치던 한 남자는 멍하니 서 있던 어떤 남자를 이끌고 같이 도망가자고 하지만 그 남자는 돌연 빨갱이 새끼라고 남자를 붙잡더니 폭력을 가했고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 끌고가라고 소리친다. 그는 사복을 입고 일반 시민으로 위장한 보안사 사복조장이었다. 이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던 사복조장의 눈에 카메라를 들고 뭔가를 열심히 찍어대는 피터가 눈에 들어왔고 단박에 외신기자임을 직감하고는 잡으라고 소리친다.

이에 잔뜩 겁에 질린 만섭은 피터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치다 뜻하지 않게 카메라 렌즈 후드를 부수고 말았고 피터는 잔뜩 화가 나 역정을 낸다. 예상치 못한 난감에 만섭은 얼어붙었지만 짧은 영어로 해명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던지라 세 사람 모두 도망가는 길을 택했다. 간신히 택시를 세워둔 골목길에 온 세 사람. 그런데 아까부터 문제였던 택시가 말썽인지라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머리를 산발하고 머리와 옆구리는 다쳤는지 피칠갑을 한 등 만신창이가 된 한 여성이 보닛에 부딪히는데 그 여성은 다름아닌, 아까 주먹밥을 줬던 사람이었고 만섭은 경악한다.[] 이내 곧 두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피하나, 방독면을 착용한 공수부대원 한 명이 시동거는 소리를 듣고 만섭의 택시를 향해 쫓아온다.급박한 순간에 천만다행으로 시동이 걸리고, 피터 일행은 다급히 도망친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만섭은 재식을 집까지 태워다 준다. "대학가요제에 나오면 응원하겠다"고 격려하며 서울로 출발하려는데, 하필 그때 택시가 완전히 멈춰버리고, 시동이 전혀 걸리지 않게 된다. 만섭은 보닛을 열어 상태를 확인하는데, 인적 없는 거리 맞은편에서 차량 전조등 불빛이 나타난다. 군 차량인 줄 알고 만섭 일행은 잔뜩 긴장하지만 다행히 전조등의 정체는 어느 택시 한 대. 이어 두 사람이 내리는데 한 명은 병원에서 만섭을 어느 정도 변호해 주던 개인 택시 기사 황태술이였고 다른 한 명은 만섭을 윽박지르던 또 다른 개인 택시 기사 신 씨였다.[] 만섭의 차가 고장이 난 것을 알게 된 태술과 신 기사는 병원에서의 태도와는 다르게 이미 정비소도 문을 닫아서 임시 정비를 위해서 고장이 난 만섭의 택시를 케이블로 연결하여 견인해 택시 차고지로 간다.

견인되던 중 만섭은 혼자 있을 딸이 생각나서 택시의 룸미러에 걸린 가족사진을 챠양 주머니에서 꺼내어 본다. 재식이 이를 보고, 분위기 환기 차 "아내 분과 딸아이가 예쁘다"며 칭찬한다.[] 피터에게도 재식이 사진을 보여주는데, 뒷좌석에 앉은 피터가 사진을 자세히 보려고 당기는 순간 사진을 걸고있던 목걸이 줄이 끊어지고 만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만섭 역시 피터에게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던지라, "노 터치(No touch)"라며[] 신경질적으로 사진을 뺏어든다.

이후 다들 신일택시 차고지에 모였고 회사 기사들까지 합세해 점퍼 케이블로 시동을 걸어보려는 등 만섭의 택시 상태를 확인하다 변속기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이미 서울에서부터 60만 km라는 엄청난 킬로 수를 세운데다 장거리까지 뛰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태술이 "우리들 택시의 부품으로 바꿔주면[] 30분 정도는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만섭은 밤 8시 10분 정도 되는 시계를 보며 금방 고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는 집에 11살 밖에 안된 딸아이가 혼자 있어서 통금시간 전까지는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차를 손보던 기사는 수리하는데 한두 시간은 넘는데다 광주는 서울과는 달리 통금이 9시까지여서 지금 어딜 가려고 움직이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시외전화까지 군인들에 의해 차단되어서 안부전화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는 내일 가야한다고 말하자 만섭은 침울해진다.

피터는 만섭이 수리비가 필요해서 그런 거라고 오해해서 돈을 내미는데, 만섭은 "이런 생지옥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말도 안 하고 나를 이용했냐"며 분노하고 이내 몸싸움을 벌인다.[] 만섭은 트렁크에 부딪혀 코피가 나고, 재식은 피터에게 "어린 딸이 혼자 기다리고 있다"며 만섭의 사정을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할 수 없이 태술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다. 한편, 군부에서는 피터를 찾아내려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었다. 사복조장은 계엄 사령관인 권영무 중령에게 피터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고 서울 택시를 찾을 것을 지시한다.

