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 《스플릿》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한국 영화 최초로 1997년 외환 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국가부도[2] 위기를 일주일 앞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만, 영화의 내용은 "IMF 당시 비밀 대책팀이 운영됐다"는 기사를 보고 만든 허구의 이야기(픽션)이다. 물론 모두 허구는 아니고 사실과 허구가 섞여있다. 실제 역사와의 차이점은 본 문서의 이 문단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영화를 시작할 때 "이 영화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다만, 모든 인물과 사건은 허구로 재구성되었으며 따라서 실제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라고 고지한다.[3]
영상미와 음원이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정적이면서 감각적이다.
영화 자체의 서사적 연출과 비슷한 영화 <빅쇼트>의 다큐적 연출이 적절히 혼합된 한국형 '금융재난' 영화이다.
시놉시스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이 사실을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한편,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의 시그널을 포착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대책팀 내부에서 위기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하는데…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 1997년,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작
2017년 7월 김혜수의 출연이 확정되었고, 이어 11월과 12월에 걸쳐 유아인, 허준호, 뱅상 카셀의 캐스팅이 확정됐다. 김혜수와 유아인은 2007년 영화 <좋지 아니한가> 이후 11년 만에 만났다. 또한 뱅상 카셀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했다.
촬영은 <군도: 민란의 시대>의 최찬민 촬영감독, 음악은 영화 <명량>, <1987>의 김태성 음악감독이 맡았다.
2017년 12월 7일, 대본 리딩을 진행하였으며, 12월 12일 첫 촬영을 시작했다. 서울과 합천영상테마파크 등에서 촬영하였으며, 2018년 3월 11일에 크랭크업했다.
2018년 10월 10일, 개봉일을 11월 28일로 확정짓고 티저포스터 2종을 공개했다.#
2018년 10월 29일, 메인포스터를 공개했다
즐거리
인트로에서 한국의 경제 발전의 변천사를 실제 미디어로 통해 보여준다.[18] 곧바로 1997년 11월, 미국 월가, 모건 스탠리의 어느 사원의 컴퓨터 모니터를 비추며 미국의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탈출하라 라는 메세지와 함께 이메일을 각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시점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한국은행 총장실, 한국은행 총장이 한시현 팀장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서 넥타이를 반쯤 풀어 제끼고 공황상태를 보이며 한시현 탐장이 일하는 통화정책팀에 연락을 하여 한시현 팀장을 소환한다.
한편, 고려종합금융 신입사원 야유회 인솔을 마친 금융맨 윤정학이 빈 관광버스 안에서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 투자자 존슨과 통화[19]하는 도중 석연치 않는 이유로 끊게 된다. 낙담하는 정학은 우연히 들은 버스 라디오에서 뉴스에선 낙관적인 한국경제와 달리, 한국의 실물경제가 비관적인 이웃 사연들이 마구 나오자[20] 이를 의아하게 여기고 운전기사에게 라디오 채널[21]의 위치를 묻는다. 얼마 후 윤정학은 퇴사한다. 그 후 작은 투자회사를 차려 돈을 빌린 다음, 그 돈을 이용하여 평소 연줄 있던 인물들을 불러모아 자신에게 투자할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투자자들 앞에서 연 설명회에서 한국 경제가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하지만[22] 방문한 사람들 중 단 두 사람-노신사 한 명과 오렌지족 청년 한 명만이 남았고 그 마저도 끝난 후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다. 이후 혼자 사무실에 남아있던 정학에게 노신사가 다시 찾아오고, 오렌지 또한 그에게 10억이 든 거액의 통장을 보여주며 그의 뜻에 동참하겠다고 한다.
여느 때 없이 일과의 하루를 준비하는 갑수는 미도파 백화점에서 5억 짜리 계약건을 듣게 된다. 처음에는 현금이 아니라 어음으로 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미심쩍어 하는 갑수였지만 영범이 요즘에 누가 현금을 쓰냐고 하자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된다.
한편 한시현과 한행총장은 경제부 수석을 만나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재정국 차관과 재정국 금융실장 앞에서 브리핑을 한다.
그러나 재정국 차관은 시종일관 한시현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고 환율이 미친듯이 오르는 상황이나 국가부도가 날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가볍게 생각하는 전형적인 무능한 관료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수석이 총장에게 대통령에게 쉽게 설명하라고 하니까 한시현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결국 수석이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 국가위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윤정학은 어디 가냐는 오렌지의 말에 환율이 미친듯이 오를 때 수익으로 바꿀 수 있는 풋옵션 같은 걸 만들어야한다며 업체 곳곳을 다니며 계약서를 쓰고 한화를 죄다 달러로 환전한다.
평가
2018년 11월 19일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전반적으로 배우진들의 연기가 좋고 당시의 상황을 잘 재현했다는 호평이 있었다. 출연진 모두 적재적소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재정국 차관 역의 조우진의 존재감이 크다는 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구성이 도식적이고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등 다소 미지근한 반응들도 있었다. 개봉 전 일반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의 반응은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라기보다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영화라는 것이 대체적이다.
내용상 어쩔 수 없이 빅쇼트와 비교해 보는 사람들이 많다. 빅쇼트의 성공이 본 영화의 투자 및 제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은 있겠지만 국내 영화 치고 매우 도발적이고 실험적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IMF 위기를 전면으로 그린 후 2017년의 한국과 연결해보려 했다는 점이다. 얼개가 깔끔하지는 않았음에도 국내 영화치고 도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당시의 상황을 겪지 않았던 세대에게는 기성 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를 겪은 세대는 과거와 현재를 함께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특히 30대 이상의 관객들은 당시 분위기를 싱크로율 높게 재연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주고 있다. 장년층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보이고 있다. ‘IMF가 깨트린 것은 주머니 사정뿐만이 아니라 사람 간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가족과 자식들 생각에 악착같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영화 속 갑수의 처지가 남 같지 않다’며 과거를 회고한다.#
또한 외환위기 사태를 국민의 탓이 아닌 정부와 대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점을 처음으로 강조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호평이 많다.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한 주 원인은 정부관련 인물들과 대기업, 은행들의 삽질로 일어났다는게 경제계의 정설이지만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국민들의 과소비나 지나친 해외여행으로 인해 외환위기가 찾아왔다는 식으로 여론을 선동해왔다.[23] 이 영화는 그런 언론과 정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일부는 깊이 있는 주제로 깊이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빅쇼트의 경우는 감정을 절제시키고 주제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려고 노력하지만, 본 영화의 경우에는 관객들과 고민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주제의식을 주입시키고 감정으로 끌고 가려하려 한다. 또한 이렇게 영화를 끌고 나가는 방식이 이미 한국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쓰여 온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다. 때문에 '영화가 주장하는 바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과장인지 모르겠다', '너무 설파적이다', '국민이 개돼지라는 주제를 설명하면서 관객을 개돼지로 본다' 등 주제의식과 그 전달방식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취지의 비판들이 많이 나온다. 20대 초반 이하의 관객들을 100프로 이해시키기엔 부족한 연출이었다는 평. 다만 주제의식의 전달과는 별개로 이러한 말하기 방식이 IMF 세대에게는 효과적으로 호소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평론가 평
IMF가 터지기까지의 흐름을 찬찬히 복기한다. 위기를 막으려는 정책팀장과 철저하게 제 잇속을 챙기는 정부 관리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평범한 가장과 기민하게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한 투자자, 각 층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 드라마화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담백하게 풀어놓는 편. 영화가 종종 뜨거워지는데 IMF 시기에 겪은 절망과 고통과 그 잔재를 반영한 결과일 터다. IMF를 교훈 삼아 위기를 디딤돌로 활용해 신분 상승을 준비 중인 자들이 많은 오늘, 위기는 반복된다는 다소 작위적인 듯한 영화의 경고가 유난히 씁쓸하게 다가온다
- 박은영 (무비스트) (★★★)
재연에서 계몽으로
- 박평식 (씨네21) (★★☆)
비주류 경제학계의 주장과 (충무로에서는) 신선한 기획의 만남. 아귀가 맞다
- 임수연 (씨네21) (★★★☆)
‘헬조선’의 기원을 탐구하는 경제 스릴러
- 장영엽 (씨네21) (★★★☆)
그 난리를 치르고도 집값을 수십배 올린 것들이 영화를 본들
- 이용철 (씨네21) (★★★)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인 세상에 됐는지, 왜 ‘갑질’이 춤추는 사회가 됐는지, 그리고 ‘개천에서 용 나는 건’ 왜 이제 불가능한지, 그 시작을 보여주는 영화다. 국가부도를 막으려는 자와 악용하려는 자와 이용하는 자와 휘말린 자의 이야기가 IMF 비극의 퍼즐을 이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흡사 재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스템의 문제를 ‘가족 신파’로 만들지 않고 달린 건 <국가부도의 날>의 큰 장점. 반면 스테레오타입의 캐릭터 분할은 아쉬움으로 남는데, 배우들의 존재감이 이러한 단점을 중화시킨다. 이 영화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날의 질문들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시우 (★★★☆)
‘헬조선’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가. 대선을 앞두고 터진 IMF 외환위기라는, 9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치적이고 극적인 사건을 다룬 의미 있는 텍스트다. 다만 좋은 기획 의도와는 별개로 완성도는 아쉽다. 당시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다큐가 아닌 극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에 충분히 도달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다양한 계층, 상황을 감안한 듯한 캐릭터 설계가 다소 도식적으로 배치된 듯한 인상을 지적할 만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각각의 퍼즐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분절되어 버리는 듯한 연출은, 배우들의 열연과는 별개로 전체적 톤을 들쑥날쑥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고 일어나는 감정적 작용은 작품 자체의 힘 때문이라기보다, 관객 각자가 극 중 시대 상황을 개인적 기억과 연관 지어 떠올리는 데서 나오는 힘이 더 큰 듯 보이기도 한다.