 

이후 태술의 집인 동네 슈퍼로 장면이 바뀐다. 반찬 별로 없다면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낸 식사를 만섭일행이 대접받는다. 뭣 모르고 갓김치를 먹었다가 매워서 죽으려고 하는 피터의 모습이 인상적. 당황해서 영어도 아닌 독일어가 튀어나온다. 식사 중에, 피터에게 왜 기자가 되었는지 만섭 일행이 묻기도 한다

 

야심한 밤, 전남매일신문사 윤전실(인쇄실). 최 기자를 비롯한 몇몇 기자들이 모여 용기를 내어 진실을 보도하는 신문을 제작하고 있었다. 일행 중 한명이 광주의 참상을 그대로 전하는 기사들이 만들어져나오는 것을 보고 이제야 신문다운 신문이 나왔다며 뿌듯해한다. 하지만 최 기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 신문이 나갔다가는 다시는 기자질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 지금이라도 무르자고 했지만 옆에 있던 후배가 선배만 기자냐면서 입을 막는다. 그때 온갖 기구로 막아둔 문밖에서 부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손잡이가 부서지고 부장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이 나타나 "이 기사 나가면 그 날로 신문사 문 닫고 보안사에 끌려가는 것이여"라며 윤전실 전원을 내린 뒤 활판을 엎어버리고 기자들을 끌고나가며 결국 신문제작을 좌절시키고 만다.

다시 태술의 집. 재식과 함께 창문을 이불로 덮으며 불빛을 막고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 싶어 TV를 켜는 태술. 그러나 뉴스를 보던 만섭 일행은, 앵커가 광주가 폭도들에게 점령되었다고 보도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태술은 신경질을 내며 바로 텔레비전을 끈다.

엉터리 보도를 내보내는 뉴스 대신 대학가요제에 나가려 대학을 갔다던 재식의 무대를 보게 된다. 재식은 입기타를 치며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불렀는데, 문제는 재식이 가수가 아닌 기타리스트여서 입기타 소리를 뺀 노래실력이 처참했다는 것. 오죽하면 만섭이 신곡이냐고 물을 정도. 무대가 끝난 뒤, 일행은 이런 저런 잡담을 한다. 따지고 보면 엉터리 뉴스 피하다가 엉터리 노래까지 들은 셈

 

하지만 쉬던 와중에, 갑자기 바깥에서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려온다.

소리를 들은 그들은 2층에 올라간다. 태술은 "불길이 치솟는 위치가 방송국 근처"라며 안절부절 못하는데, 이내 신 기사가 택시를 몰고와 "시민들과 택시들이 방송국으로 몰려가고 있다"라는 소식을 전해준다. 일행은 1980년 5월 20일의 불타는 광주MBC로 몰려간다. 태술은 불타는 건물을 망연히 바라보고, 피터가 만섭과 함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를 촬영하는 중[] 멀리서 군용 트럭들이 연기를 뚫으며 지나간다. 그 때, 지프차에 타고 있던 보안사 군인 한 명이 창 밖을 살피던 중 피터를 목격하고 무전을 보낸 후, 차 한대의 문이 열리고 문제의 사복조장과 그 일행들이 내린다. 멀리서 이를 가장 먼저 눈치챈 재식은 곧바로 만섭과 피터에게 이를 알려 도망치고, 보안사 일당도 그들을 쫓기 시작한다.

세 사람은 어두운 골목 안으로 도망쳐 잘 따돌리나 싶었지만, 계단을 올라가다가 재식이 넘어져버리면서 피터의 필름통 하나를 떨어뜨린다. 통조림같은 형태와 재질 때문에 깡통 굴러가는 소리가 크게 울려버려 세 사람은 얼어붙는다. 이윽고 재식이 두 사람에게 먼저 올라가라 하고 필름통을 줍지만, 그러다가 사복조장과 마주치고 만다. 사복조장이 피터의 행방을 추궁하자 "이미 갈라졌다"고 둘러대지만 위에서 인기척이 나는 바람에 들키고, 거짓말임을 눈치챈 사복조장은 재식을 진압봉으로 가격하고 무릎을 꿇려 권총을 머리에 대고 재식을 인질로 삼는다.