-이은선 (★★☆)
IMF에 대한 사실 왜곡과 음모론
IMF 시절을 다룬 최초의 영화라는 점을 내세웠으나 정작 IMF 전개과정에 대한 고증은 부족하다. 애초에 IMF 외환위기 사태는 굉장히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어 그 원인을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다. 물론 주범은 금융기관의 부실함과 대기업의 무리한 차입경영이다. 그러나 말만 금융영화일 뿐, 실제로는 수박 겉핥기로 IMF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IMF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은 뻔하기 그지 없다. '나쁜' 기득권이 자기 이익을 위해 국가부도를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자연히 등장인물도 매우 전형적이며 일차원적이다. 엘리트 관료는 하나 같이 무능하고 기회주의적이며 노동조합을 싫어한다. 재벌 3세도 무능하며 오만하다.그에 맞서는 주인공은 정의감이 넘친다. '실무자'인 주인공과 팀원들은 나라와 서민을 생각하는 '착한' 영웅이라는 식의 흔하디 흔한 '재벌 드라마' 클리셰와 다를 게 없다.
이러한 선악구도로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니 실제 일어났던 일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IMF 협상에 적극적이었고 거의 IMF 측에 경제 주권을 넘겨주었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는 실제와 많이 다르다. 당시 한국은행은 IMF 구제금융 신청을 먼저 제안했으며 반면 정부는 구제금융 신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대안을 찾아 IMF행을 최대한 막으려 했다. 일본에 경제 원조 요청을 시도하거나[24] ABS(자산유동화증권)과 같은 방안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25] 반면 영화에서는 한시현 팀장은 재정국 차관과 다툴 때 차관이 제시한 IMF 구제 방안의 대안으로 통화스왑과 ABS를 제안을 하였는데 재정국 차관은 웃으면서 현실에 직시하라며 묵살당하는 정반대의 장면으로 나온다
단편적인 캐릭터성
본작은 IMF 위기가 일어날 때 여러 인간 군상과 현재 한국 사회와의 연결성, 특히 한국에서 경제와 돈이라는 관념에 대한 얘기를 관객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한다. 그럼에도 캐릭터 대부분이 일차원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구성이 단순하게 보인다. 초반까지는 그럭저럭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중반을 넘어가면 뻔한 행동을 하며 식상해진다. 그 결과 영화가 중후반부터는 다소 무미건조하게 흘러간다는 지적이 많다.
한시현과 박대영 재정국 차관
영화 속 고위 관계자들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 의해 두 부류로 나뉘어지고, 그 구도 안에서만 다뤄진다. 따라서 한시현과 통화정책팀원은 영화에서 절대 선으로 그려진다.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위기를 알리거나 IMF와의 협상을 막으려고 할 뿐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진 않는다.[27] 게다가 국민 모두에게 위기를 알리려 노력했던 캐릭터가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재정국 차관과 정부 관료는 모두 절대 악으로 등장한다. 이는 선악 구도를 부각시키려 영화의 주제를 돋보이려 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캐릭터가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시하고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이상적인 관리상을 제시하고자 '정부는 악, 한시현 팀장은 선'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한갑수가 한시현에게 돈을 빌리러 오고, 한갑수가 결국 공장을 유지하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진다. 이는 한시현이 오빠인 한갑수에게 자기 인맥으로 대출을 알선해줬다 이외의 어떤 해석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한시현을 통해서 대출을 하지 않을 수 있었거나, 한시현이 해당 대출을 거절했다면, 그 장면은 완전히 무의미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시현이 결국 인맥 대출을 해줬다면, 한시현의 선인캐릭터마저 깨진다.
윤정학
영화에서 개별 서사를 가지며 메인 캐릭터들과 동떨어져 있어서 캐릭터의 능력과 감정, 행동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정학은 관광버스 안에서 통화금융지표, 한국을 철수하려는 해외 투자자와의 통화, 경기침체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생활고를 호소하는 라디오 사연 등을 종합해 실물 경제 위기를 직감한다. 이후 사표를 던지고 투자자 설명회 자리에서 칠판에 경제구조를 그려놓고 일주일 안에 국가부도가 일어날 것이라 주장하는데, 그래도 설마 하는 투자자들 앞에 방송국에서 가져온 편지와 엽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약장수에 가까운 모습으로 위기는 기회라고 설파한다. 제작진 측은 전문 경제 전문가의 컨설턴트를 받았다고 하지만 실제 영화를 보면 그냥 '대한민국 경제는 재벌이 지배하고 있고 그 아래에는 여러 중소기업이 있다 등등' 식의 진짜 당연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일 뿐이다. 그냥 이해되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내 말 맞으니까 내 말 들어라' 이 수준이다.[28]
감정선도 굉장히 들쑥날쑥이다. 돈을 잃고 울부짖는 사람들과 좌절한 옛 직장 동료들의 불행 앞에 우리 이제 부자라고 좋아하는 오렌지의 뺨을 때리며 돈벌었다고 좋아하지 말라고 말하다가,[29] 새로 구입한 아파트를 둘러보다가 자살한 전 집주인을 발견해 나가자고 외치는 오렌지에게 "내 집인데 내가 왜 나가"라고 반문하며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의도가 어떻든 앞일을 정확히 예측하고 인생역전을 노리는 윤정학이 자신의 예측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 마냥 기뻐하지 못하면서도 왜 그토록 정부와 언론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믿지 않고 배금주의자가 되었는지 관객이 충분히 수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정보와 배경설명이 주어졌어야 옳다. 실제 시나리오에는 윤정학이 정부를 믿지 않는 이유가 나옴에도 영화에서 생략한 것은 불친절한 선택이었다.[30]
이는 윤정학 캐릭터가 할리우드 경제 영화에서 등장한 여러 캐릭터들을 아무렇지 않게 짬뽕해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빅쇼트와 스포트라이트를 비롯한 여러 경제 영화들의 인물상을 짜집기 하다보니 각 인물들의 성격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뒤섞은 바람에 졸지에 다중인격 수준의 캐릭터가 탄생해버린 셈.
갑수
갑수의 경우, 그가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지 단편적 장면으로만 나열되고 심지어 영화 중간중간 그의 감정선도 끊긴다. 그러다보니 후반부에는 신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어려웠던 서민의 전형적인 이미지로만 보일 뿐 영화만의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다가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갑수처럼 ‘나라님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 가장’ 캐릭터는 여태까지 한국 미디어에서 너무 많이 소모 되었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래서인지 안그래도 신파 일색인 캐릭터가 더 궁색하게 보여진다.
또한 한시현의 오빠임이 밝혀지는 것은 이렇다할 복선이 없어서 뜬금없을 정도다. 황당한건 정작 영화는 이 인물의 행동은 단지 신파캐릭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갑수가 빚을 진 정사장은 계속 갑수를 믿고 돈은 천천히 갚으라며 격려해줬다. 이에 갑수는 모든 빚을 갚을 수는 없지만 정사장에게 줄 돈이라도 갚을 생각인지 사람을 보내달라 말하는데 이후 정사장의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정사장의 자살이 부도어음때문이며 갑수는 누구도 믿지 않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 정사장의 죽음에 갑수가 개입됐을 정황이 높다. 또한 한시현을 통해서 대출을 시도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인맥을 통한 불법대출이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을 강압적으로 부리는 공장 사장으로 공장을 유지한다.
위와 같은 캐릭터들의 부자연스러움이 연출되는 이유는 영화가 인물을 창조하는게 아닌 어딘가 가져온 듯한 인물상을 이리저리 뒤섞어놓고 제대로 정리를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인만봐도 빅쇼트와 스포트라이트의 등장인물들을 짜집기한 인물이며, 나머지 캐릭터들 역시 여타 영화들에서 자주 보여지던 커리어 우먼, 서민가장등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메세지 문제를 떠나 캐릭터 자체에 심각한 결점이 있고 감독이 그 결점들을 대놓고 정당화하는 마당에 어떻게 관객이 해당 인물들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주제의식과 과잉대사
평가 문단에 있는 것처럼 주제의식은 명확하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접점이 없기 때문에 영화를 본 후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 빠지기 일쑤다. 지나치게 많은 메세지를 담으려다가 정작 영화가 중점적으로 말하려는 주제를 놓치기 일쑤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러한 메시지들은 평면적인 캐릭터와 단순한 관계 묘사로 전달되기 때문에 더욱 무미건조하다. 또한 영화가 지나치게 관객들에게 훈계를 늘어 놓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영화가 이러한 교훈들을 전달하는 방식은 도전적이면서도 천박하다. 등장인물을 통해 '정부를 믿지마라. 믿을 건 너뿐이다'. '나 절대 (국가에게) 안 속아' 라는 대사로 대놓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중 중반이 지나가면 대사를 내내 반복한다. 감독의 의도가 선명하고 명확하더라도, 영화적 은유가 아닌 직설적인 해설로 교훈을 전달하려는 방식은 관객에게 부담만 준다. 게다가 이것처럼 실화가 바탕인 영화일수록 직설적인 표현이 들어가면 유사 다큐멘터리로 찍힌다. 그렇기 때문에 본작을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간 관객들은 재미를 위해 간 것이지, 감독에게 교육 받기 위해 간 것이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이 영화가 자본주의, 시장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은 회의를 넘어서 원망의 수준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은 결국 시장주의자들 때문이고, 따라서 국민들은 절대로 이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라는 식이다. 그런데 극중 윤정학의 캐릭터를 빌려 얘기하면, 그가 그토록 국가를 믿으면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설파했지만, 정작 본인도 그 시장주의 논리를 통해 이득을 본 인물이다.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시장주의를 비판할 목적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시장주의 논리로 돈을 번 윤정학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식의 묘사가 최소한 한 번이라도 나왔어야 함이 옳다. 그러나 윤정학은 돈을 벌어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으로 끝나고, 악인으로 그러져 온 고위 관료들 역시 다들 사회에서 한 자리씩 차지했다는 흐지부지한 결말로 끝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시장주의를 비판하고자 함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잘못된 서사이다. 그게 아니면 현실은 나쁜 놈들이 다 해먹는 시궁창같은 곳이니 남 신경쓰지 말고 내 이득만 챙기라는 지독한 이기주의를 찬양하는 영화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니. 아니면 시궁창같은 현실 갈아엎자는 메세지를 원하는건가?