사복조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만섭과 피터가) 거기 있는 거 알고 있으며 지금까지 찍은 카메라와 필름만 돌려주면 세 사람 모두 무사히 돌려보내 주겠다고 하고, 재식이 죽을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던 만섭은 피터에게 일단 사람부터 살리자며 돌려주자고 한다. 그 사이 사복조장은 10을 세기 시작했고 9까지 센 순간 재식이 사복조장에게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외국인한테 나 좀 살려달라고 해보겠다"라고 말하며 잠시 시간을 끌었다. 사복조장은 숫자 세던 걸 멈추고 그러라고 한다.[] 이어 그는 영어로 "나는 괜찮으니, 꼭 진실을 세계에 알려달라!!"고 외친다.[] 이에 피터와 만섭은 눈물을 머금고 도망친다. 사복조장은 그들을 권총으로 맞추려 하나 재식이 이를 방해하고, 이내 총소리가 들린다. 피터와 만섭은 재식이 총에 맞은 줄 알고 놀라 굳어버리지만, "나는 괜찮으니 가라."라고 소리치는 재식의 목소리에 마지못해 다시 도망치기 시작한다. 이내 다수의 보안사 군인들이 피터와 만섭을 쫓는다.

계단 내리막에서 넘어져버린 만섭은, 피터와 다른 방향으로 도주한다. 어느 정도 도망가서 한숨 돌리던 만섭은 공수부대원들이 시민들의 옷을 벗긴 채 무자비한 폭행을 하며 강제로 군용 트럭에 태우는 것을 목격한다. 이내 만섭은 뒤에서 사복조장이 쫓아오는 것을 느끼고 도망치나 막다른 길에 몰려 결국 붙잡히고 만다. 사복조장에게 수차례 구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만섭은 "저 빨갱이 아닙니다... 서울 사람이예요..."라며 주소를 처절하게 읊는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화양동이라고...[] 하지만 사복조장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돈 몇 푼에 나라를 팔아먹는 너 같은 새끼가 빨갱이"라면서 발길질을 하다가 이내 진압봉으로 만섭의 목을 조른다.[]

이 순간 피터가 나타나 카메라로 사복조장의 뒷통수를 내려쳐 기절시키고[] 만섭을 구해주고, 둘은 천신만고 끝에 태술의 집으로 복귀한다.

 

방안에 기대어 앉아 있는 피터와 뒤돌아서 누워있는 만섭. 둘 다 재식 걱정에 침통한 기색이다. 그때 만섭은 생각치도 못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과거 사우디에서 트럭운전수로 떼돈을 벌고 있었지만 아픈 아내의 병원비로 모두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때 아내한테서 "나는 가망이 없으니, 우리 은정이를 먹여 살리려면 택시라도 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만섭은 아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부탁에 못이겨 택시를 산다.[] 이후 아내가 세상을 뜨고나서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매일 술만 마셔댔지만 어느날, 아내의 옷을 끌어안고 우는 딸아이를 보면서 이제 딸에게 남은 건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로 술을 끊었다는 것이다. 영어가 아닌 한국말이어서 피터는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만섭은 조용히 태술의 집을 나선다. 피터는 깨어 있었으나, 그런 만섭을 잡지 않는다. 차고지에 들어선 만섭은 임시로 수리된 자신의 택시를 찾아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태술이 뛰어와 "서울 택시는 공수놈들이 보이는대로 잡아들인다"며 다른 택시에 붙어있던 전라남도 번호판[]을 주고[] 광주의 지도를 주며 빠져나갈 샛길을 알려준다. 또한 "피터가 택시비를 가져가라고 했다"며 돈을 챙겨준다. 만섭은 돌려주려 하지만 태술은 "택시가 손님을 태웠으면 택시비 받는 게 당연하다"며 한사코 쥐여준다. "미안하다"는 만섭에게 태술은 "나쁜 놈[53]들은 저기 따로 있는데, 왜 당신이 미안하냐??"면서 "여기 일은 여기 사람들이 알아서 할 테니, 이제 걱정말고 올라가라"고 그를 배웅한다.

차고지를 나와 텅 빈 시내를 달리던 만섭은 지프차를 몰고 단체로 이동 중인 공수부대 무리들과 마주치지만 전남 번호판을 보고 그냥 지나쳤고 덕분에 무사히 광주 밖으로 빠져나간다.

냇가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그늘에선 노인들이 쉬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들을 지나치며 만섭은 전남 순천시에 도착한다. 부처님 오신 날 분위기에 들떠 있는 순천의 모습은 마치 광주에서 있었던 일들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이다. 순천 정비소에 차량 수리를 맡기고, 정비소 주인은 "수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 근처 부처님 오신 날 행사라도 구경하다가 오시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구경 대신 전화를 빌려 서울의 사글세집에 전화를 걸었다. 집주인 동수 역시 그가 말도 없이 외박을 한 것도 모자라 이제서야 통화를 하자 "왜 안들어오냐"며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때 아내가 남편의 전화를 빼앗듯 낚아채더니 "은정이가 '아빠랑 부처님 오신 날에 놀러가기로 했다'면서 한참을 기다리다 잠들었다"고 타박을 했다. 이 말을 들은 만섭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만섭은 신발이 작아진 딸을 위해, 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시장에서 예쁜 운동화와 구두를 산다. 이후 국수집에 들어가 국수를 시켜먹는데, 광주 바깥의 사람들은 왜곡된 뉴스 때문에 광주의 참상을 전혀 모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가게 주인과 손님 2명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광주가 영 심상찮다"는 얘기를 늘어놓다가 뉴스를 근거로 "서울에서 내려온 깡패와 빨갱이들 때문에 그런 거"라고 말한다. 그나마 "설마 그럴 리가 있느냐"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주인 아주머니도, "뉴스에 다 나왔다"는 말에 꺼림칙해 하면서도 생각을 바꾸게 된다.[] 만섭도 근처에 있던 신문을 집어들어 보는데, 자신이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왜곡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것만 보게 된다.

불편해하며[] 어서 먹고 나가려 국수를 폭풍흡입하는 만섭에게 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주먹밥을 주는데, 크기만 작을 뿐 광주에서 먹은 주먹밥과 똑같은 주먹밥이었다. 주먹밥을 클로즈업하는 연출이 백미.

만섭은 딸에게 줄 신발을 챙기고 수리가 끝난 택시에 올라탄다. 택시를 타려던 손님이 보이자 바로 나와있던 미터기도 꺾는 등 서울로 가려는 생각에 제3 한강교를 부르지만, 이내 피터와 광주에서의 참상을 떠올리고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며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서울로 가는 갈림길 위에서 한참을 울며 엄청난 갈등을 겪던 만섭은,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운전대를 다시 돌린다. 만섭은 부랴부랴 아까 그 정비소로 다시 가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소풍은 다음에 가자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만섭은 전화를 끊은 뒤 다시 광주로 향한다.

 

영화 시점은 다시 광주로 전환된다. 전남도청[58] 앞에서 시민들이 공수부대 병력과 대치하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고, 권영무 중령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지나간다.[]

만섭은 태술의 집을 찾아갔지만 부인이 나오더니 병원에 갔다고 한다. 이어 만섭은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어제보다 훨씬 분위기가 심각해진 병원은 피투성이가 된 채 물밀듯이 실려오는 부상자들, 죽어가는 중환자들, 주저앉아 오열하는 가족들로 난장판이었고 병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만섭은 어느 방 한켠에 절망한 얼굴로 주저앉아 있는 피터를 발견했다. 그곳은 정리되지 않은 관, 관도 없이 태극기로만 덮인 시신, 그 태극기도 없어서 흰 천으로만 덮인 시신, 관속에 눕혀진 시신을 앞에 두고 울부짖는 유족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이어 어느 흰천이 덮힌 시체와 그 옆에서 오열하는 태술을 발견했고, 만섭은 떨리는 손으로 천을 들춘다. 그러자 나타난건 싸늘한 시신이 된 재식. 태술의 말을 들어보니 논두렁에서 시체로 발견됐는데 군인들이 끌고가다가 죽어버리자 길가에 버려졌다는 것이었다[ 만섭은 얘기를 듣고 시선을 돌리다, 신발이 벗겨진 재식의 오른발을 보게 된다. 만섭은 재식의 오른발 근처에 떨어져 있는 신발을 신겨주고[63][64] 일어선다. 그리고 병실 구석에 앉아 넋이 나간 피터에게 "이걸 찍어서 널리 알리는 게 당신 일 아니냐"고 격려하며 그가 언론인로서의 사명감으로 이곳에 왔음을 상기시키며 카메라 필름을 손에 쥐어 준다.

만섭의 격려에 피터가 울음을 삼키며 병원을 촬영하던 중, 광주 택시 기사들이 뛰어들어와 "금남로에서 공수부대가 애국가에 맞춰 시민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있다."고 외친다. "빨리 가서 도와야 한다"는 기사들의 말에 피터도 취재하러 가려다가 만섭에게 "당신은 이제 서울로 가라"고 하는데, 만섭은 "위 고 투게더. 아이 택시 드라이버, 유 택시 손님" 이라면서 "끝까지 같이 하겠다"고 말한다.