어설픈 신파구도와 여성주의 코드
영화가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이미지는 외환 위기와 경제 이야기를 다룬 한국식 금융영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실상 금융영화에 탈을 쓴 재난영화라고 부르는 평가자들도 있다. 그래서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외환 위기 당시의 상황을 그렸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달리 본작 역시 다른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지 신파 코드를 집어넣어 전형적인 한국영화로 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초반에는 그럴싸한 경제 영화로 그려지다가 막바지에는 결국 신파극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본작을 신파 코드라고 보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일단 등장인물 중 하나인 갑수의 캐릭터 자체가 신파라고 하고 뻔히 예상된다. 영화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드라이하게 흘러가다가 갑수와 절친했던 거래처 사장이 부도가 나서 자살한다는 이야기와 험난한 가장의 스토리가 나열되기 시작하고, 막판에 ‘사실은 한서현과 남매사이였다’는 설정[31]에서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차라리 아예 관계없는 사이로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군상극 구성으로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준다고 효과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뜬금없이 둘이 남매라는 설정은 에필로그에서 그동안 고생한 티가 역력한 갑수의 얼굴과 겹쳐지면서 그저그런 한국식 신파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사회분위기를 의식한 듯 페미니즘 코드를 집어넣은 흔적도 눈에 띈다. 당초 김혜수가 맡은 한시현의 실존인물이 여성이 아니었음에도 여성으로 설정한 것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는 아예 ‘여성비하를 서슴치않는 고위 관료와 그것에 분노하는 능력있는 여직원’ 구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사를 집어넣고 있다. 게다가 극 중 대사 흐름만 봐도 굳이 여성비하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삽입된 대사이기 때문에 몰입을 방해받았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32] 물론 이와 상반되는 감상도 있다. '비주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여성으로 만든 것은 대단히 적절했다고 칭찬하는 기사도 있으며, 감독은
"1997년은 여성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에 더 보수적이었던 시기였다. 모두가 위기가 아니라고 할 때 위기라고 외치고, 약자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여성이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봤다."
고 설명했다. 김혜수 본인도 이에 관련하여
"사실 한시현이라는 인물은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상관없는 캐릭터에요. 성별을 바꿔놓으면 마치 엄청난 도전을 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여성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지는 않았죠.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이 일이 아니었어도 할 말은 했을 인물이라고 이해했어요."
라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한시현이라는 캐릭터를 선역으로 과대포장하기 위해 박대영을 절대악으로 묘사한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보인다. 박대영이 논리로 한시현의 무능함을 지적해 버리면 한시현을 선역으로 포장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대영은 사람들이 반감을 살 만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인물로 설정되었는데, 비논리적인 여성 비하 역시 박대영을 악역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안일하게 완전무결한 주인공을 고집한 결과물인 것이다.
실제역사와의 차이점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허구이므로, 실제 IMF 외환위기 때 일어났던 일과는 다른 점이 있다.
정부는 국가부도 위기 상황을 언제 인지했나?
1997년 외환 위기 가능성을 최초로 언급한 것은 1997년 3월 26일 한국은행 정규영 국제부장 보고서였다. 외환위기에 대한 감사원 조사결과, 한은은 그후에도 대통령비서실이 김영삼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인지했다고 밝힌 1997년 11월 중순 전까지 모두 23차례나 청와대, 총리실, 재정경제원(영화에서 재정국)에 심각한 외환사정을 보고하고 대책을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경제원에서도 1997년 1월부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1월 20일까지 83건에 달하는 대책 보고서를 작성했다. 따라서 외환위기 발생 일주일 전까지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당시에는 연초부터 경제 위기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를 받고도 수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손놓고 있었던 정부에 대한 비판에 컸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한국은행 보고서는 11월 7일자 비공개 보고서인 ‘외화유동성 사정과 대응방안’이다. 국가부도를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확고히 결론 내린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청와대, 재경원, 한국은행 실무진으로 구성된 긴급대책회의가 소집되었다.
한국은행에서 IMF 구제금융 신청을 반대했지만 정부가 강행했나?
영화와는 달리 정부 측에서 IMF 구제금융 신청을 강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은행 측에서 IMF 구제금융을 제안했고, 정부는 IMF 구제금융을 회피하고자 했다.[33] IMF 구제금융을 방안을 첫 언급한 것은 10월 27일 자에 재경원과 청와대에 제출한 한국은행의 ‘최근의 외환사정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다. 당시 한은 보고서에는 심각한 외환사정으로 인한 외자유출사태 발생가능성을 경고하고 △환율정책의 탄력적 운용 △대외지급 제한 △외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자금조달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11월 7일, 한은 보고서(영화상 한시현의 보고서)로 인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감지하자 한국은행 측은 IMF행을 건의했다. 대책회의에서 실제로 정부측은 외환위기 대책으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백업 퍼실리티(Backup Facility), 통화 스와프 등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여 가능한 IMF를 피하려 하였으나 모두 실패했다.
11월 7일 회의 참석자의 증언
『윤증현(尹增鉉) 재경원 금융정책실장과 최연종 한은 부총재의 자료에 IMF에 가는 문제가 함께 들어 있었다. IMF에 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은 아니고 다른 것 다 해보고 나서 안되면 가자는 것이었다. 있을 수 있는 대책이 다 나열되었는데 상황이 워낙 나쁘게 돌아가니까 이 IMF건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IMF로 가는 문제가 이렇게 경제팀의 고위층에 보고되고 논의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외채의 상환만기 연장이 시작된 것인데 그런 사태가 오면 버틸 수 있는 나라는 달러의 전주(錢主)인 미국이면 모를까 이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강경식(姜慶植) 부총리도 『롤오버가 되지 않아 외환보유고의 일부가 가용재원이 안 되는 것으로 묶였다는 사실을 11월7일을 전후하여 깨닫게 되었으며 그것이 바로 IMF로 가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하고 마음을 기울이게 된 동기 중의 하나였다』
한편 재경원 관료 측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던 금융개혁법을 야당과 한국은행의 반대로 IMF를 맞았다고 주장하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금융개혁법을 추진한 재경원의 의도는 1950년대부터 끊임없이 추진해오던 금융감독권을 보유하려던 권력 확장 야욕에 불과했다.[34] 실제로 야당은 외환정책과 무관한 금융감독기구 통합과 한은법 개정을 제외하고 11개 법안을 통과시켜주겠다고 했으나 재경원에서 반대하여 통과가 무산되었다.# 심지어 재경원은 금융감독기구와 한은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IMF 권고를 무시하고 재경원 예속을 강화하려다 구제금융 추가지원을 못 받을 뻔했다.#
IMF 때문에 노동유연화와 자본시장 개방이 되었나?
노동시장 유연화와 자본시장 개방은 IMF로 인해 뜬금없이 등장한 게 아니다. IMF 협상 이전에도 이미 노동시장 유연화와 자본시장 개방은 추진되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기업들은 업무현장에서 이미 고용 유연화를 실행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보장을 원하고 있었다. 1996년 12월 26일 벌어진 노동법 날치기 개정 파동이 대표적인데, 이때 당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시간근로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곧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주요 조항들이 철폐되거나 유예되었다. 자본시장개방 역시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반부터 진행되던 과정이었다. 다만, IMF의 29.5% 고이율 정책으로 인해 버티지 못한 신정부 측에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막판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는 극중 한시현이 던진 최대 무리수이다. 한시현은 현실에서 실패한 행동들을 언급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모라토리움(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와 관련한 협상을 하자고 한다. 일단 한시현의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 빚을 갚을 의무가 없어진다' 와 같은 발언은 한국은행은 커녕 은행에 도대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의 말이며, 현실적으로도 이러나 배째라 전략을 미국이 받아줄 이유가 없다. 그나마도 미국이 맞받아서 강경 전략으로 나간다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작두날 위를 걷는 형상이 된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한민국이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 국가적 자살이 된다는 것을 양 당사자 모두가 알고 있고, 그 결과 손해볼 존재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그럼 모라토리움 선언하시던가'라고 상대가 나오면 '대꿀멍 하면서 없었던 것으로 한다' 외에 다른 대책이 있냐는 것.
한국의 당시 상황을 최대한 단순하게 말하면 외국에서 빌린 돈을 갚을 방법이 없어서 파산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시 등장인물들의 제 1문제는 빌린 돈을 어떻게 하면 갚을 수 있을것인가?이지 IMF에 돈을 빌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IMF에 돈을 빌리는건 돈을 어떻게 갚을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가 아닌 다른 방법을 제시하라고 하면 어떻게 돈을 갚을 곳을 마련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시현은 이에 대해 "우리 돈 못 갚는다! 나중에 갚을테니 지금 배 째시던가!" 하자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게다가 그걸 무슨 대단한 발상의 전환인것마냥 조명하지만 기득권측이 탄압하기라도 한 듯 묘사하는데, 거의 영화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수준의 질 낮은 연출에 불과하다.
만약 모라토리움 선언을 진짜로 하면 사실상 수출입이 막힌 채로 내수로만 버텨야 하는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구조상 이는 국가부도를 넘어 국가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의 인터뷰에 따르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식량 자급률이 30%인 한국에서는 70% 국민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고, 에너지도 전량 수입하고 있으므로 모든 것이 블랙아웃으로 이어진다고 한다.[35] 결국 이런저런 대책을 마련하려다가 결국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그 모라토리움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모라토리움 선언을 하자는 것은 적절한 대책 제시가 아니라 그냥 다 같이 죽자는 말일 뿐이다. IMF로 가면 그나마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만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 사실상 배째 나몰라라 하자는 얘기인데 이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한은 간부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경제가 막장인 그리스나 아르헨티나도 IMF를 택하지 모라토리움을 택하지는 않는다.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과거의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꼴이 났는지는 자명한 사실.
결국 모라토리움 선언 드립은 각본가와 한시현[36] 모두가 당시 상황을 전혀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관객들이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그럴 듯해 보이는 방법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 중에서도 무리수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 팀장이 IMF 협상에 참여했다?
당시 청와대 대책회의들에서는 한은 총재, 부총재, 이강남 이사, 정규영 국제부장이 참여했으나 IMF 대책회의에는 이경식 총재만 참여했다. IMF 협상은 정부측 소관이기에 한국은행측 실무자가 참석하기 어려웠을뿐더러 당시 정부 관료들의 한국은행 배척 분위기에서는 국제협상에 참여할 여건이 조성되지도 못 했다.[37]
IMF 구제금융 협상은 미국의 음모인가?