 

금남로에 도착한 만섭과 피터.[] 그곳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군인들의 총격에 맞아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 쓰러진 사람을 붙잡고 통곡하는 사람들, 피격당한 부상자를 재빨리 실어가는 사람들로 널브러져 있었다.[] 이에 만섭은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하며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금남로 도로에 나란히 서서 각을 잡고 있는 공수부대원들을 보게 되는데, 그전까지의 최루탄 살포와 몽둥이질 세례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이젠 아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저 눈에 띄는 모든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그냥 무차별적으로 M16을 난사하고 쓰러진 시민들을 구하려는 사람들마저 사격하며, 심지어는 백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에게도 총격을 가했다.[] 이걸 찍던 피터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이 너무 참혹한 나머지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물을 훔치고 만다.[]

총격에 맞아 쓰러져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태술은 동료 택시 기사들에게 일제히 택시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만섭도 이에 동참한다.[] 택시들의 행렬이 금남로를 가로지르자, 광주 시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린다. 그러나 도중에 만섭의 바로 뒤에 있던 택시 기사 한 명이 피격되어 시민들이 먼저 만들어 두었던 버스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아 바리케이드 중앙이 뻥 뚫린다. 택시 기사들과 최 기자, 다른 시민 몇명이 총격 속에서 부상자들을 구호하지만, 피격된 택시가 원래 차를 세울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받는 바람에 생긴 공간 때문에 크게 움직이지는 못하고 택시 뒤로 부상자를 옮기는 정도의 제한적인 구조만 가능했다.

그 순간, 온갖 가구와 타이어를 덧붙힌 시민군 소속 군용 트럭 한대가 금남로 뒤쪽에서 바리케이드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트럭의 운전사는 병원에서 보았던 막둥이 아들 홍용표. 그는 타고 오던 트럭으로 뚫렸던 빈틈을 막아 총탄이 들어올 곳을 더 줄인다. 이에 용기를 얻어 더 많은 시민들도 합류하고, 택시 기사들은 만섭의 차[]를 비롯한 망가지지 않은 택시들을 구급차 삼아 부상자를 호송한다. 그러나 곧이어 공수부대 군인들이 바리케이드의 틈새를 넘어서며 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상황이 악화되자, 옆에서 취재 및 구조를 돕던 최 기자가 "이 이상 머물면 광주를 벗어나는 게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어서 떠나서, 염치 없지만[] 대신해서 보도를 부탁한다."고 말하며, 태술도 어서 올라가서 "저놈들의 거짓말을 싹 다 알리라고" 말한다. 이에 만섭과 피터는 광주를 벗어나려고 택시에 오른다.[] 피터가 탄 택시가 출발하는 것을 본 보안사 사복 군인들이 쫓아오지만, 다행히 간발의 차로 무사히 달아난다. 샛길로 향하던 중, 만섭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차량을 한 번 멈춰세우고 최루탄이 자욱한 뒤쪽을 룸미러로 응시한다. 피터가 우리는 가야한다면서 다시 택시가 출발하는데 위에 걸린, 언론은 정직해야 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이 보인다.[] 곧이어 택시를 놓친 사복 군인들이 관용 순찰차 4대를 몰고 피터를 뒤쫒으려 도로로 향하고, 사복조장은 광주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모든 길을 검문소로 전부 막을 것을 무전으로 알린다.

 

한편, 태술의 지도에 나온 샛길로 빠져나가기 위해 산으로 들어온 만섭과 피터 일행. 그러나 이미 샛길조차 군인들이 검문소와 바리게이트를 치고 막아서는 상황이었다. 결국 다른 길로 돌아서지만, 두번째 산길에도 군인들이 검문소를 쳐놓고 있었다. 이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으나 무슨 일이 있어도 피터를 김포공항까지 데려가야 한다고 굳게 다짐한 만섭은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초병들은 전남 택시 번호판을 달고 있으면서 서울말을 쓰고 집주소를 못대는 만섭을 수상히 여겼고 욕을 섞어가며 윽박지르는 등 초반의 호남고속도로를 막아서던 군인들처럼 매우 무례했다. 이 와중에 피터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며 끼어들자[], 4년제 대학에 다니다 입대한 일병을 불러 통역하게 한다.

병장이 "외국인이라고 봐줄 줄 아느냐"며 총까지 겨누며 내리라고 윽박지르는 와중에 검문조장 박성학 중사는 고압적인 태도이기는 해도 일단 존댓말로 피터와 만섭에게 하차를 요구하고 택시를 직접 수색한다. 중사는 트렁크 속에서 "외국인 손님의 부처님 오신 날 기념품"이라는 물건[]들을 들추다가, 결국 서울 택시 번호판과 카메라 가방을 발견한다. 만섭과 피터는 할 말을 잃었고 잠시 소름끼칠 정도의 정적이 흐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박 중사는 트렁크를 조용히 닫으며, 통과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지 않냐며 주저하는 부하들에게 박 중사는 "기자도 아니고 서울 택시도 아닌데 뭐 어쩌게?"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그냥 보낼 것을 지시한다.[76] 박 중사의 명령으로 부하들이 바리케이트를 여는 도중에 만섭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만섭과 피터가 무사히 검문소를 통과하는가 싶었지만 곧 무전이 오는 소리가 들렸고 만섭은 몰래 택시에 기어를 넣으며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그 무전은 아니나 다를까 "외국인이 탄 택시를 발견하면 즉시 연락하라"는 보안사의 명령이었고 군인들은 재빨리 바리케이드를 다시 닫으려 한다. 만섭은 가속 페달을 꽉 밟아 문짝에 달라붙은 병사 한 명을 아슬아슬하게 뿌리치고, 군인들은 멀어져 가는 만섭의 차를 향해 M1 카빈을 난사한다. 0310이라는 차량 번호를 무전으로 통신하는 군인들 속에서, 박 중사는 옆에 멀쩡히 놓여진 기관총 포좌로 가거나 개인화기도 들지 않은 채 묘한 표정으로 택시를 응시한다.