영화에서 한시현은 미국 재무부 차관이 협상장소인 호텔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미국이 IMF 협상에 개입하는 게 아니냐며 IMF 총재에게 항의한다. 속칭 '미국 음모론'인데, 사실 미국 관료가 IMF 협상장에 있는 건 당연하다. 왜냐면 IMF 최대주주가 미국이기 때문.[38] IMF는 어디까지나 이익단체다.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지분을 가진 국가, 미국이 채권국이 된다. 그러므로 최대주주인 미국이 자신이 빌려주는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의견을 제시하는 건 당연한 사실. 게다가 IMF는 의사결정을 할 때 쿼터 85%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당연히 미국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의결할 수 없다. 즉 IMF는 사실상 현 경제대국인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곳. 실제로 당시 협상에는 미국 재무부 차관과 Fed 국장이 참여했으며, 한시현이 협상장에서 "IMF 측이 설립취지를 벗어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이의제기한 내용 역시 "IMF 대주주인 미국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더 자세한것은 국제통화기금 항목을 참조.
별론으로 당시 정말로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IMF구제금융 신청 그 자체보다는 정부가 한 '졸속협상'이었다. 학계에서는 급박하게 전개되는 위기상황에서 IMF 구제금융 이외에 실효성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당시 임창렬 부총리는 IMF측과의 협의사항을 번복하고 일본 대장성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등 다른 대안을 모색했다. 한시가 촉박한 상황에서 괜히 협상 준비 시간만 낭비하였을뿐만 아니라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되어버려 IMF측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결국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임창렬 부총리는 그제서야 구제금융 신청을 국민들에게 발표하였고, 한국측이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된 협상은 IMF가 요구하는 것들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 되었다. # (강경식, 2010, 151~156p) 차라리 이 부분에서 고증을 살리면 주인공이 내놓는 해법을 계속해서 무시하다가 실패하는 정부의 구도를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 IMF가 정답이었다라는, 감독이 원하는 그림(악역 미국의 뒷조종을 받는 IMF)과 정 반대의 내용을 연출해야 하니...
고증
영화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는 금융 스릴러로 흘러가기 때문에 굳이 꼼꼼하게 따지고 들 부분은 적다. 영화 초반에는 1997년이 배경임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그 시절의 소품들이나 배경이 많이 등장했다.
영화 초반부의 보행신호등과 2018년의 LED식 보행신호등은 아예 대놓고 대비시키는 연출을 하고 있다. 극 중 인서트되는 많은 뉴스컷들 상당수는 그 당시에 나왔던 실제 방송자료들을 썼기 때문에 방송국 워터마크 로고도 당시의 것들이다.[39] 작 중 관료들이나 극중 인물들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도 1990년대 당시 주류이던 차종으로, 대표적으로 한시현이 1997년 당시 마지막 장면에서 타고 있던 대우 에스페로, 고위 관료가 타던 기아 포텐샤 등 그 당시 시대에 맞는 차량들만 나온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하게 존재하는 고증오류들은 다음과 같다.
영화 시작 후 한시현이 신문 가판대에서 눈길을 돌려 횡단보도로 건너가는 장면에서 사람들 뒤로 우체국 출입구가 보이는데, CI가 2017년 이후 디자인이다.
작중에 뜬금없이 2000년 당시 MBC 뉴스데스크 방영분이 나온다.
작중 내내 시대고증에 안 맞는 폰트나 간판형태, 건물이 나온다.[40]
구치소 장면에 2009년 버전 교정본부 휘장이 나오는데, 당시 휘장은 쌍비둘기 + 무궁화였다.
미국 달러 환전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지폐가 1996년도 발행분이다. 그것까지는 맞지만 문제는 당시 시중 은행이나 명동에서 수십년간 사설 환전소를 운영한 사람들의 말로는 1997년 후반 당시에는 1996년 이전 지폐가 많이 거래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위조지폐도 환전되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적이 있었다. 근거 2
2000~2010년대의 표현이 들린다. 오렌지가 윤정학 앞에서 접두사 개-를 써서 매우 좋음을 표현했다. 그전에 쓴 사람이 없었을거라는 보장은 못하지만 당시에 안쓰던 표현을 집어 넣은 인상이 드는건 사실이다. 사실, 한국의 육두문자도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 길은 없으므로 예전부터 쓰였는 지는 알 길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개-라는 접두사를 붙여서 쓰는 욕같은 건 꽤 오래 전부터 쓴 걸로 보아선 언제부터 쓰였는 지는 알 길이 없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란 게 보급된 시기가 아니라서 언제 흔하게 썼는 지는 알 길이 없다.
극중 윤정학이 버스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는 씬에서, 해당 차량인 BH116에 장착된 카오디오 역시 고증오류이다. 해당 차량에 장착된 카오디오는 현대자동차에서 2000년대 초반 EF쏘나타, 테라칸 등의 주요 승용/RV차량에 장착하던 CD플레이어 내장 기종이며, 이 영화의 배경인 1997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은 물건이다.[41]
윤정학이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앞으로 접수된 사연 편지들을 입수하러 여의도 MBC 사옥으로 뛰어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건물 전체를 비출 때는 당시 로고가 새겨졌던 데 반해, 출입문 위에는 2005년 1월 3일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로고가 등장한다. 전부 다는 아니었고 'C'자만 보였지만 누가 봐도 현 로고임을 알 수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의 청와대 로고와 현재 청와대 로고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 때 변경된 청와대 로고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청와대 내에서 회의하는 장면에서 금박으로 처리된 청와대 로고를 확인해 보면 현재의 청와대 로고로 보이는 모습이 있다. 참고
1997년 한국시리즈 장면이 은근히 많이 나온다. 당시 한국시리즈가 LG 트윈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인것 자체는 고증을 잘 했으나, 예나 지금이나 11월 말에 한국시리즈를 하지 않는다(...) 이 해 한국시리즈는 10월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했다. 11월 말 시점에서 한국시리즈 시청은 불가능.