이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자주 나온 클리셰이지만,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해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한다. 실제로 피터도 광주에서 돌아올 때 쿠키통에 광주 대학살의 실체가 담긴 필름을 숨겨서 가져가다가 군인에게 딱 걸렸는데, 그 군인이 그냥 눈감아주고 통과시켜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군인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상 걸렸다면 당연히 곤욕을 치뤘겠지만 누군지 안 알려진채 잡히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만섭의 택시는 총탄 몇발을 맞았지만 그대로 도주한다. 한참 달리던 중 갑자기 들려오는 총성에 뒤를 보니 좀전에 출발하였던 보안사 사복 군인들의 각코란도 순찰차들이 무전을 받고 도착한 것이였다. 순찰차들이 만섭의 택시를 따라잡아 포위하던 찰나, 갈림길에서 태술이 택시를 타고와 만섭의 택시 앞에 가던 순찰차 한대를 밀어내 만섭을 빠져나가게 해주고 곧이어 경적 소리와 함께 택시 3대가 더 난입하여 보안사 순찰차들의 길을 막으며 방해한다. 이에 사복조장은 밀어버리라고 지시하지만 그럼에도 택시들이 길을 비키지 않자 격노하며 발포명령을 내린다.

택시가 피격되는 와중에서도 광주 택시기사들이 만섭과 피터의 탈출을 돕던 중 류 기사의 택시가 타이어에 권총탄을 맞고 무력화되어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지나가던 순찰차에 들이받혀 완파된다. 이를 본 신 기사가 갈 때까지 가보자며 택시로 순찰차를 들이받아 전복시켜 추격하던 보안사 일당의 순찰차 한 대를 줄이고 도로를 틀어막아 나머지 차량들을 지체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본인 역시 중상을 입은 체 일행에서 낙오되며, 보안사 일당은 넘어진 순찰차와 신 기사의 택시를 밀어내고 추격을 재개한다. 시간을 벌어준 틈을타서 택시들은 거리를 벌리지만, 만섭의 택시와 부품을 바꾼 것으로 보이는 차 기사의 택시가 추격전 중반부터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태술한테 미안하다며 결국 길 한복판에서 멈춰 버린다. 마지막으로 남은 태술은 만섭의 옆으로 가서 "조심해서 가쇼잉! 여긴 걱정하지 마시고!"라고 필사적으로 외친 뒤, 후진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아 남은 차량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부딪힌다.[]

이 장면에서 택시들의 등장과 사복 군인들 차량과의 사투는 복선도 거의 없었고[78], 등장할 명분도 이유도 없기에, 내용 전개 상 뜬금없는 연출이라는 의견이 많다. 장훈 감독 또한 비슷한 이유로 이 장면을 꼭 찍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작중에 박성학 중사를 비롯한 여러 군인들이 중무장한 채로, 평소라면 차량이 지나다닐거라고는 생각하기도 힘든 샛길들조차 철저히 봉쇄하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광주 택시가 네다섯대나 갑자기 나타나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검문소 이전에 광주 시내에서 비슷한 추격전이 벌어졌다면 좀 더 현실성이 있었을 것이다. 감독도 이 장면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의 참상을 알릴 수 있었던 데는 일반 광주 시민들의 희생도 있었기에, 이를 기리기 위해서 해당 장면을 넣었다"고 한다. 원래 영화는 극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과장을 하기도 하고 허구적인 요소를 집어넣기도 하는 일이니 감독의 의도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 장면에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 외에도 만섭의 택시에 군인들이 소총으로 총격을 가하는 장면에서도 플롯 아머가 좀 느껴진다. 바퀴에 쏘거나 뒷유리에 난사하면 무력화되는 걸, 굳이 트렁크 부분에만 쏴 갈긴다.

 

만섭과 피터는 김포공항을 향해 달린다. 석양이 지는 도로를 달리던 피터는, 자신의 목걸이를 풀어 만섭의 가족사진을 다시 룸미러에 달아준다. 어느덧 든든한 친구가 된 둘은 잠시 서로를 응시한다.