대책실의 시계 분침이 제각각이다. 상식적으로 시차는 1시간, 혹은 30분 아닌가?
흥행
같은 주에 개봉하는 작품은 에이리언 컨버전스, 지오 쓰나미(2018년 11월 27일), 거미줄에 걸린 소녀, 국가부도의 날, 리스펙트, 저니스 엔드, 후드(이상 2018년 11월 28일), 극장판 일곱 개의 대죄: 천공의 포로, 나이트 쉬프트,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대지진, 데드 트리거, 로빈 후드 리벨리언, 배틀 스쿨, 별나라 몰리 몬스터, 샘, 소녀의 세계, 언노운 게스트, 짱, 천당의 밤과 안개, 카운트다운 쇼크웨이브, 투 프렌즈(이상 2018년 11월 29일)까지 총 22편이다.
제작비 70억원으로 국내 관객으로만 계산할 때의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이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개봉 9일 만에 200만을 돌파했다. 개봉 16일 만인 2018년 12월 13일 300만을 넘기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마약왕과 스윙키즈 개봉 이후 평일 관중이 1만명으로 대폭락했다. 새로 개봉한 두 영화에 상영관을 많이 뺏긴 것이 원인. 크리스마스 전후로 대형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면서 12월 28일 IPTV와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외
작중에 나온 업체 '고려종합금융'은 실존하는 업체인데, 당시 고려통상 계열사로 1983년 '반도투자금융'이란 상호로 설립해 1994년에 해당 명칭으로 바꿨으나, 1997년 12월에 고려증권과 함께 영업정지 처분받고 이듬해 파산했다. 따라서, 현재 있는 '고려'로 시작하는 금융관련 업체와는 상관이 없다.
작중 나오는 제일은행은 실존하는 은행으로 현재는 SC제일은행이 되어 있다.
2018년 1월 31일 뱅상 카셀은 영화 촬영을 위해 한국에 입국했고 6일 동안 촬영한 후 돌아갔다. 2월 4일에 뱅상은 인스타그램에 캐스팅 기사사진을 올리면서 한국어로 자신의 이름 '뱅상 카셀'을 올렸다. 또한 2월 5일 촬영장에서 유아인이 김혜수와 뱅상을 위한 커피차를 보냈는데, 뱅상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땡큐 아인'이라며 인증했다.
제71회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처음으로 스틸컷이 공개됐다.
어떻게 보면 2018년 기준 아르헨티나와 이 영화의 한국 상황이 비슷하다. IMF 총재가 해당 국가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비슷하다. 이집트도 어느정도는 비슷한 상황. 사실 여기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나 중남미, 동유럽을 중심으로 비슷한 케이스는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한시현(김혜수)의 복장은 20년 후 엔딩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같은 복장이다.
영화 초반 한시현(김혜수)이 IMF의 시작을 알려온 한보그룹을 찾아가 따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직원이 한보그룹 본사가 은마 아파트 내 상가 건물에 위치해 있는 이유는 점쟁이의 말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당시 한국 기업들의 황당한 경영 방식을 꼬집는 일화로 묘사되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이는 사실이며[43] 한보그룹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점쟁이 말을 잘 믿었다고 한다.[44][45] [46]
극중 마지막 장면에서 한갑수(허준호)가 꾸짖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름이 귀에 익다.
영화 배경음악은 명량, 1987, 강철비, 검은 사제들 등의 음악을 맡은 김태성 음악감독이 맡았다.
영화의 본 주인공이기도 한 한국은행과 기재부 직원들이 팀별로 단체 관람을 하기도 했다. 영화를 본 이들은 대체로 영화 설정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은행 직원들은 외환 위기 당시 한은 총재는 애초 기재부 장관 출신의 이경식이었기 때문에, 한은 직원 중 그 누구도 총재 의견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 힘들었을 거란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기획재정부 쪽은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매국적인 태도와 친자본주의 성향을 지닌 것 등 실제와 다르게 그려져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IMF 측과 한국 정부 측이 협상하는 장면의 자막을 보면, 제2금융권이 '제2금용권'이라고 잘못 적혀 있다.
재정국 차관 역의 조우진은 하급자로 나오는 한시현 역의 김혜수보다 실제로는 9살 어리다. 하지만 김혜수가 워낙 관리를 잘해서 실제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다 보니 어색하지 않다.
영화상에서 자막으로 나오는 주가지수와 실제 자료가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97년 11월 21일의 영화상 주가지수는 462.3인데, 실제 당일의 주가지수 범위는 483.24~506.07이다. 1997년 12월 3일은 실제 자료(당일 최저가)와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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