공항 보안사에서는 피터의 출국을 감시하고 있는데, 전화로 "다음 날 10시 비행기를 30분 전에 예약했다"고 하며 피터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피터는 공항 데스크에서 예약된 비행기를 취소하고, 지금 당장 일본 가는 비행기 1등석 표를 끊는다.[] 그 뒤 택시 안에서 만섭과 함께 과자 깡통 뚜껑을 열고, 안에 필름들을 놓은 뒤 그 위를 다시 과자로 덮고, 다른 과자 깡통 두개를 위아래에 묶어 위장한다.[] 피터가 과자통들을 쌓아서 끈으로 고정시키고 리본을 묶는데, 만섭이 그 줄을 풀어 딸의 머리를 묶어 주었던 모양으로 다시 한 번 묶어 주어 선물 상자로 위장시켜준다. 피터는 만섭에게 "일본에 가서 곧바로 보도만 하고, 다시 한국에 입국하여 찾아 택시 수리비를 청구해줄 테니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달라"고 수첩을 내민다. 만섭은 순간, 여러 생각을 하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차 안에 놓인 바구니의 담배 갑을 보며 "담배를 안 사왔다"고 중얼거리다가 사복이라는 상호와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김사복'이라는 가짜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입해서 건네준다. 피터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만섭을 안아주며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You are a good man)"라고, 잘 해주었다고 한다. 만섭은 "다음에 한국 올 땐 한국어 좀 배워 오라"고 농담을 건네며 훈훈하게 그를 배웅한다.

한편 서울에서 아빠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은정은, 집 밖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이내 상구가 은정에게 과일로 약올리면서 "너희 아버지 밀린 집값[] 때문에 도망간 거다"라고 놀려댄다. 화가 난 은정이 상구를 때리고 상구가 맞받아 치려는 찰나에 상구의 엄마가 등장한다. 그런데 항상 자기 아이부터 싸고돌았을 평소와는 달리 아들에게 친구 좀 그만 괴롭히라고 나무란뒤 은정을 달래서 같이 데리고 들어간다.

마지못해 들어가려는 은정의 뒤에서 총탄과 충돌에 의해 파손된 만섭의 택시가 돌아오고, 만섭은 딸을 꼭 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은정은 그런 아버지를 탓하지 않고 가만히 안아준다.

피터와 다른 외신 기자들은 일본 프레스센터에서 타게스샤우에 보낸 보도자료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다. 몇 달 후[] 피터의 부탁을 받고 김사복이라는 택시기사를 수소문하던 이 기자는 한국에 들어온 피터에게 그런 이름의 택시기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김사복이란 이름도 진짜 이름이 아닌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도 찾는건 그만두라고 한다. 피터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민주화운동 보도 때문에 감시가 붙은 상황. 여기에 만섭의 존재까지 알게 된다면 그들이 만섭에게 무슨 위해를 가할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결국 김사복(만섭)을 찾는걸 포기한다.

 

 

영화 에필로그

세월이 흘러 23년 뒤인 2003년. 눈 내리는 겨울 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다시 찾은 피터는 한국에서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한다.[] 피터는 수상 소감을 말한다.
그 날의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 용감한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를 지금이라도 만나면 정말로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합니다.

한편, 만섭은 여전히 택시 기사로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택시 차종은 바뀌어있지만[] 심성은 여전해서, 술을 마신 학생을 태워다 주고 돈이 부족하다는 말에 만 원만 받고 보내준다. 차에 타려다가 뒷좌석에 학생이 두고 내린 공시책과 신문을 발견하고 학생을 부르지만, 학생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조수석에 물건을 놓고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는데, 그 순간 대학생 승객이 두고 간 신문에서 피터의 수상 소식이 실린 기사를 발견한다. 피터의 사진을 보며 "한 번 다시 보고 싶었던 친구였는데, 이렇게 보니 좋다"고 중얼거리는 만섭. 바뀐 택시에도 여전히 룸미러에는 피터의 목걸이와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이내 새로 탄 손님이 광화문으로 가자고 하여, 만섭은 광화문으로 차를 몬다. 첫 화면에 나온 1980년대 남산 및 서울의 광경과 거의 같은 구도로 눈 내리는 도산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2015년 11월 인터뷰가 나온다. 김사복 씨를 그리워하며 "그의 택시를 타고, 같이 변화한 대한민국을 둘러보고 싶다"는 힌츠페터의 말과, 힌츠페터가 생전에 계속 김사복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그를 찾지 못한 채 2016년 1월에 세상을 떠났다는 자막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김사복은 1984년에 세상을 떠나 영화와 달리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영화 평가

씨네21의 기자/전문가 평점은 6점대 점수를 받고 있다.

관람객들의 평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개봉 전에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군함도》의 상영관을 잠식하여 양강 체제를 보였다. 올해 한국 영화 흥행작 아니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평범한 신파극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갈렸지만 8월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전자의 추측이 맞았다.

예상보다 상업영화적 색채가 강하다는 비판을 받은 《군함도》[]와는 달리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모습을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보니, 고증 면에서 무난하고 관객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또한 배우들이 대본의 감정 흐름 완급을 잘 조절하는 모습과, 중간에 웃음으로 눈물을 닦는 듯한 요소가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뉴욕 타임스에서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송강호의 연기를 제재(題材)로 평을 싣기도 하였다.

신파극에 대한 악평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영화적 장치들이 약간 티가 나게 분포되어 있다는 비판 아래, 전문가 평은 대체로 별 5개 만점에 3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힌츠페터가 한국 문화를 접하는 장면들에서[] 유치함이 느껴졌다는 비판도 있다. 그 외에도 힌츠페터의 캐릭터가 평면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가장 큰 창작 파트인 후반부 택시 추격 신은 감정선이 절정에 달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긴 하나 이 장면이 꼭 필요했냐는 혹평도 있다. 개연성에서도 문제가 있을 뿐더러[] 억지 감동스러운 면모가 많기 때문. 신파적인 요소 없이 담담하게만 그려냈다고 해도 충분한 영화였으나, 과도하게 극적인 이 장면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았다는 평이다. 단순히 평론가들이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관객들마저 언급할 정도. 오히려 마지막 검문소 장면에 대해서도 "에이 저거 창작이네"라고 생각했지만 실화 기반이란 걸 알게 되어서 놀란 사람들이 많다. 어찌 됐든 추격신 지적에 대해 감독은 인터뷰에서 "추격 신에 대해 내부 갈등이 많았다"고 하나, 소시민들의 활약상을 담고 싶어서[] 최종적으로 삽입되었다고 말했다. 소시민들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묘사되며, 특히 비판 받는 장면 직전에 연출된 택시로 보호벽을 구축하는 장면은 역사적 고증에도 들어맞으며 충분히 드라마틱하고 제목의 당사자들인 택시 기사들에게도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만, 여론은 택시 추격은 너무 과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는 사람들은 이 택시 추격 장면을 아예 삭제하고, 검문소를 통과하자마자 외로이 길을 달리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계엄군의 비인간적 진압이란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부상자들을 열심히 병원으로 실어 나른 택시 기사들, 주먹밥을 나눠준 시민들이나 공짜로 기름 넣어준 주유소 주인 등 광주의 소시민들은, 겉보기에 특별하지 않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영웅적 투쟁을 이뤄냈고, 이 영화는 이를 잘 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철저히 소시민적 인물로 그려진 만섭의 존재가 이를 상징한다. 게다가 이 택시 기사들이 총 앞에 서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이 목숨 걸고 서로를 구하는, 실제로 있었던 행위들도 잘 표현되어 있다.

또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실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5월 20일에 있던 금남로 차량 시위를 가공 없이 묘사했으면 소시민들의 영웅적 활약상을 가장 선명하고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 영화상에서도 묘사된 총격 피해자 구출을 위해 광주 시내 택시 기사들이 뛰어 들어간 장면을 CG 처리를 해 조금만 더 규모를 늘렸다면 하이라이트의 극대화도 가능했단 점에서 혹평의 근거가 되었다. 차후 감독판이 공개되면 이 부분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장훈 감독의 이런 연출 덕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분수령이자 전환점인 택시 행진과 일반 시민들의 질서 유지 노력이 새롭게 조명 받을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극화 소재로 쓰기 좋은 젊은 시위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수도(물)와 전기 공급이 끊기지 않았다는 것[13], 거리의 가게들이 털리지 않고 치안이 철저히 유지되었던 모습들이 다른 새로운 창작물들을 통해 부각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중반까지 담긴 택시 기사들과 시민들의 헌신적인 모습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만큼, 비록 상징성이 있었을지언정 마지막의 추격 신은 이 영화의 사족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 받는 요소가 되었다. 사실 이 인터뷰에 따르면, 시나리오 작가가 썼던 초기 대본에서는 원래 수십 대의 택시가 추격전을 벌이는 대규모 액션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감독이 자체적인 판단 하에 대규모 추격 신을 넣는 대신 스케일을 줄이는 방향으로 갔다.

해외 평은 메타크리틱 69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93%에 평점 7.2점으로 준수한 편이다. 애초에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는 소재 자체가 임팩트가 큰 만큼, 후반부의 연출 문제에 그다지 크게 거슬릴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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